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신라의 달밤은 부산에서
[덕암칼럼] 신라의 달밤은 부산에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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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본디 신라는 천년왕국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화려한 역사가 있었다.

수도 경주는 지금도 땅만 팠다 하면 문화재가 나올 만큼 융성한 과거가 숨죽여 있는 곳이고 국립경주박물관에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 찬란한 왕조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매년 8월이면 이처럼 아름다운 신라의 달밤을 노래하는 현인가요제가 개최됐다.

2022년 제18회 현인가요제는 지난 2002년 작고하신 현인 가수의 명곡을 현대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한류문화로 남기게 했다.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가 주최·주관하고 부산광역시가 후원하는 현인가요제는 부산 송도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8월 5일부터 시작된 현인 가요제는 6일과 7일까지 3일간 아름다운 항구도시 부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2005년 제1회를 시작으로 명맥을 이어온 현인가요제는 국내 다양한 가수들의 가요제를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현인 가수는 1919년 12월 14일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음악계에 큰 별로 알려진 음악인이다. 해방 이후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등 격동기의 대한민국 사회정서를 노래했고 6·25전쟁에서 전투 중인 국군을 위해 만든 ‘전우야 잘 자라’는 애국심의 발로이기도 했다. 이 밖에 인도의 향불, 서울야곡 등 주옥같은 노래를 부른 주인공이다.

본명은 현동주, 1947년 신라의 달밤으로 가요계에 첫 데뷔를 한 이래 1991년 마지막 신곡 ‘길’을 앨범으로 낸 이후 운명한 2002년까지 40년이 넘도록 한국 가요의 금자탑을 유지했다. 이번 제18회 현인가요제가 개최된 부산 송도해수욕장은 부산의 명물 자갈치시장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백사장 길이 800m·수심 1.5m 등 해수욕을 즐기기엔 더 없는 최적의 조건이다.

3일간 약 4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찾았으며 이중 상당수가 현인가요제를 지켜보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낮 동안 뜨거웠던 모래사장의 열기보다 저녁부터 시작된 가요제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

첫날인 5일에는 ‘선생님 그립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 동안 신청자들의 다양한 창작곡을 선보였고 6일에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그 시절 그 노래’라는 제목으로 현역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가요제의 마지막 날인 7일에는 오후 8시부터 박형준 부산시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김상희, 김종환, 요요미, 설운도 등 유명가수들이 총 출동해서 화려한 무대를 더욱 빛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 대중가요계의 큰별이신 故 현인 선생님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고 우수한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대중가요의 축제 ‘현인가요제’의 개최를 위해 노력해 준 원로 문화예술인분들과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KBS 부산방송총국 엄경철 총국장도 “현인 선생의 유족이신 김미정 여사의 건강과 가요제 개최를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도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 심사위원에는 작곡가 박현우, 류선우, 김영철과 가수로도 활동중인 김종환 작사가 조은형 등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또한 본선 심사위원에는 작곡가 임종수, 박현진, 진시몬, 이석현 외 작사가 이도연 등이 함께 했다.

가요제의 시상식이 포함된 마지막 날 인사말에 나선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석현 이사장은 “이제 부산은 현인가요제로 각인된 세계 미항 중 하나로 부산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라며 “모든 행사가 안전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중가요가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흥얼거리는 신명일 수도 있고 힘들 때 위로가 되며 기쁠 때 환호를 대신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 민족 특성상 흥을 좋아하고 끼가 넘치다 보니 노래방도 한 집 건너 하나씩 있어도 성업이다.

얼마 전 작고한 전국노래자랑의 간판 MC 송해 선생의 업적만 봐도 정치인 10명이 남긴 것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 해소의 역량을 발휘했다. 더 이상 가수는 광대나 하는 천한 직업이 아니라 문화예술인으로서 대중들의 정신적 힐링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영적 봉사자다.

화려한 의상에 백댄서들의 현란한 춤사위, 코러스의 화음이 어울리는 가수들의 공연무대는 대중들의 열정을 대신 해소해 주는 봉사자다. 1,000명의 가수가 가요계에 진출해 유명세를 떨칠 수 있는 확률은 1%에 불과하다. 노래방에 앨범이라도 낼 확률은 5% 미만이다.

이번처럼 현인가요계를 통해 발굴된 가수가 인기를 얻어 이른바 유명인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과 비용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 한다. 실제로 가요제에 출전하는 출연자들의 각오를 들어보면 더욱 한국음악의 미래가 기대된다. 총 16명의 본선 진출자들은 한결같이 내로라 하는 실력을 겸비했다.

대상부터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까지 상의 격은 다를지라도 다함께 2023년 제19회 현인가요제를 기약하며 부르는 합창은 아쉬운 다음을 기약했다. 필자 또한 현인가요제의 모든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유튜브의 ‘덕암 스토리’를 통해 각자의 소감을 소개할 수 있었다.

이미 2021년과 2022년 한국연예예술인 시상식에서 함께 촬영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가수들과 재회를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부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은 삶에 기록된 소중한 자산 중 하나였다. 이세상 어떤 것이든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른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음악 또한 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편하지만 지킬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함께 꾸며야 하는 것이다. 대중음악은 작사, 작곡, 편곡과 가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흥얼거리며 함께 부르는 공유자산이다.

공연의 3대 요소가 무대, 배우, 관객이듯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객이다. 즐기는 권한 만큼 아끼는 관심과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창작의 영역에서 애쓰는 많은 무명 가수 분들에게 격려를 전하며 제18회 현인가요제의 35명 마라톤 인터뷰의 막을 내린다. MC를 진행하면서 만난 지난 3일간의 아름다운 부산은 오래도록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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