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 기업제재·피해자 구제대책 마련 시급
가습기살균제 사건, 기업제재·피해자 구제대책 마련 시급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22.05.20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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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K케미칼
사진 = SK케미칼

[경인매일=윤성민기자]2011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인해 폐손상 등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해졌음에도 기업에 대한 제재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 이후 2017년 8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던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로 확대됐다.

◆2011년 6가지 제품 위해성 발표 수거

2011년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세정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제품 수거에 나서지 않았다가, 그해 11월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파는 6가지 제품에 대해 위해성이 확인됐다며 수거에 나섰다. 그리고 2012년 2월에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인산염과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는 SK케미칼(당시 유공)이 개발한 1994년부터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20개 종류가 연간 60만 개가량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894만∼1087만 명에 이른다.

사진 = SBS뉴스 캡쳐
사진 = SBS뉴스 캡쳐

◆피해 보호자들 및 시민단체, 확실한 대책 마련 요구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자 보호자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는 정부와 기업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20일 한 인터넷사이트에는“명분 없는 막가파식 조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글이 올랐다.

내용을 보면“현재 피해신고자만 8천명에 육박하는데 SK를 대변하는 조정위원회와 그에 동조하는 가해기업들이 정한 총액은 9000억 원대 수준”이라며“처음부터 이 전 국민 초대형 대참사에 말도 안 되는 총액이 잘못 된 것이고 총액이 적으니 정해진 총액에서 악질적으로 기만적 산정이 이루어지는 것 입니다.옥시 와 애경이 이 말도 안 되는 총액을 수용만 하면 모든 게 다 해결 되는 듯이 몰아가고 있지만 옥시 뒤에 숨은 증발 된 배후 원흉은 SK케미칼 과 대한민국 국가정부입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원료를 개발한 SK그룹(당시, 유공)은 인체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옥시RB와 홈플러스 및 애경산업 등에 원료를 판매했다”면서 “제품을 유통한 기업들은 출시과정에서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면서‘인체에 해가 없다’는 극악무도한 거짓 살상 광고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원료를 개발한 SK케미칼(당시, 유공)은 성장 저해 시험 이란 걸 의뢰해서 유독물에 해당한다는 시험 결과를 받았음에도 99년도에 이미 유독물이라는 데이터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독성 정보에 대해서 20년 가까이 옥시 등 살균제 제조/유통 업체들에 이런 정보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결국 가습기 살균제로 이 물질이 그대로 쓰이게 됐다”며 “원료물질 책임 업체로서 SK케미칼(구 유공)은 살균제 제품 제조/유통 업체보다 1차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또한 가습기살균제참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국가의 규제 입법 부작위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개발되고 유통/판매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해 대기업들보다도 먼저 1차적으로 국가(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고 직접적이라는 걸 보여준다”면서“규제 당국인 정부(국가), 제조사, 판매사 와 함께 원료공급업체로서 SK케미컬의 책임 또한 매우 크고 무겁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당국인 정부 (국가) 와 제조, 판매, 원료 공급업체로서 SK케미칼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겁다는 사실을 옥시 뒤에 숨어 비겁하고 치졸한 수법으로 은폐하며 11년째 언론플레이로 자신들이 죽인 사망자를 또 죽이며 사망자 유가족들 과 피해자들을 빨리 죽으라고 기만하고 분노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징금은 5200만원 뿐

2011년 11월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이 내려졌음에도 기업을 상대로 한 제재는 수천∼수백만원의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가습기살균제를 안전하다고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등 4곳에 과징금 5200만 원을 부과한 것이 전부였다.

◆정부 차원의 피해자 조사 필요

정부 차원의 피해자 조사는 2013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나서야 시작됐다. 정부는 2013년 7월∼2014년 4월, 2014년 7월∼2015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1, 2차 조사 때는 530명이 피해 조사를 신청해 221명이 피해자로 최종 인정됐다. 이후 정부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3차 조사를 마감했지만, 사건이 언론 등에서 크게 다뤄지는 등 사회 이슈로 부상하자 2016년 5월부터 4차 피해자 신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2016년 2월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유통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4월 초에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롯데마트 PB제품)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손상을 유발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대표와 관계자 2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는 검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사건이 드러난 지 5년 만에 뒤늦은 공식 사과를 했고, 존리와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은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이 가운데 신현우 전 옥세리켓벤키저 대표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2019년 7월 23일 SK케미칼 홍지호(68) 전 대표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각종 국정감사 자료 등 기밀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환경부 서기관 최모(44) 씨 등 26명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써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처음으로 알려진 지 8년 만에 관련 수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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