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노동과 노름의 차이
[덕암칼럼] 노동과 노름의 차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0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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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이 천대받고 한방에 대박을 터트리는 노름의 인기가 치솟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돈 놓고 돈 먹기의 노름판이 자연스레 사회저변에 확대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노동이 현실적으로 삶의 희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인데, 지금같은 추세라면 누가 땡볕에 삽질할 것이며 당연히 에어컨 바람 시원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지향할 것이다.

정부는 같은 임금을 주라 하고 그나마 근무 시간도 한정시켜 놓으니 돈 벌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출이 수입보다 크면 당연히 저축은 위축되는 것이고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외에 문화적 욕구 충족은 딴 나라 이야기에 그치게 된다.

이러고도 삶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 된다. 6월 28일자 본보가 1면 탑으로 보도한 제목은 “경기도, 1인가구 36% ‘월 소득 100만원 미만’…30대가 가장 많아”였다.

세부적인 내용이야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100만원 미만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30대 젊은이들의 주거환경을 보면 1인 가구의 67%가 60㎡이하의 비좁은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생활비 내역으로는 주거비 30%, 식료품 25%, 의료비25%로 나타났다.

남은 돈은 계산상 월 20만원도 안 되는데 이 돈으로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시절에 뭘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고 일선 현장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힘드니 아이러니다.

땀과 눈물을 잊었다. 누구도 땀 흘려 일하기보다 한방에 성공할 꿈을 꾼다. 주식하다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망해서 신용불량자 되고 인생을 망쳤다는 이야기는 흔히 듣는다. 그래도 주식을 한다.

로또 구입해서 당첨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주말마다 로또 판매점에 길게 줄을 서는 행렬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로또도 구입해야 당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주식도 사야 오를 수 있는 것이며, 그 어떤 것이든 공짜로 날로 먹는 건 강도나 절도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벌려고 해도 밑천이 있어야 가능하니 이른바 돈 놓고 돈 먹기가 성행하는 것이며, 그러한 배경에는 힘들게 일하지 않고 놀고 먹겠다는 습관이 지금같은 상황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게으른 국민은 정부가 돈을 퍼줘도 버릇만 나빠지지 별반 달라질 게 없다.

진정한 복지란 소외되고 그늘진 계층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너도나도 놀고 먹겠다는 언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단계도 그러하고 백 원짜리 비트코인이 백 만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뒤늦게 사지 못해 너도나도 후회막급이거나 누구는 주식으로 대박 났다는 소식에 애써 일하던 사람들은 허탈감과 절망감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연한 요행이나 소수의 출세를 위해 다수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면 이는 함께사는 사회가 구호만 요란한 것이며 선의의 경쟁보다는 이기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것이다.

노동이란 대가가 전제되어야 보람이 있는 것이기에 힘들더라도 견디는 것이지 죽어라 저축해도 하루 아침에 억대로 불어난 부동산 가격이 현실이라면 과연 누구를 탓하며 버틸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정책을 바꿔보지만 결과는 여전히 뒷북이다.

부동산 뿐만아니라 어떤 분야든 직접 관여하고 운영해 나가는 전문가들이 더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는 것임에도 보은인사로 낙하산 타고 온 비전문성 정부 각료가 걸핏하면 이랬다저랬다 하니 어찌 나라가 안정될 것이며 해가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한정된 틀 속에 일정 인구를 몰아넣고 점차 범위를 조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노동이 대우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귀족노동단체가 정치인들을 휘어잡으며 정책까지 뒤흔드는 세상 말고 평범한 노동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마음과 노동력이 하나로 현장에 투입될 때 사업주도 소득을 나누고 싶은 분배의 기초가 다져지는 것이지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 불안한 심경으로 정리해고를 기획하는 한 이 나라의 소득불균형은 늘 일그러진 형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노름은 어떤 형태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역사와 함께 공존했으며 나라마다 오락으로 자리잡아왔다. 말이 달리는 경마장도, 소를 싸움시키는 놀이도, 개싸움을 시키는 투견장이나 자전거로 경주하는 경륜장도 모두 스포츠라 하지만 실상은 노름이다.

얼마라도 내 놓고 딸 생각을 하며 투자하는 것이기에 적당한 선만 지키면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누구든 즐길 수 있지만 과하면 노름이다.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 주변을 가보면 전당포들이 즐비하다.

전국 각지에서 한방을 꿈꾸며 몰려든 꾼들이 본전을 건지려고 조금만 더 하다가 타고 간 차량까지 담보로 맡기고 빈털터리가 되어 여관방을 전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화투를 치던 손가락을 원망하며 자르고도 손목으로 친다는 말이 있을까.

노름빚은 모든 걸 탕진하지만 반대로 노동의 참된 가치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현재 한국은 노름민국이라 할 만큼 한탕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진정한 국력은 국방부의 미사일이나 대기업의 반도체 수출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이 건강할 때 기반이 탄탄해 지는 것이다.

지금처럼 너도나도 노동을 천대시하고 다양한 형태의 노름판을 기웃거린다면 망국의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책이 후퇴할 때 더욱 빠른 속도로 망가지는 것이다.

얼마 전 경찰이 도박전문사이트를 운영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일당을 검거했다. 합법적인 로또나 스포츠게임의 당첨을 이용한 사설 게임장인데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파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특성상 자신의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국가가 간섭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투기성 도박판을 방관하거나 고급정보로 쉽게 돈을 버는 관료가 많을수록 해당 국가의 희망은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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