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가난의 부작용
[덕암칼럼] 가난의 부작용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20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가난의 대물림, 부익부 빈익빈, 빈곤의 악순환, 이 모든 단어들의 공통점은 돈과 관련된 문구다. 그리고 저승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는 직업 중 하나가 사채업자다.

사채는 바닷물과 같아서 목마르다고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하는 것이며 사채로 돈을 빌릴 정도면 이미 정상적인 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런 사채시장으로 국민들을 내모는 것이 한국 금융정책의 안일한 구조다.

가진 자에게는 제발 우리 돈을 써달라고 매달리면서 가난한 자에게는 자세부터가 거만하고 상담의 원칙을 앞세우며 정부의 대출 규제는 엄격히 준수한다. 결국 상수도 요금을 내지 못해 수돗물을 먹지 못 하니 하수도 구정물이라도 마셔야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고, 현실도 모르는 정치인은 구정물을 팔아 이득을 취한 자들을 엄히 다스린다고 대대적으로 자신의 이미지 향상을 추구했다.

어이가 없다. 구정물을 먹을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 사람들에게 구정물은 그 어떤 물보다 소중한 것이며, 그나마 없으면 목이 타서 죽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월급 받고 온갖 업무추진비에 법인 특별활동비까지 챙기는 부류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니 오죽할 것인가.

고금리의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안 갚아도 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공언한다. 이쯤 되면 사채업자들 입에는 “소나기 피해가자, 깔린 돈 다 회수하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이 오면 큰소리 친 정치인이 타는 듯한 목마름에 바닷물을 마신 국민들에게 맑은 생수라도 줄 수 있을까.

아니다. 저만 잘난 것처럼 보이고 사라진 사채업자들로 인해 아무 방법이 없는 국민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는 불법사채업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보도되며 사채 한번 써보지 않은 자들의 힘찬 박수를 받는 것이다.

한번 사채에 손대면 결코 빠져나오기 어려운 마약과도 같다. 조금씩 잘려나가도 고통을 모르고 나중에는 생명까지 잃게 되어도 이미 알고 있었던 바라 희망과 꿈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돈의 가뭄이 불러오는 몇 가지 부작용을 들춰보자. 일단 먹고 자고 입고 사는 것인데 쌀이 남아돌아 막걸리라도 만들자고 한다. 한 해에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의 5%만 사전에 아껴도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이 없을 정도로 낭비가 심한 국가다.

물가는 오르고 식당의 요금표도 오르지만 지갑의 두께는 좀체 두꺼워지지 않는다. 당연히 수입만 줄고 지출은 늘어나니 가장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고 아무 죄도 없는 가족이나 자녀들이 악마의 유혹에 노출되는 것이다.

평소 받던 용돈도 줄이거나 끊기고 나면 한창 호기심 많고 사소한 액세서리 하나에도 민감한 여학생들이 그 범죄 대상이 된다. 거기에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도화선을 타고 인간의 본능적인 이득 추구의 미세한 신경을 건드린다.

가뭄에 이슬비라도 뿌려주며 검은 유혹의 손길을 내밀면 마치 먹이에 달려드는 굶주린 물고기처럼 몰려드는 소비층들,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공공연한 비밀이며 이대로 방치하면 적어도 10년도 못 가서 재앙수준의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정작 가난한 국민들은 정부 지원금을 어떻게 수령하는지 절차도 미숙하며 빈곤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암울한 현실은 이들이 기성세대로 성장했을 때 그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어설픈 대국민 돈 장난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유휴인력으로 남아있는 공직자들을 색출하여 현장으로 내보내라. 단전·단수 가구를 확인하고 사이버 수사대의 인력과 예산을 확대하여 가난의 그늘에서 암담한 성 노예로 전락하는 청소년들부터 구조해야 한다.

그러라고 세금 모아 월급 주는 것이지, 책상머리에 앉아 이러저러한 명분 만들어 마치 자신의 주머니에서 용돈 주듯 생색내라고 만들어준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하여 근무하라. 국민은 여당 대표가 성매매를 했든, 안 했든 상관없고, 대통령이 친·인척을 고용했든 안 했든 정가의 일이지 국민의 일이 아니다.

돈의 유혹에 빠지는 것도 그 출발은 가난이다. 일본에 비해 높은 이자율, 낮은 세금은 일본 금융업계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무리한 광고로 서민들의 피를 빨아도 마땅한 규제책이 없었다. 돈의 어려움은 돈이 해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은 높았지만, 사채시장의 편리하고 손쉬운 자금은 치아를 썩게 만드는 사탕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비공식 통계만으로 수 백만 명의 한국서민들이 일본의 사채업계 손바닥위에 올라가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단순한 대부업에서 저축은행이나 기타 제3금융권으로 공식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서민들로부터 금전적 이득이란 피맛을 본 일본 금융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까지 진출하여 종횡무진 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현실이다.

창세기 3장 19절을 보면 너는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 했다. 그리고 누가복음 6장 35절에도 되받을 생각을 말고 꾸어 주라했다. 사람은 땀으로 돈을 벌지만 사채는 돈으로 돈을 번다. 즉 하나님의 자손으로서 자연의 법칙과 기록에 어긋나는 죄를 짓는 것이 사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