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이밥에 고깃국
[덕암칼럼] 이밥에 고깃국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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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보릿고개’라는 제목으로 국민가수가 된 진성 가수의 첫 노랫말이다.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로 배를 채우시던 어머니가 실제로 있었다.

그리고 북녘땅에서는 하얀 쌀밥에 고깃 국을 온 인민들에게 먹이겠다는 목표 아래 쌀 생산에 주력하던 시절도 있었다.

오죽하면 조직폭력배들도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요”라고 하고 인간관계의 인사에서도 언제 밥 한번 먹자거나, 안부를 묻는 경우에도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어본다.

밥의 원료인 쌀은 다양한 품종을 갖고 있다. 세계 쌀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인디카는 알이 길고 찰기가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자포니카 쌀은 찰지고 기름진 맛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다양한 품질의 쌀이 개발되고 있는데 고품, 미품, 삼광, 수광, 영호진미, 진수미, 칠보, 하이아미, 현품, 해담, 해들, 해품 등 종류가 상당하다. 

지역별로도 경기 해들, 충북 참드림, 충남 삼광, 강원 오대쌀, 경북 일품미, 경남 영호진미, 전북 신동진, 전남 새일미, 충남 삼광미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한민족은 쌀이 주식이므로 쌀벌레 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도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에 쌀은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모를 만큼 성장세대로부터 멀어졌다.

심지어 쌀의 생산을 질문하는 교사에게 쌀 나무라고 답변할 정도니 더 말해 뭐 하랴. 한때 귀한 쌀로 막걸리를 빚는다고 정부가 단속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과학영농으로 쌀의 생산은 과잉 공급 사태에 이르렀다.

쌀의 생산과정을 보면 어린 벼를 기르기 위한 모판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40~50일 정도 모를 기른 다음 땅을 파고 흙을 뒤집는 논갈이를 하고 논에 발목이 잠길 정도로 물을 충분히 가두었다가 모를 한 줄씩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야 한다. 그 후에도 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잡초도 뽑고 비료도 줘야 하며 나쁜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농약도 쳐야 한다.

모내기철을 시작으로 가을이 되면 황금 들녘이 펼쳐지는데 기계를 이용해 벼를 베고 벼에서 쌀을 떼어 내는 탈곡까지 상당한 손길이 소요된다. 쌀은 전분을 주성분으로 하고 단백질은 약 7%를 함유하며 비타민류도 약간 함유하고 있다. 쌀의 단백질은 글루텔린이 주이고 알부민과 글로불린도 소량 함유하고 있다.

쌀밥과 빵의 영양가를 비교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단백질이다. 빵의 단백가는 44에 불과하므로 쌀의 단백가 78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쌀의 단백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쌀을 이용한 조리에 대표적인 것은 떡인데 떡에는 시루떡·백설기·절편·계피 떡·송편·흰떡 등 여러 종류가 있고, 각 종류는 수 없이 세분화 돼 떡의 총 가짓수는 100가지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발효과정을 거쳐 탁주·약주·소주를 제조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백 가지 주류를 양조할 수 있었다.

엿기름으로 삭혀 감주 또는 식혜와 엿을 만들고 쪄서 말린 휴대용 비상식량과 쉽게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는 햇반과 약밥·미숫가루 등을 비롯하여 죽까지 만들 수 있으니 밥이 보약이란 말은 충분히 공감되는 단어다.

뿐인가. 명절날 송편에서 가래떡과 떡국까지 끓여낼 수 있으니 우리 일상에서 쌀을 빼면 먹을만한 게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언제부터인가 배달의 민족이 온갖 요리를 배달하면서 점차 밥의 영역은 좁아지기 시작했다.

실제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 132.7kg이었던 것이 2000년 93.6kg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그 원인은 집에서 직접 밥을 지어 먹는 경우보다 간편식 도시락 등 쌀 가공식품을 소비하는 가구 수가 매우 증가했고, 밥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식품들이 많아지면서 쌀 소비량이 급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5년 8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기념일인 쌀의 날을 제정한 것이다. 오늘은 ‘제8회 쌀의 날’이다. 쌀을 뜻하는 한자인 쌀 ‘米’자를 여덟 팔 자와 열 십 자로 풀어내, 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부의 손길 818번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8월 18일로 정했다.

돌아보면 1950년 전반기에는 연평균 생산량 200만 톤에도 미달했으니 보릿고개라는 말이 공감대를 얻었고 이후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300만 톤을 넘었다가 1970년 초부터 통일벼의 신품종이 개발·보급됨에 따라 500만 톤을 상회하였다.

이후 1988년에는 사상 최고 수준인 605만 3,000톤을 기록했다가 해마다 감소하여 1998에는 509만 7,000톤, 2021년 쌀 생산량 388만 톤은 예상 수요량 361만 톤보다 31만 톤이 더 많아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7% 증가했고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있던 농업이 내년에는 사라질지 모를 지경인데도 현안 이슈에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조차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서도 농업문제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현재 쌀값은 갈수록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어 논농사 대신 비닐하우스나 특용작물 재배로 농업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식량문제에 대한 정부 대안이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쌀 자급률을 지키려면 쌀 생산 증가가 농가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사후적 시장격리 조치라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어날 때 미음도 밥을 끓인 것이고 젊을 때는 이와 위가 튼튼하니 고두밥이 입에 맞고 나이가 들수록 진밥이 먹기 편하며 더 늙으면 밥보다 누룽지 끓인 숭늉이 좋고 저 세상 갈때쯤이면 밥으로 끓인 죽이 주식이 된다.

밥으로 시작해 밥으로 끝나는 우리네 주식을 오늘 만큼이라도 귀히 여기며 밥풀 하나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음을 짚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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