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당주의가 잠식한 기초의회···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기자수첩] 정당주의가 잠식한 기초의회···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 김경현 기자 newsjooo@hanmail.net
  • 승인 2022.07.1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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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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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김경현 기자] 정원 34명 중 여야 시의원 동수로 일주일여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던 고양시의회가 지난 8일 의장에 국민의힘 소속 4선 김영식 의원, 부의장에 더불어민주당 3선 조현숙 의원을 선출하고 제9대 의회 개원식을 가졌습니다. 자칫 주말을 넘길 경우 10일 이상 시의회 공전 상태가 계속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양당 극적 합의로 개점휴업 장기화를 면하게 됐습니다.

이에 앞서 파주시의회는 7월 1일 임시회를 열고 의장에 민주당 소속 재선 이성철 의원, 부의장에 국민의힘 재선 윤희정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의장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의지해 당선된 이 의장이 탈당계를 제출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이에 민주당은 그를 지난 7일 제명 처리했습니다. 애초 정원 15명 중 민주당 8명에 국민의힘 7명이었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다수당이 뒤바뀌게 됐는데요.

6·1 지방선거 결과만큼이나 제9대 고양시의회와 제8대 파주시의회 개원 과정도 다이내믹했습니다. 그 이유는 양 기관 모두 의장직을 놓고 당대당 또는 당내 갈등이 심했기 때문으로, 개원하면서부터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풍경이 연출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초자치단체 의회가 정당주의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기초의회 의원 구성은 정당 공천제에 기반 합니다. 이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 정치’를 실현해야 할 기초의회가 정당주의에 빠져 ‘시민 대변’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단체장이 시의회 다수당 소속이면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마치 중앙정치를 옮겨놓은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행태는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1991년 부활해 2020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의장의 사무처 직원 인사권 등 기초의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행부 감시·견제 기능 강화와 중앙정치로부터의 분리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정당주의가 깔려 있어 기초의회가 중앙정치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겁니다. 때문에 시민들이 국회발(發) 여야 대치와 비슷한 지역 뉴스를 접하는 게 일상이 돼 버렸고요.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지역 정치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정책을 내고, 토론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기초의회가 사사건건 정당 논리에 빠져 이해득실을 따지기 일쑤니까요. 지역 사회를 융성하게 하고,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데 정당 이기주의가 파고들 자리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당주의로 인해 개원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미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 폐지는 여러 차례 붉어진 사안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정당 이기주의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기초의원들만 탓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견이 다른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하명(?)을 거부하는 건 기초의원에게는 다음 공천을 반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기자는 이 지면을 통해 새롭게 출범한 고양시의회와 파주시의회, 더 나아가 전국 기초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기초의회 정당 구분은 시민을 위한 게 아닙니다. 기초의원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지역구 당협위원장이나 도당위원장이 아니란 겁니다. 오로지 기초의원에게는 첫째도 시민, 둘째도 시민, 셋째도 시민이 있을 뿐입니다. 이는 협치를 논하기 이전에 기초의원이 다해야 할 책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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