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당락의 희비애락
[덕암칼럼] 당락의 희비애락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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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가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투표를 마친 시간부터 출구조사가 시작됐지만, 이번 선거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도 드물었다.

필자가 24년간 12번의 선거를 취재, 보도해 보았지만 대부분 개인적 자질이나 정치적 철학보다는 선거 당시의 바람을 타고 공천만 잘 받으면 당선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이러니 노력하는 후보보다는 줄 잘 서는 후보, 공천권자에게 금품이나 눈도장을 찍으려는 후보가 당선되어 4년간의 영화(?)를 누리는 것이다.

언제나 개선될까. 기다려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지난 대통령 선거도 박빙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 났고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전성시대가 마감되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싹쓸이한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힘의 균형이 갖춰진 모양새다. 정치인이 잡고 있는 권력은 이론상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이는 선거 할때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선거가 끝나면 임기에 들어간 정치인이 갖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국민들이 양쪽의 손을 고루 들어주었다. 뒤늦게야 아차 싶은 더불어민주당이 자책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황이다. 이때다 싶어 국민의힘은 신이 났다. 마치 당명대로 국민들로부터 힘을 얻은 분위기다. 어쩌면 이렇듯 철이 없을까.

불과 8년 전만해도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어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쳐다도 안 보고 대통령은 감옥에 들어가도 강 건너 불구경에 일각에서는 박수까지 쳐댄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국민의힘이 잘 해서 대통령 뽑힌 것도 아니고 지방선거에서 손을 들어준 것도 아니었다.

언제 어느때 민심의 바람은 질풍노도처럼 방향을 바꿀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어림짐작 하자면 경제는 엉망이요, 국민들은 서로 경계하며 불신사회로 가고 있으니 언제 다시 제3정당의 창당쪽으로 몰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번 대선이나 지선에서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한 표를 행사한 것이지, 원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찾기 어려웠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경기도 안산시장의 당락에 대한 재검표가 이뤄지는 날이다.

이민근 현 안산시장과 제종길 더불어민주당 전 후보자로 당락의 결과로 나타났지만 181표라는 전국에서 가장 근소한 표 차이에 대해 제종길 후보 측이 재검표 소청을 했고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요건심리를 진행한 결과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늘 경기도선관위는 수원시 장안구 보훈 재활체육센터 종합체육관에서 재검표를 하게 된다. 181표, 어떤 의미일까. 안산지역 총 투표수 26만 586표 가운데 제종길 후보는 11만 9,595표로 46.45%를 얻었고 상대 후보인 이민근 후보는 11만 9,776표로 46.525%를 얻어 당선된 것이다.

개표 당시 검표기에는 제종길 후보가 424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잠정 무효표에 대한 수기 검표 이후 181표로 역전된 것이다. 제종길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수기 검표만 볼 때 상록개표소 94개 개표함에서 이민근 후보가 53개, 단원개표소 95개 중 75개 등으로 압도적으로 이겼으며, 잠정 무효표에서도 유효표가 된 수도 제종길 후보보다 두배 이상 나온 투표소가 53개나 됐다고 주장했다.

검표기에 의한 두 후보의 득표율을 고려하면 일어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제종길 후보 입장에서야 안타깝고 속 쓰리겠지만 이미 취임 행사까지 마친 이민근 안산시장 입장에서는 더 측은하게 여겨질 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 했던가. 선거가 끝나면 너도나도 자신이 시장 만들었다며 떠벌리고 있다. 필자도 다물었던 입을 떠벌리자면 대서특필하며 홍보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181표의 표차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이 선거에 개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도 여야 정당에 대한 힘의 균형을 추구했고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안산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8년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받았고, 국민의힘을 적절히 응원하여 균형을 이루려 했지만 받아줄 인물·환경·기본도 되어 있지 않았기에 선거 때마다 공염불에 그친 날들이었다.

경기도선관위는 재검표가 예정됐던 용인시 기흥구 제4선거구 경기도의원 선거 투표지 재검표를 취소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경기도선관위는 해당 선거구 선거에서 낙마한 국민의힘 우태주 후보가 최근 경기도선관위 측에 당선무효 소청 취하 의사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자영 당선인이 1만2천360표를 얻어 1만2천103표를 확보한 우 후보를 257표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이번 지방선거 또한 억대 금품설이 나돌며 제보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했지만 국민의힘에 힘을 빼면 시장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기에 자제했다.

때마침 제종길 후보에게 공천권을 빼앗긴 윤화섭 후보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도 지난 4년간 지독하게 당했던 소송이나 언론탄압의 보복을 갚을 절호의 기회라 여겼지만 이 또한 자제했다. 물론 윤화섭 후보에 대한 언론보도는 더불어민주당의 표가 제종길 후보로 가면 갔지 이민근 후보에게 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힘의 균형을 위하여 어렵사리 인내한 보도의 결과가 181표의 차이라면 과언일까 망상일까. 이제 재검표는 하겠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했다가 번복되면 몰라도 안 되면 더 씁쓸하지 않을까. 이래서 유권자의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유권자도 후보자도 이번 재검표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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