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교육은 백년지대계
[덕암칼럼] 교육은 백년지대계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1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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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알고 추수는 봄에 씨앗을 뿌려야 하며 십년지대계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만큼 국가의 장래가 달린 중요한 분야가 교육인데 과거로 돌아가 보면 서당에서 글을 배우던 학동들이 과거시험을 목적으로 글공부를 하였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어둠 속에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와 학동의 글 읽은 소리가 헛말은 아닌듯 싶다. 일명 스승님으로 불리던 지금의 교사는 지엄한 위치에서 제자들의 훈육을 위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다.

이른바 사랑의 매라 감히 부모인들 이를 말리지 못했다. 외려 책 한 권을 다 떼고 나면 ‘책거리’라는 게 있었다. 그렇게 형설지공의 노력으로 배운 지식이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일제식민지가 시작되면서 대한제국의 학문은 종말을 맞이하는 듯 했는데 다행히 해방 되고 신학문의 문이 열리면서 과거 한문에 의존하던 우리 교육은 신식 교육으로 대체되어 다양한 학과가 일선 교단에서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1960년이후 신학문은 약 50년간 교육 현장의 일선에서 학생들의 교양을 책임지는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모든 인권을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가 정해지기전까지 스승이라는 명칭으로 학원 폭력이 미화되던 당시 교사의 권위는 사회적 위치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초법적 권력이기도 했다.

등교하면서 지각했다고 학교 정문 앞에 무릎 꿇려 놓고 때려도 되고 수업 중에 준비물 안 챙겨 와도 맞고 떠든다고 맞고 걸핏하면 소지품 검사에 신체적 접촉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기 쓰라고 숙제 내고 담임이라는 자격으로 모두 보여주어야 할 뿐만아니라 검사받아야 하고 집안에 가재도구가 뭐가 있는지까지 적어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맞고 등록금 늦게 냈다고 칠판에 이름이 적혀 인격적 모독은 기본이며 단순히 훈육 차원의 매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것은 물론 신체의 일부를 잡아당기는 감정적 폭력을 행사해도 감히 항변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이나 화장실 청소도 검사과정에서 불량이면 재검사 받아야 하고 다음날 숙제검사는 하교 후에도 밤늦게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모두 마쳐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금처럼 학원이나 온라인 서적을 뒤질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배운 학생들이 기능올림픽·수학경시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석권하는 성과를 낳았다. 대한민국 발전의 주역이 되는 7080세대, 세월이 흘러 설명도 변명이 되는 50년, 물론 일부에 국한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핵가족화로 외동 아들이나 3대 독자가 흔해지면서 내 자식에 대한 애착과 과잉보호의 부모 성화가 빚어낸 한국교육의 대변화였다.

그로부터 10년 교사의 폭력은 물론 폭언과 사소한 말실수도 민원의 대상이 되어 이른바 교권 추락은 급속히 증가했다. 훈육이라는 명분의 체벌이나 부모 호출은 꿈도 못 꾸는 시대가 됐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스승의 권위는 점차 그 위엄을 상실했고 결국에는 교사들의 스트레스 1위로 학생들과의 불화가 손꼽히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익산의 한 초등학교로 강제 전학을 온 5학년 A군은 등교 5일만에 같은 반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 했고 이를 말리는 담임교사에게 “때리지도 못하면서 기강 잡고 X랄이야"라며 욕설을 했다. A군은 교장에게도 욕설을 퍼붓고 자신을 쳐다 본 여학생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출동한 경찰에게 오히려 아동 학대라며 경찰관을 신고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이어졌지만 감히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얼마후 지난 7월 30일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싸움을 말리던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목공용 양날톱을 들고 “죽여 버린다”고 위협한 사실이 알려져 교육계가 불안에 빠졌다.

과연 일부에 국한된 일일까. 지난 8월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1만1,148건에 달하고 교사를 상대로 한 상해·폭행 사건이 888건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2011년 287건에서 2021년 437건으로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그 추세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실 집계라는 게 드러난 것만 포함된 것이지 미포함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심각함을 넘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회적 숙제다.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이후 학생 지도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체벌은 물론 수치심을 유발하는 어떠한 지시도 모두 민원의 대상이 된다.

이대로가 좋을까. 지금의 학생들에게 닥친 현주소를 알아보면 2013년이후 9년만에 가장 높은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나왔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집단 따돌림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 언어폭력은 전체 학생 중 4.8%나 된다. 이는 KBS가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였다.

이제 학교폭력의 주범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감정적 골이 깊어지는가 하면 눈만 뜨면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때리고 죽이는 폭력적 게임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문제다. 감정적 흥분과 쾌락위주의 이기적 발상이 당연시 되는 온라인 환경, 어려워지는 경제에 가정은 해체되고 흩어진 가족들 중 학생들이 갈 곳은 어두운 거리에 외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방황의 출발이지만 이들이 모이면 망국의 지름길이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입학생은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에 다음세대가 이어받아야 할 국가의 모든 기반은 사람이지 문명이 아니다. 교권의 회복은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대안이다. 학생들을 때려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습을 가르치는 교육계 직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듯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권리가 주어져야 하고 학생은 이를 따라야 한다. 전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한국처럼 교육의 질이 입시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를 되풀이 하는 경우를 본 예가 없다.

지금같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학생들까지 미래가 암담한 현실에 직면하여 극단적 선택이 매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50년 군림하던 교권을 부활하자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가치와 권위가 바로 설 때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이 동시에 상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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