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41회 스승의 날 교권 살려야
[덕암 칼럼] 제41회 스승의 날 교권 살려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13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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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군사부일체’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라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물론 천만의 말씀이다.

임금은 지금의 대통령인데 너도나도 동네 아이들 이름 부르듯 함부로 대해도 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묵과되고 스승은 교직원·교사로 불리며 정해진 틀 안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수 십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교권 추락의 현실은 일선 학교 교사들의 사기저하와 무사안일주의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필자가 오랜 취재생활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 중 약 10년 전의 일이다. 스승의 날 마땅한 주인공을 찾다가 교육 지원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고 교장은 학교의 대표성을 가졌으니 교육장이야말로 가장 상징적인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전면 특집으로 보도하고 평소 공교육의 장·단점에 대해 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에 대한 보답을 논해 옴에 따라 가장 소통이 잘 되는 학교장을 섭외해 릴레이식 취재를 부탁했고, 그렇게 시작된 관내 학교의 특별취재는 신문의 전면을 수십 차례나 채우는 소중한 뉴스 소재가 됐다.

물론 인터넷뉴스에는 해당 학교의 이모저모와 홈페이지를 연동시켜 학생들로부터 1년 내내 수 만건의 답 글을 받을 수 있는 행복한 보람이 뒤따랐다.

학교장·교사·학생·학부모 대표들과 함께 각자의 입장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공교육의 단점은 여지없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다양하게 쏟아졌다.

녹음을 하고 오·탈자를 수정해서 수십 장의 사진까지 곁들인 취재내용은 이듬해 한 권의 책 ‘청소년의 꿈을 위하여’로 발간돼 일선 학교 도서관에 꽂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렇게 시작된 학교와의 인연은 분기별 진로체험 교육, 청소년 대상 특강으로 이어져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까지만해도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공교육의 정체된 현실과 달라져야할 미래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다.

이후 2008년 강원도 태백의 모든 학교를 다니며 같은 방식으로 릴레이 취재를 할 수 있었고 해당 지역의 농어촌특별전형의 혜택을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학생들의 면학분위기, 학부모의 직·간접 협조, 특히 일선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는데 과거처럼 엄격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시대변천에 따른 고급 학습법과 학생들 또한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리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신중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문제아 또는 걸림돌은 있게 마련이고 이 점은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친구의 유명한 대사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하며 학생들의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던 시절, 지각하던 학생들을 교문 정문에 줄줄이 엎드려 놓고 몽둥이로 패도 문제가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5남매·7남매 키우던 시절에서 하나뿐인 귀한 자식이 학교에서 혼나고 오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학원폭력금지라는 법률적 용어가 등장했다.

어쩌다 뺨이라도 칠 라면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게 예사고 숙제 안해 오면 혼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안하면 어쩔 것이냐는 민원제기가 남발하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 간에는 서로 다투다 코피도 나고 그러다 다시 사과하며 친해지기도 했던 환경에서 말만 함부로 해도 언어폭력에 해당되어 학폭 위원회에 회부되는 상황으로 달라졌다.

그렇다고 학원폭력이 근절되고 음주·흡연이 사라졌을까. 실제 통계를 보면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았다.

성경험이나 기타 음란물 노출, 가족의 해체로 발생된 청소년의 성장환경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더욱 암담한 미래를 예고했다.

이제 추락한 교권이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근엄한 위치를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 군사부일체는 동등한 위치로 추락했다.

무릇 어떤 문제든 원인은 모두 자신에게 있었다. 학원폭력 근절의 원인도 일부 교사들의 무리한 감정적 폭력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며 학생들 간의 상호 경계나 1등만이 살아남게 만든 사회구조는 기성세대들이 파놓은 삶의 함정이었다.

학생의 자질과 성향이 존중받아야 함에도 오로지 수능 시험성적을 잘 받아 좋은 대학을 가고 그래야 명문학교로 인정받게 됐다.

교사들은 이러한 목표에 발맞춰 지혜보다는 지식을 더해주는 안내원이 되고 마는 것이며 허울 좋은 창의·인성 혁신은 단어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제간의 정이 두터울 때 어떤 현상이 생길까. 단순한 예로 졸업한 후 존경하는 스승님을 찾아 카네이션과 선물을 전하는 제자들이 얼마나 될지를 보면 현주소를 알 수 있다.

평소 사제간의 공감대가 좋은 대학의 수단이기 이전에 지식과 지혜와 사람 사는 삶의 가치 기준을 배우는 귀한 감정이라면 우리사회가 지금보다는 더 돈독할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미래를 위한 묘목 심기다. 푸른 숲을 기대한다면 산림청 직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 숲을 울창하게 하려면 대한민국 교사들의 열정과 배려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수적이다.

훌륭한 스승이 현명한 제자를 육성하는 것이니 이에 대해 정부는 적절한 예산을 투입하고 학부모는 교권의 존엄한 가치를 존중해야 할 것이며 학생들은 스승에 대한 예의와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

그러한 세상을 위한 실천으로 오는 18일 ‘미래학교 교육발전 위원회’가 전국 조직으로 구성된다.

미래 교육환경 조성과 교육혁신을 통한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발대식에 필자가 경기도 위원장을 맡아 31개 시·군 대표들과 학생들의 미래 환경개선을 위한 제도권 진입을 시도한다.

교사보다 스승을 위하는 날, 사기가 진작되고 그 사기는 곧 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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