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치매 남의 일이 아니다
[덕암칼럼] 치매 남의 일이 아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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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의 질병 중 어디 하나 부러지고 상하면 눈에 표시라도 나고 시간이 약이 되듯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누군들 살면서 아프고 싶어 아플까마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스스로 서서히 느껴지는 질병이 치매다. 일명 ‘알츠하이머’라고도 불리는 이 질병은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조금씩 기억력이 떨어지다 결국에는 주위 사람도 몰라보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적 부상보다 정신적 질병이다 보니 딱히 마땅한 치료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치매 증상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은 물론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까지 모두 멀어지는 최악의 질병이라는 점이다. 특히 연령대가 많아질수록 발병률은 높아지며 과거처럼 부모님 모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시대가 종식되면서 자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님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는 것이다.

오래 전 부모를 지게에 얹어 싣고 깊은 산 골짜기에 버리고 왔던 고려장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지게도 없을뿐더러 늙은 부모를 산골에 버리면 유기내지 방임이라는 범죄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아무 도움도 안 되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정신병은 일명 벽에 X칠하고 마르면 뜯어먹는다는 비아냥까지 전해오고 있다.

만약 독자들의 부모님이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찌할까. 통장 잔고나 부동산은 일찌감치 자식들이 다 빼먹고 빈 껍데기만 남아 있으니 갖다 버리지도 못 하고 서로 미루는 짐짝 신세가 되고 만다. 결론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평소 두뇌운동을 생활화 하거나 마지막 순간까지 추하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필요하다. 9월 21일 오늘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지정한 날로 2007년 치매 관리법에 따라 매년 9월 21일로 지정된 날이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하는데 노인성 치매 외에도 중풍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도 있다. 지금도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치매는 원인 미상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중 뇌의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다. 두뇌의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뇌 조직이 소실되고 뇌가 위축되는 알츠하이머병은 소리나 예고없이 조용히 다가오는 침묵의 살인자나 다름없다. 혈관성 치매는 뇌 안에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서서히 신경세포가 죽거나 갑자기 큰 뇌혈관이 막히거나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세포가 죽으면서 발생하는데 이 또한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걸릴 확률을 안고 있다.

당장은 큰소리치지만 어디 아프고 싶어 아플까.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설마라며 스스로를 위로 해봐도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그 전조 증상으로 건망증을 들을 수 있는데 독자들도 평소에 기억력의 한계를 체험해 보길 권해본다. 먼저 건망증은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지만 판단력은 정상이어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혹시 독자들이 평소 기억했던 전화번호나 지인들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고 지나친 걱정을 했다면 염려할 일 없다. 여기까지는 힌트를 들으면 금방 기억해 낼 수 있으니 그리 문제가 아니다. 만약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인격 등 다양한 정신 능력에 장애를 스스로 느낀다면 그때는 심각한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 볼 수 있다.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명칭 실어증'이나 평소 다니던 곳이 갑자기 처음 보는 낯선 곳으로 느껴진다면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괜히 나갔다가 자식들이 현수막이라도 내거는 어려움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마트나 시장에 갔다가 거스름돈과 같은 잔돈을 주고받는 데 자꾸 실수가 생긴다면 이 또한 돈 쓰며 나다니지 말고 집에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다.

매우 꼼꼼하던 자신이 언젠가부터 대충대충 일을 하거나 의욕적이던 생활이 의기소침해 진다면 이 또한 치매로 가는 진입로나 마찬가지다. 해가 질 무렵 어둑해지는 일몰후면 더더욱 우울해질 수 있으며 이는 어릴적 숨바꼭질 하던 친구들이 다 집으로 저녁밥 먹으러 가고 혼자 남았을 때의 기분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확대 해석해서 죽네사네 하는 것 또한 삶의 사치이자 귀한 생명의 낭비다. 한번 시작된 치매의 어두운 그림자는 발버둥 쳐봐야 얼마 못가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생로병사의 굴레에 순응하는 것, 어쩌면 예상보다 조금 빨리 만난 친구이자 저세상까지 동행하는 동반자가 치매다.

건전한 수준의 게임, 바둑, 카드놀이와 같은 종합적인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도 좋지만 신문,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진정한 치매는 육체적·정신적 질병이기도 하지만 도덕적·감성적 치매가 더욱 위험한 증상이다. 가령 부모를 타인처럼 취급하고 자식을 천대하는 가족관계, 인간관계를 손익계산법으로만 만나는 인격상실증, 정부에 대해 늘 불만투성이의 부정적 견해, 동물처럼 성관계만 연결하려는 짐승의 성향을 갖췄다면 이 또한 인격적 치매에 해당된다.

자유에 대한 책임은 망각하고 오로지 놀고먹으려는 방종의 관념을 가졌다면 이 또한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는 불성실증이다. 자유대한민국은 노력하는 만큼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나라다. 어떤 일이든 불만이 가득하고 한탕주의에 빠졌다면 이는 이미 사회적 편견을 갖춘 치매환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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