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덕암 칼럼]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3.23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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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3월 23일 기상의 날, 어르신 허리가 아프면 비가 올까. 기상청 예보에 온다고 하면 올까.

요즘이야 더러 맞는 편이지만 기상청의 오보는 식상하거나 무관심할 만큼 적중을 용케도 피해 나갔다.

기상예보만 믿고 행사를 취소했다가 낭패를 보는가 하면 아무런 대비책도 못 세웠다가 속수무책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많았다.

연간 40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기상청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나 눈, 햇볕이 있는 한 하늘이 내린 직업이다.

언제 어떤 형태의 기상이변이 있을지 모르는 자연현상은 국민들이 뉴스의 끝자락에 필수적으로 점검하는 코너지만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요즘처럼 겨울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산불 또한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상슈퍼컴퓨터에서 제공되는 정보로 첨단 영상을 제작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기예보를 하지만 실제 먼 바다의 파고나 온도·습도는 일상생활에서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뭄이 계속되면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기우제를 지냈고 오래전 대륙 건너편 인디언도 기우제를 지낸바 있다.

인디언의 기우제는 성공 확률 100%였다. 비가 올 때까지 제를 지내니 당연하다. 치산치수면 성군이라 했던가.

산과 물을 다스리기 위해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으로 자연을 평정했지만, 결과는 영어의 몸이 되는 최악의 모습이다.

막대한 공사비로 토목업자만 먹여 살렸다는 악평과 함께 소중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만 잇따랐다.

앞서 북한에서 수공침략 계획이 있다며 순진한 국민들을 겁박하여 평화의 댐을 건립하는 촌극도 있었다.

이 또한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서울과 수도권을 덮칠 것이라며 반공의식을 부추긴 사건이었다.

자연은 하늘의 눈·비, 혹한·혹서만이 인간에게 시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야 에어컨에 전열기구가 발달하여 삶의 질적 향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불과 수 십년 전만 해도 더우면 더워죽겠다.

추우면 추워죽겠다고 아우성이 아니었던가. 사실 사람의 몸처럼 간사한 게 또 있던가. 언제부터 문명이 발달해 편하게 살았다고 작은 온도변화에도 요란을 떤다. 때로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더울 땐 좀 덥게 살고 추워도 몸을 움직이며 땀을 내며 자연의 섭리에 동참하는 것, 필자 또한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작은 불편도 피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봄비 오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몽울진 벚나무의 새순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봄날이 오면 지천에 꽃의 화사함이 펼쳐지겠지만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작년 이맘때 봄꽃은 거리두기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올해는 달라지려나 싶다.

경칩·춘분도 지나 식목일이 다가오는 3월의 마지막 주, 오늘 만큼이라도 기상청에 근무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어찌하든 특정 대학의 진출지라는 오명도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벗겨야 할 것이며 선진국의 위성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좀 더 과감한 투자로 한국형 기상청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오보를 당연하듯 발표할 것이며 자연재해를 아무런 예방도 못한 채 인명피해가 이어져야 할까.

모 방송에서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기상청 사람들을 보며 국민들이 기상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길 바란다.

평범한 드라마지만 소속된 기관의 배경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선입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새로운 인식, 모쪼록 지금보다 더 전문성, 정확도, 다양성, 현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기상청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기상예보는 안방극장 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지한 스마트폰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예보가 이어진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적잖은 예산도 투입되었겠지만 일출·일몰부터 3월의 눈 소식까지 정확한 예보를 통해 많은 국민들이 실생활의 참고로 삼아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필자나 독자들도 공감하다시피 봄철이면 낙석사고, 해빙기에 따른 각종 붕괴와 싱크홀까지 우리 주변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산적하다.

인체도 꼭 사고가 나야 오두방정 떨게 아니라 사전에 예방하고 한번 사고가 난 자리는 재발방지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걸핏하면 몇십 년만에 최악의 폭염, 한파, 강수량 등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제목에만 혈안이 되어 관심을 끌게 아니라 날씨 변화에 따른 구체적 예방법과 대안도 병행한다면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본 열도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한국 같았으면 몇 날 며칠을 우려먹을 소재였지만 일본 국민들의 침착함은 실로 대단했다.

이미 몸에 밴 익숙한 듯 여진을 우려하는 정도였으니 일본기상청의 과학적 근거나 정보예측의 수준은 한국이 충분히 벤치마킹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하는 만큼 기상청도 변해야 한다. 자칫 지금처럼 현실에 안주하며 비진취적인 운영은 우방국의 인공위성에 렌탈료를 주고 민간 기상청이라도 등장해야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인가.

전매청 처럼 기상청도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있을 게 아니라 민간시장을 개방하여 다수의 업체가 운영하도록 해야한다.

적중률에 따른 예산도 지급하고 국민들은 다양한 채널로 일기예보를 청취할 수 있는 개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선의의 경쟁, 새로운 관측 방법으로 선진화된 예보를 생산한다면 결국 국민들의 이용도 늘고 생활의 편리함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새정부가 이런 점을 참고 하는 눈과 귀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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