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사람만이 사람을 낳고
[덕암칼럼] 사람만이 사람을 낳고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1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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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문명이 제 아무리 발달하고 모든 것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사람을 만들 수는 없다. 물론 복제인간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친 신생아는 오로지 인체의 신비에서 태어난 신성한 사람뿐이다.

남녀가 만나 자연스러운 본능에 의해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가 자궁에서 열달 동안 자라 한 명의 인간으로 출생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어떤 인위적인 행위가 더해져도 안 되는 것이다. 임신이후 인간의 자체 판단으로 태아를 낙태하는 것을 일명 지운다고 표현한다.

아무 죄도 스스로 피할 곳도 없는 태아가 마치 잘못 적힌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듯 산모의 판단에 따라 심장박동을 멈추게 된다. 물론 출산할 수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남녀 성차별이나 기타 장애아 출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낙태가 만연한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인정한 판결을 공식 폐기하고 한국도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까지 보완 입법하라고 했지만 3년째 논의가 지지부진해 입법 공백 상태다.

비공식 통계로 한 해 평균 5만 건 이상의 낙태 건수는 지금도 의료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실행되고 있으나 여성단체와 종교계 등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그후 낙태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갈취하거나 성폭행 대상이 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비현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편견도 문제다. 낙태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은 낙태한 당사자가 상당한 2차적 피해를 겪게 된다. 이처럼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을 협박하는 범죄가 이어지자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낙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관련 판결문 중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자기낙태죄’와 의사가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동의낙태죄’를 처벌하는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이 밖에 한국의 신생아들이 외국으로 입양되는 경우는 많아도 외국 신생아를 한국인이 입양해 키우는 경우는 훨씬 적은 편이다.

어쨌거나 낙태나 입양은 인구통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데 문제는 신생아들의 출생 외에도 노령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경제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 불임시술을 받게 되는데 과거 30년 전만 해도 예비군훈련장에서 빵이나 우유를 주며 훈련을 빼준다거나 보건소에서 홍보하러 다니며 시술 실적을 쌓은 시절도 있었다.

일명 묶었다고 표현하는 불임시술은 유행처럼 번지며 낙태의 발단을 없애는 가족사랑의 실천이기도 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그나마 일할 연령도 3D 직종을 회피하다 보니 분야별 명인도 대를 이을 후계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고 모든 것을 기계화, 첨단화, 빠르고 새롭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하고 한국 인구의 절벽에 대해 심각한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OECD 3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UN 인구통계에 따르면 198개국 중에서도 198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며 지금같은 추세라면 2750년이면 대한민국 인구는 제로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한마디로 멸종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대책이라고 내세운 것이 예산이다. 물론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비현실적인 기획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해마다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225조 원을 투입했고 지난 2021년에도 약 40조 2천억원 규모로 지출한것을 보면 한눈에 헛짓거리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수고용직 보험료 지원, 고교 무상교육 등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돼 있는데 저출산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이며 청년·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등 저출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산이면 모두 ‘저출산 예산'으로 포함한다. 현실적으로 출산과 보육에 필요한 아동 수당·난임 지원 확대 등과 같은 직접 지원 비용은 전체 예산의 절반도 안 된다. OECD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족복지 지출 비율이 선진국은 3%인데 비해 한국은 1.2% 수준이니 더 말해 뭐하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1990년대 초반의 출생 여성들이 약 70만 명인데 이들이 결혼을 많이 한다면 다소 기대해 볼 일이지만 코로나19로 한풀 꺾이고 대통령선거에서는 무출산으로 대를 끊어놓겠다는 협박까지 공공연히 나돌았으니 정치가 나라 꼴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면 틀린 말일까. 현실적인 대안은 복잡하게 풀어갈 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서양에서 무분별하게 들여온 인구감소정책과 페미니즘으로 여성들 표를 구걸하려 모든 분야에 여성우대 정책을 과도하게 시행하다 보니 여성 본연의 영역을 넘게 되고 정작 지켜야 할 고귀한 영역은 비무장 상태로 남아있게 됐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희생으로 생각하고 남성은 주택마련과 심지어 국방의 의무까지 희생으로 여기는 막장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가장의 돈벌이가 먹고 살만해야 하고 주부는 가장의 돈벌이로 가사와 육아에 부족함이 없다면 왜 맞벌이로 아이들을 남의 손에 키울 것이며 걸핏하면 사네 못 사네 하며 아우성을 치겠는가.

돈을 엉뚱한데 쓰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일해도 희망도 없고 저축해도 집값을 못 따라가며 아이들을 키워도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데 어떻게 키울 의지를 갖겠는가. 인간의 본능은 당연하다. 척박한 사막에서 어떤 동물이 함부로 번식하겠는가. 푸른 초원을 가꾸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일하면 먹고 살만하고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한 것이니 나머지 모든 대책은 헛짓거리에 불과하다. 1987년 7월 11일 세계인구가 50억 명에 도달한 것을 기념하여 UN 산하의 국제연합개발계획이 ‘세계인구의 날’로 정한 날 한국인구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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