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 예술인의 현주소를 찾아서
대한민국 연예 예술인의 현주소를 찾아서
  • 김준영 기자 777777x@naver.com
  • 승인 2022.04.07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민족이 오천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며 대대로 혼과 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중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은 ‘흥얼거림’이다.

지금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농민의 농악, 고기를 가득 잡은 만선의 어부가 신명나게 부르던 풍어가,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노래한 사랑가, 군인은 군가, 어린이는 동요, 지역별 장르에 따른 민요나 창가 등 이루말 할 수 없이 많은 노래가 사람 사는 세상의 심장박동소리가 되어줬다.

가곡이나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상류층 문화의 일부라면 품바나 마당놀이, 농악대 등 대중들과 쉽게 접목된 장르도 있고 랩을 포함한 신세대들의 새로운 음악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은 환산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그리고 피폐하고 힘든 삶속에서도 위로나 격려가 되는 노래 한곡, 술 취해 흐느적거리면서도 흘러간 옛 노래로 시름을 달래던 지금까지의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만드는 이들이 과거에는 광대라는 신분으로 천민 취급을 당했고 지금은 연예예술인이라는 명칭으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예술인의 사회적 위치는 인기도에 따라 부와 명예는 물론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영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그 파급효과는 점차 확대되어 제도권 진입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본보가 이 같은 내막을 심층취재하여 예술인들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특집으로 보도한다. 총 7가지로 나뉜 한국 문화예술인들이 현주소, 그리고 대중문화 창달이 국위선양을 하고있음은 물론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엑스포 쥬빌리공원에서 열린 케이팝(K-POP) 콘서트에서 관람객들이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화려한 조명 초라한 현실

노래나 춤을 비롯한 대중문화공연의 3대 요소는 무대, 출연자, 관객이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만 빠져도 실제 공연의 가치나 흥행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술인들에게 치명적인 암흑기를 초래했다. 거리두기와 모임금지는 비단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종교, 정당, 체육 등 사회전반에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무대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과 춤을 추는 댄서, 보조음악을 하는 코러스까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처음에는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모습이 자연스러워질때까지 버텨왔다.

노래를 하는 가수들은 아무런 호응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만의 독백이나 다름없는 가창을 했고 객석에는 함성과 박수 대신 적막과 고요함이 가득했다.

화려한 조명이 아무리 애를 써도 흥행을 보장받지 못하는 공연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예술의 전당이나 내로라하는 대형 공연을 기점으로, 2차 무대인 각 지자체 별 추진되는 지역특산물 행사와 사계절에 맞춤형 축제가 잇따랐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2년은 모든 행사가 전면 중단됐다.

당연히 3차 무대인 유흥업소와 밤무대는 물론이고 일반음식점과 자영업자 수준의 모든 공연까지 예술인들의 설자리는 사라졌다. 음향기계의 앰프와 조명기구에서 비춰지는 화려한 조명은 약 8만 여명의 무명가수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어떨까.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일조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어떨까. 이제 먹고 사는 걱정을 안 하는 시대에 접어든 국민들의 수준은 이미 각자의 건강과 행복추구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갔다.

춤과 노래, 흥과 끼가 넘치는 민족성 탓인지 유행가 가사는 자연스레 암기되어 수 십 년이 지나도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자리 잡았고 가사 내용은 즉각 국민정서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신경 쓰일 만한 가사 내용이면 금지곡으로 제재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적 공감대에 대한 정치권의 두려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라 진평왕의 셋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동네 아이들에게 마를 주며 백제의 무왕을 따르게 했던 노래 ‘서동요’가 있다. 긍정적인 가사와 신명나는 리듬이 있으면 침울하던 분위기도 활기를 찾고 군중심리에 따라 너도나도 따라하게 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늘 부정적이고 우울한 내용에 느리고 저음 분포가 많은 편곡이라면 멀쩡하던 군중들도 음향에 따라 처지고 늘어지며 모든 분위기는 우울모드로 가게 된다. 비근한 예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를 꼽을 수 있다.

플래시몹과 병행되어 자국영토에 대한 애국심은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어떤 특강보다 설득력을 더한 애국동요였다. 신나는 율동과 함께 일본 정부가 어찌할 줄 모르게 만든 대단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3월 31일 진행된 제28회 한국연예예술인상 시상식.

