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덕암 칼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5.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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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46년 9월 1일 출생, 2009년 5월 23일 새벽 사망.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오늘 그는 떠났고 많은 국민들에게 노란색의 의미를 가슴 깊이 심어주었다.

강물은 결코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전략과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꿈과 의지에 의해 이뤄진다는 등 많은 어록을 남긴 그는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 돌리지 말라며 국민 의식의 변화를 기대했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만드는 힘은 국민에게 있다며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믿음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자신의 의지를 천명했던 그의 정신적 영향력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의 긴 아픔도 미처 성숙하기도 전에 격동의 시대를 맞이했던 우리 시대의 현실적 욕구에 할 수 있다는 쐐기를 박았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참 좋은 분으로 남아있다.

말 한 마디에 트집잡혀 탄핵 바람도 타보았고 퇴임후 손녀 사랑에 자전거 타고 봉하마을을 거닐던 그가 62세라는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명언으로 모든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하기를 바랐던 그가 최근 대선과 지방선거에 어떤 의미로 와 닿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국민의 불신과 적대감을 모으는 것이 정치가 수지맞는 수단이라며 국민들의 판단이 선거에 영향력을 끼칠 여지를 명확히 주장했지만, 여전히 광복이후 국민들의 순진무구함은 달리 변함이 없다.

그러기에 정치인들의 음모와 협잡이 지금도 가능하며 앞으로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가 남긴 말처럼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기에 그에 대한 결과는 참으로 발전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공정하게 세금 걷어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했더라면 이 나라는 지금보다 수 십배는 더 잘살 수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도 늘 빈부격차가 심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용되지 않았기에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한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할 임금의 역할을 한 것이며 대통령 전과 후의 제 기능과 역할을 못했기에 비교우위에서 잘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역대 조선의 임금도 일장일단이 있을진대 어찌 현대사회에서 무리로 권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거에 이긴 자들이 전리품을 나눠 갖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보은인사를 배척하여 개인과 무리의 안위보다 국민의 안녕을 먼저 생각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무리가 없으면 도착할 수 없는 권력의 정상, 그로부터 시작된 온갖 부정부패와 자리다툼은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라 다름없었다.

어쩌다 제 정신을 갖춘 임금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먼저 생각하다 졸지에 운명을 달리한 예가 어제 오늘인가.

이제는 어떤 게 옳고 그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바로 사는 것처럼 착각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깜냥도 안 되는 한량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었다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요직에 앉아 조직을 주무르니 조직의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에는 국민들이 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임에도 여전히 선거는 패거리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천권을 거머쥔 무리들은 돈 공천의 심증이 도처에 넘치지만 주는 자와 받는 자만이 침묵의 묵시적 동의를 나누고 있으니 어찌 사회적 공범이 아니라 할 수 있으며 과거로 비교하자면 매관매직과 다를 바 뭐가 있을까.

돈과 인재의 역량이 구분되어야 하며 인재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기르고 갖춘 자의 노력이 대우받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요직은 그런 자의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제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다시 정계에 올 수 있을까, 다시 온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체질개선은 가능할까, 필자는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는 국민들의 견해와 판단기준이 전보다 높아졌으며 그러기에 대충 입성하던 과거와 달리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도전조차 못하는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13주기를 맞이하여 42세 때 정계에 입문한 뒤 민주민족세력의 군사독재 유산인 영·호남간 지역대립 극복을 위한 동서화합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남다른 정치 역정을 걸었던 그가 세상을 등진 이유는 지금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2002년 21세기 첫 대통령으로 파란만장한 5년을 보내다 퇴임 중 친인척 수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사저 뒷산에서 투신하기까지 누가 그 결과의 부역자이며 방관자일까.

지금도 그 자들 중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되어 민주화의 전사였음을 강조하는 위선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13주기를 맞이한 그의 추모식에 누가 참석할까. 그의 사망으로 인해 누가 가장 큰 반사적 이득을 보았으며 그 이득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는지, 사유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가 탄핵당할 때 그만 잘못했는지, 아니면 측근에서 원인 제공을 하고 막상 일이 터지면 병풍 뒤에 가려지는지 한번 정도는 살펴봐야하지 않을까.

언론에서는 그가 경제를 망쳤다고 했고 당시 실세였던 자가 다시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전임자들을 줄줄이 감옥에 넣고 나니 국민들의 울분을 대신 풀어주는 영웅이 됐다.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독박 쓰고 또다른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된다.

아이러니다. 그의 추모와 존경까지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가 봉하마을로 가는 것이 대통령의 끝인 줄 알았지만 파고 또 파고 털고 또 털어서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았던가.

최근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야 여소야대의 방탄 국회가 있으니 그럴 리 없겠지만 그 국회, 유효기간 4년 짜리, 앞으로 약효 2년 남은 진통제에 불과하다. 검수완박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민심이고 ‘권불십년’이라했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또한 남의 일 아니겠지만 있을 때 잘하면 당사자 좋고 국민 좋고 후손까지 좋아질텐데 그 잠시 잠깐의 사욕을 못 참아서 역사 앞에 부끄러워지는 것일까.

빈농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외상으로 입학해 중학교 장학금으로 졸업한 과거,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사법고시 공부에 매달려 합격했던 그가 판사에서 변호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정치권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은 대통령 당선의 불씨가 된 바 있다.

고을 원님은 돈이 있거나 운만 좋으면 해 볼 수 있지만 일국의 지도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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