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하나회와 부엉이 그리고 민들레
[덕암칼럼] 하나회와 부엉이 그리고 민들레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6.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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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리는 하나다. 무슨 술자리 건배사가 아니라 한때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던 엄청난 권력의 핵심멤버인 군의 사조직 명칭이다.

故 전두환씨를 비롯한 군부세력은 ‘하나회’를 중심으로 국가의 요직을 차지하며 모든 주요 부서를 장악하는 컨트롤 타워가 됐다.

그렇게 시작된 군사정권은 노태우 前 대통령까지 이어지면서 박정희 前 대통령으로부터 내려오던 군홧발의 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62년부터 1993년까지 총 30년 세월이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제14대 김영삼 前 대통령부터 민주화의 바람이 부는가 싶었는데 김대중·노무현 前 대통령까지는 그나마 잘 버텨왔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당시 한나라당 정권은 다시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두 사람 모두 철창신세를 지는 불행을 면치 못했다.

국민들은 한번씩 바뀌는 권력의 변화에 덩달아 춤추다가 신세를 망치고 줄 서려던 기업들도 하루아침에 정적의 표적이 되어 공중분해 되는 일도 예사였다.

정치란 의지만으로도 안 되고 측근들이 받쳐줘도 될까 말까인 생물이다. 따라서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여지가 없으니 일단 선으로 위장하고 훗날 악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서 거론한 하나회는 군인들의 임의단체였다. 법률적 검증이나 제한을 받는 게 아니라 개인의 감정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되는 사조직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엉이 모임’으로 국회에서 청문회 소재가 된 적이 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하마평부터 ‘민들레’에 대한 공사 구분이 논란의 소지로 거론되고 있다.

부엉이 모임의 구성원이었던 인물들이 국회의원과 장관을 겸직하며 너도나도 한번씩 국무위원을 차지하니 줄여서 표현하자면 시의원이 시청의 국장 자리와 겸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장이 임명하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는데 국회의석수가 과반수를 넘으니 방탄 국회라는 신조어도 나오는 것이고 야당의원들은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엉뚱한 인신공격이나 부동산 비리 등으로 트집을 잡았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통과시킨 사례가 허다했다.

그렇게 멀거니 닭 쫓던 개꼴이 돼버린 야당 의원들이 이제 여당이 되고 보니 윤 대통령의 방패막이가 되는 역지사지의 형국이다.

어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큰소리치며 후보자를 옹호하던 야당의원들은 슬슬 반대 입장이 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 벼르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 바빠 관련 법안의 개정이 무슨 뜻인지 왜 하는지조차 관심없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건물 연두색 뚜껑 안은 연신 뜨거운 용광로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前 대통령이 재임 당시 요직을 차지하던 부엉이가 이제는 민들레가 되어 임기 초반부터 대거 기용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리더가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쓰겠다는데 그래서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해보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하지만 직책에는 깜냥이 있는 것이고 그 검증에는 야당의원들처럼 침 튀기며 목소리만 높이는 인기플레이가 아니라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능력, 철학은 물론 경력까지 차분히 파악하여 쓸만한 인재라면 초당적인 인정도 필요한 것이다.

여당은 무조건 막아야 하고 야당은 끌어 내리려는데만 혈안이 될게 아니라 대통령이 추천했어도 여당이 반대할 수 있고 야당이 인정할 수 있는 후보 중심의 청문회, 기대조차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치권에서 이렇듯 신선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어두운 밤이라도 부엉이는 잠들지 않는다는 부엉이나 ‘민심 들어 볼래’라는 민들레나 단어의 의미는 참으로 들음직하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고 내막이 미공개인 사조직의 구성원이 공조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겸직으로 논란도 있었고 국정의 효율적인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가.

앞차가 덜컹거리는 과속방지턱을 금방 넘었음에도 같은 일을 되풀이 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향방이 몹시 우려된다.

70년이 넘도록 영남·호남의 지역감정이 남북갈등만큼이나 뒤섞여 있음에도 그것도 모자라 파벌 계보를 만든다면 몇몇 정치인의 대한민국이 될 소지가 있다. 어떤 곳이든 어둡고 습하면 곰팡이가 핀다.

반대로 햇볕이 밝고 공기가 잘 통하면 꽃도 피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듯 알고서도 전철을 밟는다면 전과 다를 바 없다.

어찌어찌 5년은 유지되겠지만 당장 2년 남은 총선은 안 치를 것인가. 이미 과반수의 야당들이 무엇 하나 흠 잡을게 없을까 하고 벼르고 있는 형국인데 이런 시기에 민들레의 등장을 과연 누가 반길까.

더 이상 얼마나 쪼개놓고 네편 내편으로 갈라놓아야 힘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는 동안 국민들의 한숨소리만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할 일이다.

틈만 나면 편가르기를 하고 내편이 아니면 다 나쁘고 내편이면 다 좋은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지도층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누가 어떤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든 간섭하거나 뭐라 할 능력도 위치도 못 된다. 하지만 패거리 정치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작 기용되어야 할 인재가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며 그 폐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부는 바다에 농부는 들판에 기용해야 한다. 하늘의 공기는 새가 알고 땅속의 습기는 곤충이 안다. 양반이 안방에서 온갖 정책을 짜내지만 안방에서 바깥 세상의 천기를 어찌 느낄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인재 기용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이를 지방에서도 고스란히 답습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탁수 하부정’이라 했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하나회든 부엉이든 독수리든 상관없고 민들레든 들국화든 국민들만 잘 살면 괜찮지만 지금까지를 돌아보면 그렇지 못했다. 알고도 가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사회적 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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