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사항
[덕암칼럼]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사항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6.2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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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계약, 무슨 부동산거래나 근로계약에서 통용되는 단어인데 사소한 계약사항에 대한 이해의 폭이 다르다면 이는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피해보상에 대한 합의 범위는 문서로 규정짓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으며 글자 하나에 따라 쌍방간의 추가적인 대립 여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래서 계약에는 특약이 있고 일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면 특약사항에 확실한 판단기준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1965년 6월 22일 조인한 한일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날이다.

총 4개 협정과 25개의 문서로 구분된 이 조약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에서 벌어진 각종 침탈에 대한 보상 여부가 주요 내용이었다.

지리적 특성상 바다에 대한 어업협정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에 대한 법적 지위 및 대우, 그리고 한국이 일본에 피해보상의 여지를 전제로 받아야 할 청구권, 이 밖에 함부로 침탈해 간 문화재 등 여러 방면에서 양국간의 정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1910년 8월 22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발생한 것은 모두 무효이며,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합법정부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이때 부칙의 해석이 나라별로 다를 경우 영문본에 의존하기로 정했다. 영문, 미국 문법이 한일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독자 들이 판단할 일이다. 한쪽은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나라고 다른쪽은 전쟁을 이끈 전범국가다.

둘 다 미국의 영향권 아래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됐다면 이제와서 종군위안부나 강제징용의 판결은 왜 나왔을까.

이래서 계약은 개인이든 국가든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 투자한 모든 자본과 일본인의 개별 재산 모두를 포기하고 매년 3,000만 달러씩 10년간 3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한국은 일본에 더 이상 징징대지 않겠다고 한 것이고, 일본은 줄 만큼 줬으니 그동안 괴롭힌 것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경제협력까지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빠진 것이 개인보상이며,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57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이 어쩌고 일본 정부의 대응이 저쩌고 하며 갑론을박하는 모양새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은 일괄 배상이 되었으니 종군위안부 문제 같은 개인적인 피해보상을 묻지 말라는 것이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2019년 한일 무역분쟁으로 이어졌다.

이 또한 양국간의 계약사항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발생한 것인데 답은 간단하다. 일본이 한국에게 조상대대로 저질렀던 것만큼 그대로 똑같이 일본에게 행해주고 보상도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수용할까.

임진왜란부터 침탈의 역사와 살육의 증거들이 태산 같고 일제강점기 침탈의 흔적은 어쩔 것이며. 제2차세계대전의 희생양이 된 조선의 여성들과 강제 노동을 이기지 못해 낯선 타국에서 장례조차 제대로 못 지낸 영혼들을 대신하여 일본에게 똑같은 과거를 반복해 본다면 그래도 3억 달러에 모두 없던 것으로 하자고 우길 수 있을까.

한국의 유일한 약점이었다면 일본에 비해 약소국가였다는 것이며 힘의 논리로 볼 때 약자의 서러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와서 임진왜란때 빼앗긴 여성들의 아픔을 다시 보상하라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현재다.

현재 한국의 힘이 일본과 견줄만 하다면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협상에 응할 것이고 아직도 한국을 과거의 식민지시대 국가 정도로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계약조건의 이해 차이로 우겨댈 것이다.

필자가 계산하건대 당시 한국이 먹고살기 어려운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금전적으로 3억 달러가 아니라 3,000억 달러를 받아도 시원찮을 일들이 많았다.

사람, 자연, 문화재, 기술, 심지어 언어와 풍습까지 침탈당했던 날들, 같은 조선인들끼리 서로 신고하게 하여 친일파를 육성시킨 잔머리의 쪽바리 근성을 어찌 돈으로 종지부 지을 수 있을까.

이쯤되면 일본이 아직도 한국을 보는 견해의 폭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모르면 알게 하면 된다. 언제 지진이 나서 바다로 침몰할지 모르는 지형에 전범국가의 주역이기 이전에는 조선 침략 외에 별다른 역사적 배경도 없던 나라.

어쩌다 신식 무기 개발에 앞서다 보니 동아시아 점령에 진주만까지 선제타격을 서슴지 않았던 일본, 이러니 속옷도 안 입고 게다짝에 쪽머리를 올린 조상들의 품격이 후손들에게도 이어지는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에게도 미안할 줄 모르는 철면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논하자는 게 아니라 과거 일본인들이 저지른 과오를 현재의 후손들이 수습하는 과정에서 인정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의 일본정부 총리나 구성원들은 임진왜란 때나 한일간 협정이후 일제강점기 당시는 물론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기에 얼마든지 인정과 협의 여지에 융통성이나 명분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니라 우기는 건 혈관 속을 타고 흐르는 피가 문제다. 전범국가로 군사대국이었던 일본이 칼을 버리고 돈을 지향했으니 경제대국이 된 것이고 침략 근성이 몸과 피에 밴 후손들과 무슨 합의를 보겠으며 싸운들 이미 한분 두분 저 세상으로 가시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만 대안이 있다면 한국의 국력이 일본보다 강하면 된다. 같은 협상이라도 누가 어떤 위치에서 마주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일본이 수그러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일본을 미사일 표적으로 삼고 동시에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몰라도 그 전에는 눈도 깜짝할 일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력을 키워서 더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조용히 접든지 둘 중 하나다. 국제사회에서 보는 이목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Made In Japan 불매 운동을 제대로 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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