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배려가 권리로
[덕암칼럼] 배려가 권리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1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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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몸이 아파서 일을 못 하면 나라가 구제해 준다. 참으로 대한민국 복지수준은 많이 향상됐다. 정부는 지난 7월 3일부터 몸이 아파서 일을 못 하는 국민들에게 하루 4만3,960원씩 최대 120일까지 상병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경우 몸이 아프면 무급 휴가를 쓰지만, 수입이 줄면 고정 지출에 대한 대책이 없다. 바꿔 말하자면 이번 정부의 대책은 몸이 아파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우선 서울 종로, 충남 천안, 경기 부천, 경북 포항, 전남 순천, 경남 창원 등 6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25년에는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어떤 것이든 다 뚫는 창이 있으면 어떤 창이든 다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생긴다고 했던가.

한국인의 특징인지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대책을 내 놓아도 이를 남용, 심지어 악용할 지혜를 짜내는 데는 달리 막을 재간이 없다. 꼼꼼하게 짜놓은 단속 기준이나 관련 법의 제정도 어떤식이든 피해 가는 반대 수단이 입법도 하기 전에 바로 등장하니 그 속도 또한 전광석화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실질적인 수혜자인 아픈 국민들이 먹고살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필요하고 귀한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가 얼마나 아파서 쉬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없이 이를 적용한다면 꾀병이나 좀 더 쉽게 일하려는 얄팍한 잔머리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도 고려해야 한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지라 처음에는 좋은 기획으로 출발했다가도 어찌한 이유로 접거나 개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바 실패한 정책, 즉 실정인데 그 원인은 정책을 기획한 자의 섣부른 실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이를 선의의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 저급한 국민이 있다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가령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해도 밤늦게 음주 광란의 장이 되었다면 이는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일이 된다. 배려가 권리로 돌변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나름 좋은 마음으로 배려했다가 되레 이용당하거나 이를 권리로 확대 해석하여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취한다면 누가 배려할까.

이래서 일부 몰지각하고 염치없는 부류들로 인해 열었던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이며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 지는 것이다. 배려는 양보와 위해주는 마음이 전제지만 권리는 책임이 동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출근 후 비어있는 공간에 타인이 주차할 수 있도록 양보했는데 정작 퇴근시간이 되어도 비켜주지 않으면서 되레 큰소리친다면 그 다음 어떻게 될까. 당연히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주차금지 표지판이라도 설치할 것이며 혹여 다른 차가 주차하면 난리를 치며 차를 빼라고 으르렁 거리게 된다.

일부 염치없는 행동이 불러온 전체적인 불신사회의 초석이다. 더하자면 모 상가의 간판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한시적 설치를 수락했다가 나중에는 재산권을 주장하며 권리인 양 돌변한다.

약수터에서 길게 선 줄을 양보하면 그 다음은 당연하듯 새치기를 하고 임산부 좌석이라 양보하면 임신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지만 임산부라며 자리를 차고앉는다. 물론 억측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어릴 적 가정교육이나 평소 인성교육이 사회생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양심 실종은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도 자연스레 범하는 부류들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인들의 월급인상은 물론 인권을 존중한답시고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했다.

사병들의 경어사용과 장성급 지휘관의 공관사병에게 업무외 사적인 일을 시켰다고 육군 대장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렸다. 군의 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군의 모든 공관사병은 어떤 마음일까. 고참·졸병의 계급사회는 반말도 못하는 인권존중이 지휘체계를 통째로 엎어버렸고 “돌격 앞으로”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꼴이 됐다.

내무반에는 위·아래 할 것 없이 누워서 스마트폰 보는 사진이 세간에 돌아다니고 군의 사기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제대 군인의 전언이다. 최근 공군에서는 아침 점호와 구보(뜀걸음)을 왜 하냐며 이의가 제기됐다.

상당수의 사병들이 동참했고 많은 군인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점호란 군인이 아침에 기상나팔을 듣고 일어나서 밤새 보초는 잘 섰는지, 인원은 맞는지, 오늘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점검하는 군부대의 당연한 시작 절차다.

구보는 건강과 군기를 한번에 갖출 수 있는 기본적인 단체 행동으로 부대 전우들이 발을 맞춰 구호와 군가를 부르며 뛰는 행동이다. 이쯤되면 인권을 위해서 총도 내려놓아야 하고 침대에 가만 누워 게임이나 하다가 시간되면 밥이나 먹으러 가는 군대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정해진 학생인권조례는 선을 넘어 교권을 추락시켰고 그에 앞서 교권은 교육의 권리가 아니라 학생들의 인권위에 군림했기에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이 모든 악순환은 일부 소수의 양심불량이 다수의 불신을 초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는데 보따리 내놓으라고 난리치면 그 다음 같은 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구해주지 않는다.

당연히 물에 빠진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겠냐며 다른 사람의 허물을 왜 내게 적용 하냐고 원망할 것이다. 이쯤되면 원인이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필자는 정부의 이번 상병수당 정책에 대해 환영한다.

어려운 국민들의 현실적인 난관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그 정책이 고루 적용되어 병들고 힘든 국민들이 숨이라도 쉴 수 있는 복지정책의 참다운 수혜자가 되길 바란다. 반대로 이 같은 정책을 악용하려는 얌체족은 상당한 과태료를 부과하여 정책 실행의 본질을 살려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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