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인간 창작자와 대결하는 AI 시인 ‘시아’의 출현
[박미경의 기자수첩] 인간 창작자와 대결하는 AI 시인 ‘시아’의 출현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08.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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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인공지능 시집 「시를 쓰는 이유」가 리멘워커에서 출간된다. 글쓴이는 카카오브레인 기반 AI이며 개발자는 만오천 권 정도의 시를 읽게 하고 시를 썼다고 한다.

시인의 이름은 ‘시를 쓰는 아이’라는 뜻으로 ‘시아’라고 지었다. 이를 카카오가 책으로 출판하며 서점에는 8월 9일에 출간되었다. ‘시아’는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KoGPT를 기반으로 시를 쓰는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 ‘시아’는 작년 말부터 시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만 3천여 편의 시를 읽고 단어 하나로 30초 만에 시 한 편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 

예술 분야 그중에서도 다채로운 색채어와 감정어를 지닌 한국어 시창작은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 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이런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 왔다.

시집은 총 53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1부의 주제는 0. 2부의 주제는 1로 선정했다. 해당과정에는 서울예술대학교 김제민 교수와 개발자인 김근형씨가 참여했다.

책 출판과 함께 8월 12일부터 8월 14일까지 삼 일간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시집 「시를 쓰는 이유」에 수록된 시를 기반으로 시극 「파포스」를 올리기로 예정되어있다. 이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박윤석씨는 작가를 대할 때 굉장히 넓은 인간을 만나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좋다라고 말했다. 

미리 이 시집을 읽어본 이지아 시인은 “어떤 대목에서는 소름 돋았다”라고 표현했다.

김관식 시인,박용래시인,김수영 시인,박정만 시인 등 우리는 시를 위해 살다 끝내 시답게 쓰러져간 선배 시인들을 알고 있다. 시를 위해 술을 마시고 마시면 죽는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술을 마셨다. 그리하여 술에 취해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한 줄 시의 아름다움에 목숨을 걸었다.

시집 「시를 쓰는 이유」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시인 대량 생산시대에 웬만한 시의 수준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인공지능의 위협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미 운전하는 인공지능,무인비행기가 출현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을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승리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던 일이 몇 년 지나지 않았다. 미술과 음악계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시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가 중국에서 선보인 인공지능로봇 ‘샤오빙’이 2017년 5월 세계 최초로 AI가 쓴 시집을 발간했다. 샤오빙은 스스로 학습을 통해 시를 익힌 뒤 중국어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했다.

샤오빙은 1920년 이후 현대시인 519명의 작품을 읽고 100시간 동안 스스로 학습해 1만여 편의 시 중 139편을 선정해서 펴냈으며, 시집의 제목도 샤오빙이 직접 창작했다. 시집을 제작한 치어스 출판사 둥환 책임 프로듀서는 샤오빙은 사진을 보고 시를 창작했다고 전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떠나면 나는 버림받는다”등의 일부 표현은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한 구절로 보인다.

그동안 창작의 영역 만큼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겨져 왔을 만큼 이번 시집의 발간은 큰 의의를 지닌다. 또한 어떤 게 고유한 인간의 작업인지 가리기 어려운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염려 또한 가져오게 한다.

젊은 친구들의 말대로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어쩡쩡한 상태인 ‘웃픈’ 세상이 연출될 지도 모르겠다. 

시의 한 구절을 옮겨보자. “끝이라뇨. 우리는 시작하려는 것이다. 머리를 맞대로 서로의 손을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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