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박미경의 기자수첩]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06.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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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성황리에 종방을 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필력있는 작가의 오랜만의 신작으로 고두심,김혜자,이병헌,차승원,이정은,한지민,신민아,김우빈 등의 대한민국 연기파들의 총출동작으로 볼 수 있다.

어제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다가 오늘은 평범한 생선장수로 돌아오는 설정도 재미있다.

이 드라마 7,8화에 청소년들의 임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사랑을 하고 임신을 하는 설정 자체가 파격적이다.

성에 노출되는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임신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동안 이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없었다는 점도 신기할 정도다. 

작가가 이 점을 용감하게 부각시킨 점도 높이 산다. 기존 관습에 익숙한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러한 소재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 이들이 전교 1,2등을 다투는 여학생과 남학생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게다가 이들의 보호자들은 서로 친구이고 엄마 없이 이들을 키워나갔다. 

여학생 영주(노윤서 분)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두 사람은 아이를 지우기로 합의한다. 아기 아빠인 현이(배현성 분)도 처음에는 찬성하다가 나중에는 반대를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들도 아직 오지 않은 아름다울 20대에 대한 기대가 있다. 미래를 망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의 눈 앞을 흐리게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사회의 결혼과 출산은 꼭 결혼 적령기에 사랑을 나누고 이후로 합법적인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여서만 가능하게 구조화되어있다. 마치 그 이전에 하는 임신과 출산은 모두 범죄라는 태도이다. 세상에 완벽한 피임은 없다.

만약 외부적으로 임신을 중단하게 될 경우에 겪는 파장은 오롯이 여성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죄책감과 상처’는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여성의 몸이 모든 걸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홍칼리 작가의 「붉은 선」이라는 책이 있다. 한 어린 여성의 임신과 임신중단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정치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임신 중단 후 외상후 스트레스 후유증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예전에는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면 퇴학 조치가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넌 버려진 몸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그때 그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현행법으로는 여고생의 임신과 출산이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본인들이 임신중단을 선택하지 않고 행복한 결혼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면 어른들은 믿어주면 된다. 결혼적령기에 결혼을 하더라고 5-6년정도는 집에서 아이를 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한다. 이때 여성이 휴직을 많이 결정하게 되고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극 중 대화에 이런 말이 있다. 영주 아버지 호식(최영준 분)의 말이다. 

“영주야. 너는 앞으로 의사도 되고 병원장도 되고 얼마든지 멋진 세상을 살 수가 있어.”

하지만 6개월이나 된 태아를 중간하고 대학생이 된다한들 여성의 마음이 과연 편안할까 의문이다. 필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가꾸면서 살아가는 삶이 훨씬 더 멋있는 선택지로 보인다. 박완서 작가의 「그 가을의 사흘동안」이라는 소설에 과거 성폭행으로 아이를 낙태하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의사의 모습이 나온다. 엄청난 비극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태어날 수 있는 아이’가 영영 암흑으로 사라지고 그 부모는 평생을 아픔 소에서 살아가는 비극은 중단되어야 한다. 

아이를 혼자서 키우기 힘든 형편이라면 국가에서 ‘맘시터’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경력단절 연성들을 적극 활용하여 적절한 보수에 맞추어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공공기관의 보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육아지원금이 충분히 나온다고 하니 아이를 중단하게 하지 말고 어린 부모들을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극중 동식(이병헌 분)의 여자친구 선아(신민아 분)가 다리 위에서 만난 영주를 우연히 만나 밝은 얼굴로 ‘축하해’라고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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