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세상에 제일 무섭고 소중한 벌
[덕암 칼럼] 세상에 제일 무섭고 소중한 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20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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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여러분은 무엇을 무서워할까, 가난한 사람은 배고픔을 무서워할 것이고 먹고 살만하면 혹여 닥칠 병마가 무서울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눈에 보이는 것 중 무서운 게 무엇일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벌과 뱀이 무섭다. 심지어 밤길에 공동묘지는 지나갈 수 있어도 한번 뱀이 지나간 자리는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유년기부터 태백산맥의 깊은 골짜기에서 성장한 지라 귀신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간혹 공포 영화를 봐도 그리 실감나지 않는 건 타고난 천성일까. 

다음 두려운 게 벌이다. 죄를 지어서 받는 벌도 벌이겠지만 깊은 산중이나, 야산 심지어 도심에서도 한번쯤 윙윙 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소름이 돋을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 

물론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어릴 적 말벌한테 쏘여 된통 혼난 적이 있었으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트라우마를 느낀 것이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벌이 그리 살벌한 곤충이 아니라 고마운 존재임을 알게 됐다. 

백과사전을 보면 벌은 개미 과에 속한다. 그 종류만 해도 10만종 이 넘고 한국의 경우 약 2천 종이 있다고 한다. 벌은 입으로 꽃가루를 수집하고 다니는 바람에 많은 꽃과 시굴들의 수정이 벌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대충 지나치는 과일도 벌이 없다면 상상 그 이상의 재앙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오래 봄부터 벌의 실종에 대해 심상찮은 뉴스가 연일 쏟아졌다. 

양봉농가는 말할 것도 없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전문가들의 전언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작물의 71%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 벌이 사라진다면 과일 생산의 23%, 채소는 16%, 견과류는 22%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견이다.

 %별로 보자면 별것 아닐 수도 있고 농업기술의 발달로 부질없는 염려 같지만 실제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은 물가인상과 더불어 밥상차림의 일선 주부들이 체감하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벌의 멸종이 곧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염려도 나왔다. 이 같은 벌의 실종에 대한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와 자본주의 농업화가 재래식 전통농업에 비해 소득주도형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비닐하우스에 덮힌 식물의 성장환경, 농약과 각종 인위적인 조건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양봉은 벌을 인위적으로 길러 종자나 숫자의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꿀을 채취하기 위한 목적뿐이니 당연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굳이 고기만 얻기 위해 동물의 생태계를 무시하고 되지나 소, 닭만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찌하든 여러 가지 이유로 2017년 12월 슬로베니아가 주도하고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총 115개국에서 결의함에 따라 매년 5월 20일을 벌의 날로 정했다.

2018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5회째 되는 날이다. 국내 언론에서도 벌의 날을 앞두고 각종 통계와 예상밖의 자연현상을 집중 보도하는 등 벌의 존재가치에 대한 재 조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중 눈길을 끄는 건 꿀벌의 멸종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안에 사라진다는 주제로 모 언론에서 방송된 내용을 참조하자면 1955년 사망한 인류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경고에서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이 없으면 식량도 없고 인류의 먹거리 고갈로 인해 식량전쟁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전쟁은 식량생산의 급격한 저하로 이어져 빈곤의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어야 할 인력이 총과 칼을 들게 되고 비옥했던 땅은 피로 물들 것이며 추수에 나설 여자들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종말, 지난 3월 19일 농촌진흥청과 한국 양봉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4,173농가 39만 517개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보고다. 

벌통 1개당 약 1만5,000마리의 벌이 사라졌으니 산술적으로 보면 60억마리 이상이 실종된 것이다. 당장의 농가 피해금액만 1,000억원이 넘지만 그보다 더 큰 재앙은 올해 가을 과일, 야채 등 농산물가격의 인상에 대한 대책이다. 

평소 양봉을 하던 농가에서도 단순한 우려를 넘어 수확 철에 겪어야 할 자연재해 현상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양봉농가에서는 꿀을 모으기 위해 벌통 안에 사양기 라는 게 있는데 빼곡하게 집이 지어져야할 자리가 텅비어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대단해도 이것까지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는 꿀벌의 실종, 이제 참외 딸기는 지금같은 가격보다 월등히 인상될 것이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거 당연한 것이다. 

이미 벌통 값도 1개 1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고 꿀 가격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방식이든 자연이 내리는 벌을 달게 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며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제 5회 벌의 날이다. 이제 코로나가 종식되는 분위기지만 하루아침에 그리 달라질 건 없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어찌하랴 각자의 삶은 각자의 노력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지 누가 챙겨 주는게 아니다. 

벌 중에는 호박벌이라는 종이 있다. 평균 몸길이 2cm 날개는 0.7cm, 계산상 날 수 없는 몸 구조 이지만 200km나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벌이 난다고 죽을힘을 다해 나는 것인데 날아야만 살 수 있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기적이다. 만물의 영장 인간이 이 작은 곤충보다 못할 이유야 없지 않은가. 

동해안 산불도 타고나서야 새로운 작물이 생겨나듯 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게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인간의 의지는 꿀벌보다 더 위대한 희망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각자 처음 위치로,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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