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빗나가지 않은 예견
[덕암칼럼] 빗나가지 않은 예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7.28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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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그랬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적잖은 우려를 글로써 표명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국난의 수습과 국민의 안녕이 먼저라는 염려는 지극히 당연하였다.

그러기에 인사가 왜 만사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사람이 다스리는 사회는 사람 중심으로 정치가 필연적이며 그 구조에는 사람이 얼마나 훌륭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중요한데 자칫 내 사람 심기에 연연하다 보면 이른바 빼도 박도 못하는 곤경에 처하기 마련이다.

심은 사람은 버틸 것이고 정작 제 역할을 할만한 사람은 앉을 자리도 없이 외곽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못해 흉물스럽지만 결국 죄 없는 국민들만 파편을 맞는 것이다. 필자의 칼럼을 수시로 본 분들이야 같은 소리라 여기시겠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도 있고 하니 왜 인사가 만사인가를 짚어보자.

돌려 말할 것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중화요리 식당 지배인 자리에 옷 가게 전문가를 기용했다고 치고, 생선이라고는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사람이 횟집을 차리면 어떻게 될까. 경험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경력은 경험을 적은 기록인데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 즉 과거의 조정 대신을 기용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청문회는 검증 절차였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 이런 청문회가 처음에는 하는 척 하다가 결국에는 아예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인사 횡포가 극심했다. 왜 횡포라 하는지는 국민을 대표해서 선출해 준 국회의원들이 청문회 주인공들이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임명권이란 이러라고 준 것이 아닐진대 전직이 이랬으니 현직 또한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버젓이 강행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눈치를 보기는 커녕 지난 4일 “도덕성 면에서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될 수 없다.”거나 지난 5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전 정권 인사와 비교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을 보자면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 청문회를 보면 여당은 방어하기 바빴고, 야당은 목소리만 높이며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흠집에 성토만 했지 해당 분야의 운영 능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검증은 보기 드물었다.

가령 2020년 12월 임명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인사 청문회 당시 바로 직전까지 근무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으로서 들춰내지 못한 비리들이 2021년 3월 LH 투기사건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전북 본부장이 유서를 쓰고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정부합동조사단이 임직원 14,000명을 전수조사 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했다.

물론 반년도 못 채운 2021년 4월 사퇴했지만, 이 같은 문제점이 여야의 묵인이나 다름없는 청문회에서 그냥 넘어간 것이다. 뿐일까. 버닝썬 사건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 당시 의문사는 줄줄이 이어졌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이나 수사 결과도 밝혀지지 않은 채 덮어진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전 정권이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법무부 장관에 최측근인 한동훈, 국토부 장관에 검사 출신의 원희룡, 통일부 장관에 검사 출신의 권영세, 비서실에도 검사 출신들이 줄줄이 자리했고 국가보훈처장에도 검사 출신의 박민식이 앉았다.

물론 권력을 행사하기에는 주변의 인사들이 병풍처럼 보좌해야 가능한 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이후 탈원전이 바보짓이라며 정책을 뒤집었고 국방부 인사도 육군 중심의 육사 출신들을 대거 임명했다.

부동산 정책도 정반대로 뒤집어지고 모든 분야에 인사정책은 판 뒤집기로 가는 형국이다. 어떤 분야든 지도자의 입맛에 맞게 동반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기왕이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다.

그래서인가 물가는 오르고 국정지지도는 낮아지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시 고개를 쳐들고 노조와는 강경 태세로 위기감이 맴돌기 시작한다. 순서로 보자면 대통령 지지도를 낮추고 이를 빌미로 노조의 강경 투쟁이 이어진다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국민적 분노가 절정에 달할 것이다.

선거에서 이겼지만, 투표의 절반은 반대였던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필자가 대통령 후보 출마를 준비하던 시절 충분히 예견했던 일이고 정작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줄 알았던 거대 여당은 잠잠한 편이다.

지방선거에서 밀린 탓일까. 국민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노조가 선발대로 나선 분위기다.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아군을 포진하여 정쟁을 대비해야 하겠지만 그러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막판 인사의 요직 심기는 어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농사를 지으려니 잡초들이 무성한 셈이다. 텅 빈 나라 곳간에 국민들은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빗나간 복지정책으로 게으름이 몸에 밴 국민들은 땀방울이 낯선 시대가 됐다.

성실하게 일해서 벌기보다는 비트코인이나 기타 다단계, 가상화폐, 주식 등으로 손에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한탕을 노리고 주말이면 로또 가게 앞이 문전성시니 어느 바보 같은 사람이 일할 각오를 할까. 빚 탕감해 준다고 하니 채무자들 입장에서는 환영하지만 착실하게 변제한 입장에서는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다.

남북문제에서는 탈북어민에 대한 강제 북송이 문재인 前 정부의 핵심 관계자들을 정조준하고 있고 국민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정권만 번갈아가며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다. 본디 나랏일은 근본에만 충실하면 참으로 쉬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과거를 보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고,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영어의 몸이 되거나 처참한 종말을 맞이하며 다음 정권으로부터 이른바 정치보복의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권불십년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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