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문명의 공백을 공감하며
[덕암칼럼] 문명의 공백을 공감하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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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언제부턴가 자동차는 우리 인류에게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을 만큼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 문명의 이기를 위해 30,000개, 전기차는 19,000개의 부속이 필요했고 주행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며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자리 잡았다.

말로는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라고 하지만 실제로 축전지를 만들거나 수소연료로 차량이 주행하려면 보이지 않는 2차 오염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대적 변화가 새로운 청정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가지만 이제 자동차를 빼놓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1801년 증기자동차가 개발된 이래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1908년 미국의 포드사가 대중화를 성공시켰으니 대략 그 역사는 220년쯤 지난 셈이다. 한국에는 117년 전인 1903년 고종 황제의 의전용 차량이 처음 주행을 시작했고 그후 15년 뒤인 1918년 212대를 시작으로 6·25전쟁 이전에만 약 1만대 가량의 자동차가 신작로를 누볐다.

당연히 아스팔트는 없었고 지금처럼 고속도로나 주유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쟁이 한바탕 휩쓸고 간 대한민국 땅에는 1956년 약 5천대의 차량이 다시 거리에 등장했지만 열악한 주행환경은 여전히 아무 대책이 없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실질적 출발은 1955년 8월에 선을 보인 시발자동차로 1963년까지 약 5천대가 생산됐다.

1970년 한양천리라는 말은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국토대동맥이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당시 고속도로 개통은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포니 승용차가 일반 국민들의 대중화에 처음 앞장선 이후 1980년 40만대를 시작으로 2006년 384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자체 생산국이 됐다.

2022년 2,521만대를 넘어선 자동차는 전국의 주택가에 주차 전쟁으로,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전국 국토에서 정체 현상을 빚는 자동차 왕국으로 접어들었다. 시골 농부가 논에 물꼬를 트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가는 세상, 자동차로 인한 관련 산업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하다.

산술적으로 보자면 1가구 1차량은 기본이고 주차장에서 100m도 걷지 않을 만큼 운전자들의 편익추구는 끝이 없다. 이제 도로상에서 벤츠나 BMW 등 외제차도 300만대가 굴러다니니 과연 한국의 자동차 사랑은 글로벌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주국으로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1987년 처음 중고화물차를 구입해 도로에 나선 이후 35년 동안 대략 15대 가량의 차를 바꾼 적이 있고 교통사고 이력 또한 화려한(?) 경력을 지니게 됐다.

자신만 잘한다고 피할 수 없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 달려들지 모르는 저승사자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절대적 방어운전만이 안전의 최우선 주행법이다. 사고 나고 싶어 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 막상 일이 발생하면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도착한 자신만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참고할 것이 법보다 중요한 게 현실이다.

교차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켜진 황색등에 무작정 제동을 했다가 당연히 통과할 줄 알고 따라오던 대형화물차가 덮친다면 그래서 법적으로 피해자가 된들 저세상 가서도 잘잘못 따질 것인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자동차, 잘만 쓰면 참으로 요긴하지만 불이나 주방용 칼과 같아서 잘못 쓰면 화를 입게 된다.

한 달 평균 약 5,000km를 주행하는 필자는 나름 운전의 베테랑이라고 자부하지만 환갑이 다가오면서 시력이나 순발력에서 점차 조심성이 높아진다. 어림잡아도 200만km는 달려보았으니 무슨 일인들 없었을까. 승용차, 화물차, 덤프트럭은 물론 버스, 불도저 등 땅에서 굴러다니는 것은 모두 몰아본 경력을 바탕으로 엔진소리만 들어봐도 차량의 상태가 짐작간다.

간혹 사고라도 나거나 고장이 발생해 평소 달리던 도로를 걷다보면 불편함 보다는 자유로움을 체감한다. 경제적으로 유류비, 주차비, 어쩌다 한번씩 찍히는 과속단속 카메라의 과태료에서 자유롭고 엔진소리 대신 바람과 새소리, 정원의 곤충울음도 들을 수 있다. 도로이정표나 신호등만 보다가 주변의 산과 들을 볼 수 있고 나 홀로 주행에 4인용 빈자리를 늘 병행하니 이 또한 낭비가 아닐까.

오늘은 대기오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정부가 시행해 오던 ‘자동차 없는 날’이다. 일명 카프리 데이로도 불리는 이날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운전이 생활습관이 된 바 실제로 지키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대신 오늘 하루만이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꼭 해야할 이유가 아니라면 가급적 오늘 하루만이라도 운전을 자제해보는 노력을 기울여 본다면 어떨까. 정부가 정한 날이고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할텐데 오늘 공공기관과 관공서에 주차장을 검사해보면 얼마나 준법수준이 높은지 알 수 있다.

정해 놓고 하나마나이거나 지켜지지 않을 요량이면 이는 처음부터 형식적인 날에 그치는 것이다. 일선 기자들에게 주문해본다. 적어도 시장, 군수, 시의장이나 경찰서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는지 확인해보고 실행했다면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단체장으로 홍보해 주는 것도 괜찮을 소재가 된다.

매서운 한파에서도 따뜻한 난방이 되고 찌는 듯한 더위에서도 시원한 냉방에 도로를 누빌 수 있는 문명의 총아 자동차, 이제 독자들도 하루 정도는 운전대를 놓고 그 편리함에서 자유로워봄이 어떨까. 날이 날이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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