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검수완박으로 난리다. 일반 국민들이야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해당 사항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데 언제 나랏일에 배 놔라 감 놔라 했던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검찰의 수사권을 언론에서는 집중조명하고 국회에서는 식물국회에서 동물국회로 자연의 생태계를 보는 듯하다.
이러라고 다수당으로 국민들이 선출해준 것은 아닐진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아니 폭주는 이미 속도계의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에 대한 민심의 수습보다는 검찰수사권이 먼저라는 분위기다. 참고로 필자는 검찰에 대해 불가원 불가근의 기억뿐이다.
법의 날을 앞두고 검찰 지검장을 인터뷰했던 기억과 걸핏하면 참고인으로 불려가 무혐의로 끝날 조사를 알면서도 반복했던 날들이 있었다.
처음 불안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검찰의 선입견은 조사과정에서 검찰도 사람이고 때로는 정의감과 사명감에 진실을 추구하는 검사도 겪어보았다.
같은 동종업계 기자들의 지속적인 허위 제보에 시달리면서 혹독하게 치른 수업 과정은 훗날 필자 자신을 변호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내공을 쌓게 됐다.
사실 검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한민국 검사를 뭘고 알고”라며 폼잡는 사람보다는 내부적 위계질서 유지와 사회정의를 위한 나름대로의 자존감이 강한 조직이다.
특히 사법고시 기수와 기소에 대한 판사의 판결은 승진과 검사의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대략만 봐도 검사의 위치는 일국의 사법권 상층부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엄정한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 직분이며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도 따르는 것일진대 어쩌다 검찰수사권이 국회의 의결 방망이에 좌지우지 되는 처지에 이르렀을까.
이제 국민들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자 사안이기에 소중한 시간 할애를 당부해본다.
먼저 지난 4월 30일 제396회 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됐다.
입법 절차는 3일 마무리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공포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대폭 축소돼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된다.
앞서 국회는 4월 27일 회기 종료로 무제한토론이 종결됨에 따라 4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이 뽑아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독주도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어린이들로 표현하자면 다수당의 횡포에 삐진 것인데 아닌 건 아니라 표결로 표현해야지 싫다고 안 놀아 준다는 것과 뭐가 다를까.
이번에 개정된 검찰청법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하고 부패범죄, 경제범죄만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놓고 말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범죄수사를 검찰 손에서 빼놓자는 의미다.
이쯤되면 경찰은 만만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검사나 경찰이나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자칫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면 이는 새로운 국면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모든 운영에 대한 정보 청구와 털어서 먼지 날 국회 청문을 고려한다면 누가 감히 총대를 멜 수 있을까.
이제 검수완박이 통과됨에 따라 별건 수사 금지를 명문화하고 경찰수사에 대한 이의신청권자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자동 상정돼 표결 처리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수완박 입법은 완성된다.
따라서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검수완박 법안은 9월초 시행될 것이다. 뒤늦게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며 청와대 앞에서 난리를 치지만 이 또한 국민들의 신뢰보다는 실망을 더할 뿐이다.
어쩌다 엄정한 사법권한이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에 맞물려 범죄자들의 행보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질까.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74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일거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을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 채 강행 처리로 결정한 것이다.
오죽하면 입법 전쟁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한뜻을 표했던 정의당까지 이탈을 선언했을까. 이제 검찰의 칼날이 칼집만 남아 다양한 범죄발생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피할수 없게 된다.
국민의힘은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입법 저지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의 구성원이 정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임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미 뽑힌 자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싫으면 다음 선거에서 안 뽑아주면 그만인데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우리가 남이가”내지 선심성공약이나 비굴한 미소에 다시 뽑아주는 우를 범하기 때문에 다 소용없는 것이며, 그러한 기억상실이 먹힌다는 점을 알기에 강행하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합법을 활용한 무법천지를 만드는 정치권이나 그래도 다시 선출해 주는 유권자 둘다 공범이다.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만 알게 될 것이며 그러한 결과치가 현재보다는 후손들이 감당해야할 일이기에 더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바라자면 후손들이 적어도 수 십년 정도는 지금의 아래위 위계질서라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야 할텐데 개인의 욕심으로 망쳐놓은 사법질서에 된통 당한 후손들이 늙고 추한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그리 친절할 필요나 이유가 있을까.
향후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약자와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 세상 어떤 일이든 일장일단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검수완박의 일단이 참으로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법안이 통과되면 손발을 잃은 검사의 기소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기능과 역할은 후퇴할 수 밖에 없으며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면죄부는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지방선거일에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하자는 제안에 절반 이상의 찬성여론이 나왔을까. 이쯤 되면 국민을 완전호구로 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완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