유사한 행사가 지난 3월 31일 추진됐다. 제28회 한국연예예술인상 시상식인데 (사)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가 주관한 국내 연예예술인들의 대축제였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도 없이 28년째 꾸준히 대중문화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1등만이 조명되는 인기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국내 모든 지역에서 각 지회를 운영하며 대중가요를 이끌어가고 있는 총 본산이 되고 있는 행사다. 결국 이는 코로나19 와중에도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이뤄낸 성과다. 더불어 많은 예술인들이 맥을 놓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견뎌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계층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방역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특수계층에 대한 보상 기준이 애매한 탓인지 적잖은 국민들이 보상 기준에 대해 항변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미 국민들은 이같은 기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현재도 행정안전부의 지급 기준은 갈팡질팡 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 4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3월 28일 기준으로 예술 활동 증명 또는 신진예술인 예술 활동 증명 절차를 완료하고 소득 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120%이내인 예술인이 해당된다. 5월 하순 경으로 지급예정인 이번 지원금은 4월 17일 오후 5시까지로 신청기간이 만료된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이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상당하다는데 있다. 오히려 반발만 살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일선 예술인들의 허탈감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시장조사를 통한 현실성을 배제한 정책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본보가 지난 3월간 총 5곳의 자영업소를 찾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적자폭을 일선 보상기준과 맞추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20년째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업소 주인 전 모씨에 따르면 “문을 닫을 경우 인테리어 비용, 고정단골 고객 단절, 음향유지비, 생활비 등으로 매달 400만원씩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며“지금까지 약 1억원의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은 취재한 5곳 모두 유사했다. 

이는 정부가 일반 음식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해 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결정한 기준이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다. 당연히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후속대책조차 없으니 복지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평생 밤에 술을 팔고 음악 연주만하며 살아오던 이들이 막상 폐업하고 나면 갈 곳이 없는 건 불 보듯 훤한 미래다. 대중문화의 선구자들, 일선 영업장에서 직접 군중들과 소통하며 신청곡으로 희비애락을 노래하던 자신들만의 세계가 빙하기를 맞이한 것이다. 더 가면 벼랑 끝이다. 이제 이들의 어려움을 현실에 맞는 대책마련으로 살려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며 세금내고 국민들의 흥과 끼를 북돋아주는 사회적 기여자들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 전경.

근본적인 대안은 제도권진입

예술인들이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일조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후생복지나 기타 제도적 안배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제도권진출로 인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비례대표 진입의 가능성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비례대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여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인 비례대표제를 통하여 당선되는 것을 뜻하는데 각 당에서 비례대표 순서를 정하고, 비율에 따라 등록된 번호순으로 당선된다. 지역구 의원과는 달리 탈당 또는 정당해산 등으로 자신의 당을 잃게 되면 그와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한다.

장애인 비례대표 4명. (왼쪽부터) 미래한국당 이종성·김예지·지성호 비례대표, 더불어시민당 최혜영 비례대표. (사진=선거관리위원회)

제20대 총선 기준 국회의원 의석수는 300석이며 그중 비례대표 수는 47석이다. 여기서 각 정당은 장애인, 여성 등 소외계층까지 포함시킴으로써 당의 이미지 상승,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인들이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 못지않게 의견 반영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먼저 지방선거에서의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워크숍에 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비례대표 할당제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각 당의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장애인 사회 참여를 위해 장애인 일자리 10만개를 만드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정책들을 펴왔지만 장애인의 참여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장애인들의 정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1번에 여성, 2번에 노인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둬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각 정당의 비례대표 선정기준에 대중문화의 선두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진출해야함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이 정당의 홍보와 대중들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의 실질적 수요

앞서 3항에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이 4만 명이라고 전제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치부되고 있다.

먼저 문화예술인의 범주부터 구분해야 한다. 본보가 실질적인 현장취재를 해 본 결과 음악이나 노래로 자신의 끼를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는 경우는 전체 종사자들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술 활동 증명 또는 신진예술인 예술 활동 증명 절차를 완료하고 소득 인정 액이 기준 중위소득 120%이내인 예술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형식적인 절차나 서류에 의존하는 행정처리라는 지적이다.

실제 관련 서류를 구비할 수 없고 주먹구구 식으로 자영업에 종사하며 문화예술과 떨어져 생각하기 어려운 직종의 비율까지 포함하면 약 18만 명에 이른다는 예측이다. 문화예술 관계자에 따르면 “직접 종사자 18만명 외에 음향, 조명, 무대 등 간접 종사자까지 합산하면 그 수요는 약 3배 이상이니 대략 50만 명 정도는 구제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이들의 사각지대는 그 어디에서도 대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한류문화가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조명을 받는 건 여러가지 이유 중 우리 민족의 특성상 숱한 외침의 한이 신명과 어우러져 달래주었음은 물론 타고난 끼와 열정으로 승화된 춤과 노래가 대중들에게 자연스런 에너지로 전환되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질 이유와 명분은 대중들이 공감해야할 순서로 넘어간다. 노래가 가사 한 줄에도 울고 웃을 수 있는 대중문화, 그 중추적 역할과 보다 질적 향상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은 정치권진입으로 인한 제도권 원칙 확보가 우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