[덕암 칼럼] 한국인의 망국병 인맥
[덕암 칼럼] 한국인의 망국병 인맥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0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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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흔히 인맥을 금맥 이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과의 인맥은 쉽게 보면 인간관계이지만 공적으로 보면 사회적 자산이라 볼 수 있으며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한 사람의 살아온 흔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부모의 장례식장과 자식의 결혼식장에서 보여지는 조화나 화환은 당사자의 사회적 현주소로 가늠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인처럼 인간관계를 쉽게 맺거나 뒤끝이 쉽게 종결되는 나라도 드문 편이다.

처음 보자마자 형님으로부터 시작되어 술자리나 골프 등 접대 자리로 이어지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원칙을 깨고 인맥에서 비롯되는 각종 편의, 특혜, 나눠먹기 등 사회적 연결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뿐인가. 영업을 하는 세일즈맨이나 행정관청에서 업무를 봐야할 비즈니스가 필요할 때면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각종 사회단체의 가입으로 ‘우리’라는 울타리를 형성한다.

작게는 산악회, 향우회, 로타리, 라이온스 클럽, 등 봉사단체로 시작되어 관을 대변하는 새마을협의회, 바르게살기 협의회 등 관변단체까지 총 망라하면 대한민국은 거미줄 같은 인맥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생활을 해본 결과 상대방을 선택하고 인터뷰나 기타 명분을 만들어 홍보특집이라도 작성해 주거나 특히 선거때 만만한 후보들을 골라 집중조명 해준다면 싫다할 상대가 없었다.

승진을 앞둔 공무원을 업무적 평가로 올려주기도 하고 눈엣가시 같은 공무원의 사소한 트집을 잡아 지적 기사라도 쓸라치면 일단 피하고 보자는 판단에 굽신거리는 비굴함까지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가 기자는 멀리도 가까이도 말라는 불가근불가원의 존재라고도 불리운다.

이쯤하고 사설이 긴 것은 이러한 인맥이 형성원인과 과정이 같다면야 좀 좋겠는가마는 처음 맺을때 형님·동생 하던 것이 사회생활에 이익을 구하거나 편리를 도모할 때 적용된다는 것이다.

모든 단체가 다 그러하듯 취지와 다르게 모이면 힘이 생기고 힘은 곧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육법전서가 있는 것이고 최상의 법을 헌법 이라하면 그 위에 머리 숫자로 원칙을 깨는 떼법, 이른바 억지로 밀어붙이는 법이 존재한다.

분명 법률로 명문화 되어 있진 않지만 이 떼법이 현실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고 세력을 군림하는 한 정상적인 사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노점상도, 노동자도,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 정당, 종교, 봉사 등 온갖 단체 등이 당초 설립목적과는 다르게 기형적으로 성장하면 문제를 야기 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닌 단체도 많지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힘을 가질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하나회를 들 수 있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 본분임에도 육사 11기 장교들이 사적인 모임을 결성하여 정권을 창출하고 국민들을 군사독재의 울타리 안에 넣어 탄압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하나회를 대 놓고 옹호하였으며 육사 11기부터 36기까지 기수별로 7~8명씩 선출하여 이른바 권력의 정점에 올라가게 된다.

당연히 정상적인 정치인들의 설자리는 그만큼 줄어들었으며 권력을 향한 줄서기는 군홧발에 좌지우지 되는 시대에 돌입했다.

마음에 안 들면 잡아다가 명분 만들어 패면 안 되는 일이 없던 시절, 마치 조직폭력배보다 더 엄중한 내부 규정까지 정해 권력을 나눠먹고 그렇게 얻은 권력의 전리품이 막대한 예산편성이었기에 돈 냄새를 맡은 경제인들의 줄서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정상적인 경제체제는 묵살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잘 해먹는가 싶었더니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11일째인 1993년 3월 8일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오늘, 권영해 국방장관을 기점으로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 작업에 들어갔다.

7월 9일까지 약 4개월 동안 18명의 별판을 제거한 하나회의 청소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군 내부의 암적 존재로 자리잡아 권력의 상층부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 임기를 몇 달 남기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현주소를 보면 하나회와 다를 바 없는 흔적을 남겼다.

이른바 부엉이회, 민주주의 4.0연구원 이라는 임의 단체를 결성했다가 국정 운영에 막대한 시행착오를 가져왔다.

외교, 안보, 행정, 경제 등 안 끼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만큼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미 국회청문회에서도 몇 번이나 거명된 이들 단체의 실체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 실세의 진출은 이미 모든 장관·차관은 물론 공기업까지 총망라 될 만큼 자리를 잡고 있으니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권력이 힘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혼자 설 수 없으니 누군가의 인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를 망각하고 고유의 가치를 져버린 채 나눠먹기를 한다면 이는 국민 전체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 일국의 국무위원 자리를 입법기관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겸직할 수 있으며 장관 자리를 동네 친구들 떡 나눠주듯 주고받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깜냥이 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의 보건정책은 물론 회복이 불가능할 만큼 망가진 기초 자영업자들의 복구 방안은 어찌 해결할 것인가.

필자는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동안 형님이나 아우가 없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실패했지만 공적인 언론을 구사하는데 있어 타협점이나 막힐 일이 없다.

물론 안다고 다 쓸 순 없지만 지금처럼 칼럼을 통해서라도 그날 그날의 사회적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누가 이런 말이라도 해 볼 수 있을까.

글을 쓰는 필자와 사주가 동일하지 않으면 결코 바른말을 쓸 수도 없고 써도 대외적으로 표현되기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본다.

이제 대선 하루 남기고 누가 되든 대추나무 연 걸리듯 촘촘히 엮인 거미줄 같은 인맥들이 또 어떤 나눠먹기에 혈안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누가 되든 남발한 임명장과 지지성명을 발표한 좀비들을 어찌 해결할 것인가.

좀비가 별건가 후보의 정치적 철학이나 자질을 인정한 정상적인 지지자라면 아니겠지만 대 놓고 조건을 제시하며 찍어 줄테니 뭔가를 해달라는 게 좀비다.

자고로 인맥이란 맺을 때 그 자체로서의 취지가 초심을 잃지 않을 때 원만하고 살기좋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친분과 공적인 영역의 기용은 별개다. 그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한국인의 망국병이다. 백번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앞으로 다가올 5년도 별반 달라질 게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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