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의 진실
[덕암칼럼] 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의 진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8.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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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2019년 9월 19일 개봉한 영화 우키시마호 ‘일본은 살인자다’가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되자 1945년 8월 24일 사건이 발생 이래 74년 동안 묻어두었던 일본의 만행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일부 국민들도 그렇지만 오랜 시간 사건의 진실을 인양하려는 유족들의 노력과 관계자들의 정성이 세상에 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는 모든 국민들과 국제사회에서 재조명 되어야 할 우키시마호의 진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죄는 벌을 면하지 못한다. 설령 공소시효가 지나 면했다 치더라도 형사적 처벌의 기준이지 도덕적, 역사적 벌까지 면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키시마호는 일본이 한국의 피징용자들을 태운 일본해군 수송선으로 일본의 항복선언 1주일 후인 1945년 8월 22일 오전 10시 조선인 7,000명을 태우고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항에 부산으로 가던 도중 2일 만인 24일 갑자기 항해 방향을 돌려 교토부 마이즈루항으로 항해 중 폭발과 함께 침몰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정확한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공식발표만 인용하자면 한국인 514명과 일본 해군 25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사망자는 5,000명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전해져 올 뿐이다.

그 이유는 우키시마호의 탑승자가 8,000명이 넘었다는 공식 문서가 공개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폭발했느냐인데, 한국에서는 일본이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만행이 세부적으로 드러날까 봐 고의로 폭파한 것이라는 주장에 일본은 미군이 설치한 기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주장이 상반되고 있다.

영화 내용을 빌리자면 출항 당시 일본 승무원들이 왜 조선인들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바쳐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시위까지 벌어짐으로써 일본의 고의적인 폭파설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일본 해군 참모총장이 조국을 위해 깨끗하게 목숨을 바치라는 폭탄선언이 담긴 연합군의 조사 보고서가 공개 되면서 일본의 만행은 더욱 확실한 고의성을 나타냈다.

이미 유족들이 30년 전인 1992년 일본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1년 8월 23일 교토 지방재판소에서 생존자 15명에게 각 300만 엔의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으나 2003년 오사카 고등재판소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아직까지 배상은 커녕 사과조차 없는 일본의 만행은 국제사회의 맹렬한 비난과 죄에 따른 벌이 주어질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74년이 지나도록 한국 정부는 뭘 했으며 고의적인 대량 살인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는 왜 방관했을까에 초점이 모인다. 어쩌다 7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영화화 되어야만 겨우 관심을 끌었을까.

사망한 희생자들의 직접적인 혈육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우리 한민족이었으며 몇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같은 친척이고 할아버지·할머니의 젊었던 시절 낯선 일본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략 5,000명의 사망자,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승선인원은 12,000명에 육박했다는 말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의 전언에 의하면 기뢰가 폭발하면 물기둥이 치솟아야 하고 출항 전에도 이미 기뢰는 모두 제거했다는 통보까지 받은 상태라 일본의 고의적 만행은 더 이상 감출길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 고유의 추궁에 “네죄는 네가 알렸다”는 말이 있다. 일본은 이미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아니라고 우기는 것에 불과하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선인들을 무사히 한국 땅에 내려놓았을 경우 강제노역에 대한 진실이 국제사회에 밝혀질 것이고 노역 과정에서 알게 된 군사기지나 기타 시설물에 대한 비밀도 탄로 날 것이며 어떤 방식이든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편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사고 발생 9년 뒤인 1954년 마이즈루만에서 인양된 우키시마호의 선체 뒷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발견되면서 내부 폭발에 대한 물리적 증거가 더욱 확실해 졌다. 한국의 민간단체와 일본의 활동가들에 의한 진상조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담은 서적과 최근 상영된 영화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희생자들의 아픔을 담은 내용들이다. 2001년 김지형 발행인으로 출간한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실’에는 마이즈루 앞바다에 수장된 조선인 1만 명이라는 제목이 있고 같은 해 문숙희 발행인의 ‘살아있는 영혼들’, 2016년 발행된 김인성 발행인의 ‘소송참가자들의 사건에 대한 기억과 인식’ 등 다양한 제목의 서적들이 출간되어 있다.

서서히 천고마비, 절기상 책 읽기 좋은 절기가 다가오고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몇 권의 책이라도 읽으며 그날의 아픔을 공감하는 국민이라면 쉽고 보편적인 애국의 실천일 것이다.

우리민족의 아픔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굳이 영국의 여객선 타이타닉 해상사고는 온국민이 몇 번씩 봐도 심금을 울린다며 관련 상품들까지 파생효과를 누렸다. 2,200명의 승선 인원중 1,500명이 사망한 타이타닉, 그리고 낯선 타국에 끌려갔다가 겨우 해방이 되어 귀국하는 우키시마호의 참상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다.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도록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에서도 함께 해줄 것이며 이 같은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만행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며 이 땅에 전쟁이 함부로 일어나지 못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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