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외세는 빠져라, 우리끼리 살아야
[덕암 칼럼] 외세는 빠져라, 우리끼리 살아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6.0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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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제67회 현충일을 맞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엄숙한 날인 6월 6일 새벽 4시 45분 대한민국 7발, 주한미군 1발의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제삿날 난리를 친 것이나 진배없다. 한 나라의 추모가 정해진 날 이같은 상황의 발단은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명분이 있었지만 불과 반 년만에 18번이나 쏘아대는 미사일을 단순한 보여주기라고 볼 수 있을까.

앞서 6월 5일 오전 9시 북한 전역에서 총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3번째 쏘아올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단정 지었고, 핵에는 핵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나 고도를 보더라도 그 표적은 남한이다.

거리상 일본도 아니고 중국으로 날린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주한미군은 보란 듯이 죽음의 백조를 둥지에 대기시키고 언제든지 명령만 떨어지면 출격할 태세다. 엄청난 폭격으로 불바다가 된다면 그들이라고 가만있을까.

남북의 문제는 우리끼리 대화해도 시원찮을 일이다. 돌이켜 보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정답게 대화를 나눴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퇴임했다고 남북문제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면 그 회담은 하나마나다.

화려한 단어로 표현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고 불과 4년 전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만해도 김여정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바 있지 않았던가.

지구촌에서 영원한 평화는 없다. 물론 전쟁도 끝이 있겠지만 한반도 역시 현대판 화약고나 다름없는 지리적 배경 속에 수 천년이나 잘 버텨온 것이 다행인지 우리민족에게 시련같은 훈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살기 수월한 나라는 아니다.

휴전후 70년, 전쟁의 참혹한 상황은 전혀 남의 일이었다. 현재 80살 이상된 국민만이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는 전쟁, 불과 5년 전 대선바람이 불던 때 주한미군의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속속 집결하고 하와이로 미사일이 날아다녀도 정작 대한민국 국민만은 사재기나 일체의 요동도 없이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역사적으로 하도 시달려서 그런 것인지 전쟁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져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으나 평화와 자유에 익숙해진 현 세대들에게 전쟁이란 소설이나 스마트폰 의 게임 중 한 대목일지 모른다.

지난 2021년 탈레반의 승리로 끝난 아프카니스탄의 내전을 보면 미국은 20년간 막대한 피해를 입고 패전했다.

현대전에서 미사일은 밤하늘의 폭죽이 아니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어디로 갈 것이며 간들 망명국가라는 서러움은 어쩔 것인가.

지리적으로 연결된 북한과의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풀어야 한다. 러시아와 일본과 미국이 조선이라는 물고기에 낚시질을 하던 우화가 괜히 교과서에 실린 것은 아니다.

이미 1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 조선시대 한때나마 태평성대를 누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백성이, 아니 국민이 다리 뻗고 살만한 시절이 얼마나 있었던가.

이제 조금 살만한데 또다시 강대국들의 군수업자 먹이사슬에 고객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상일이란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 봐야 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때는 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떤 이유든 자멸하는 줄 알면서도 악수를 두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북한의 뒷배경에 중국과 러시아가 남한에는 미국이 으르렁 거리며 발톱을 세우면 사실 앞잡이나 마찬가지인 남북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과거처럼 총끝에 대검 꽂아 백병전을 벌이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이 어찌할 분야는 아니지만 최소한 급변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이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다.

평화란 최소한의 주고받을 게 있을 때 유지되는 것이지 마냥 외세에 의지했다가는 그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국방부는 현무5 극초음속 미사일 5,000발과 사거리 6,000km에 탄두중량 9톤의 발사영상을 공개했다.

6월 5일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를 보면 영락없이 남한이 타깃이며 국방부의 타깃은 북한이다.

이런 판국에 통일부 운영이 무슨 소용이며 문재인 정부 당시 철통같은 방위태세의 무장해제는 결코 평화의 프러포즈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양국의 정부와 국민은 물론 이념과 구조가 전혀 다른 세대로 자리 잡았다. 이혼한지 70년. 지금와서 각자가 잘 살면 되는 것이지 다시 머리채 잡고 코피 터지게 싸울 일은 없어야 한다.

뜻이 맞지 않으면 아파트 옆집에 살아도 얼굴 한번 안보고 사는 것이며, 부모·형제간이라도 철천지원수처럼연락 끊고 사는 것이 편하다.

통일부 운영할 돈이면 배고픈 결식아이들 밥이라도 먹이고 폭염에 헐떡이는 경로당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는 것이 낫다.

한민족의 운명에 외세는 빠져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 것이지 양쪽 모두 외세는 빠지고 얍삽하게 눈치나 살피며 기회를 엿보는 일본도 자국의 지진 걱정이나 하란 뜻이다.

북한은 체제유지가 필요한 것이고 폐쇄된 국정운영에서 하루 아침에 자유를 얻을 수도 없거니와 자유가 지나쳐 방종에 가까운 남한이 경직된 북한사회의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냥 놔두면 알아서 산다. 제 아무리 북한의 핵무기 능력이 뛰어난들 이유없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리 없을 것이고 먼저 건들지 않으면 명분없이 남한으로 폭죽을 쏴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 돈으로 평양이 아닌 변두리 인민들 끼니 걱정 안 하게 해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러니 뒷배들은 빠져야한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한의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미사일을 쏘고 말고 하는 것보다 서로 주고받을 것을 경제적으로 실속있게 나누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우리민족만이 공감하는 나눔의 여지가 한 두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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