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원치 않은 임신은 권리
[덕암칼럼] 원치 않은 임신은 권리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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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곤충 심지어 식물까지 교배가 이뤄져야 번식이 있는 것이고 종족번식에 대한 본능은 후천적 교육이 아니라 신의 섭리에 따른 자연발생적 현상이다. 어쩌다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자리 잡은 인간은 현재 약 80억 명에 이르고 있으며 한국 인구는 51,630,000명을 기록했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이 대한빈국이었던 시절,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인구증가 억제 정책이 한창 붐을 이룰때가 있었다. 집집마다 5남매·7남매는 기본이었던 시절, 당시 이 땅의 어머니들은 진정 임신을 원해서 아이를 많이 낳았을까. 이후 양보다 질을 우선시 했던 시기가 있었으니 이른바 인구 자질향상 정책이 가치를 높이던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그리고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기에 해당되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은 굳이 피임을 하지 않아도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으며 2019년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번식률로 따지자면 토끼나 쥐보다 더 빠른 셈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자고 배설하는 동안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유인즉 자연스런 생존이 아니라 문명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안 해도 될 살생을 취미삼아 하는가 하면 간혹 전쟁이라는 과도기를 거쳐 대량 살상의 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서론이 길다보니 피임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오늘은 원하는 임신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이 벌어지는 ‘세계 피임의 날’이다. 젊은이들의 성과 생식학적 건강에 관해 잘 알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피임에 관한 의식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9월 26일 진행되는 기념일에 많은 관심과 동참이 따라야 할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번식률이 정점을 찍을 때 일명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정조개념이 목숨 같던 시절, 혼례를 치렀든 강제로 성관계가 이뤄졌던 임신을 하게 되면 그게 전부인줄 알고 억척스럽게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시절이 있었다.

여자의 과거 성경험이 죽을죄보다 더 큰 흠이 되어 모든 걸 참고 살았던 시절, 요즘 같으면 순결을 요구하는 남자가 비정상으로 비춰지는 시대가 됐지만 피임이 뭔지조차 몰랐던 과거에는 지금처럼 인구증가의 원천이기도 했다. 이른바 머리 올려줬다며 긴머리 올리고 신혼방에 촛불을 불어 하나 둘씩 낳은 아이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인재들이 되었고 명절이면 너도나도 부모님 찾아뵙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재산이었다.

물론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과거가 없는 현재가 어디 있으며 미래 또한 현재를 발판으로 이어가는 것이니 너무 터부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점차 상승했고 어설픈 데이트 신청은 성추행으로 몰리는 세상이 됐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하는 말은 여성들이 했던 소리였지만 지금은 남성들이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구애를 할 수 있어야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할텐데 박봉의 공무원이나 중소기업 총각들은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이나 재벌2세 또는 막대한 유산상속자라면 모를까. 이제 인구감소의 발판(?)은 더욱 탄탄해졌다. 굳이 고생해가며 비참한 신혼생활을 하려는 여성도 없거니와 설령 결혼 후에도 출산이라는 고통을 감수하려는 여성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임신한 여성도 온갖 고민 끝에 낙태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해외원정까지 가던 낙태수술은 이제 국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더구나 성관계는 피할 수 없는 본능이자 생리현상인데 임신을 원치 않으니 당연히 몸속에 장착하는 기구나 약물, 또는 남성이 신체 외부에 사용하는 콘돔이니 페서리, 피임링 따위가 언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성폭행이나 기타 상황에 따른 피임의 필요성은 한 여성의 인생을 구제할 수 있는 도구기도 하지만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고의로 임신을 피하는 존재는 인류뿐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임신을 피하는 도구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피임의 실패로 낙태라는 치명적 시점에 도달할 수 있고 그나마 조치가 늦어 출산까지 이어질 경우 산모나 태아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남성이 우월적, 물리적, 사회적 권위까지 포함된 강자라면 여성은 모든 면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어쩌다 임신했다고 말했다가 칠칠맞지 못하다거나 지우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책임지지 못할 생명이라면 사전에 막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이 정자를 배출해서 난자와 결합해 자궁에 안착할 때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보노라면 참으로 신비하고 대단한 과정을 거쳐 탄생함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아무리 대단한 업적과 과학적 성과를 이룬다 해도 사람을 돈으로 만들거나 물리적 과정으로 만들 수는 없다. 오로지 젊고 건강한 정자와 훼손되지 않은 자궁이 있어야 탄생할 수 있는 것일진대 현재의 인류가 하는 행태를 보면 살자는 것인지 지금만 살고 후손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것인지 난감하다.

인간사회의 모든 기본은 사람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경제력과 군사력과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도 운영하고 사용할 사람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인간은 인간을 많이 만들어야 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여 안심하고 임신과 출산을 거듭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돈이 그런 환경을 만드는 원천이지만 엉뚱한데 사용하고 정작 뭐가 중요하고 필요하고 급한지 모른다면 이 또한 전쟁보다 더 치명적인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피임의 날 피할 수 있는 것만 피하고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 한다. 이 땅의 건강한 남녀가 원만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나라가 되도록 현실적인 정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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