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이별 뒤에 나타나는 분노 반응
[박미경의 기자수첩] 이별 뒤에 나타나는 분노 반응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09.28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미경 기자

연인과 헤어졌을 때 나타나는 반응 중에 ‘분노’가 있다.

가질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나의 연인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다는 본능은 당연하다. 극단의 경우가 실지로 일본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아베사다 사건’이다. 아베사다는 내연남이자 유부남인 연인 이시다 키치조와 연인관계로 있다가 그를 영원히 갖고 싶다는 욕망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시다의 허벅이에 ‘사다와 이시다 단둘이서’라는 글을 피로 새겨넣는다. 

이후 아베사다에 대한 정신분석이 이루어졌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필자는 아베의 심리의 첫 번째 감정으로 분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베사다는 첫 관계를 성폭행으로 맞았다. 이후 유곽으로 팔려가면서 일반 남성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가 저변에 깔려있다고 본다. 아마 이시다와의 관계에서도 그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데에 대한 분노에서 범죄의 시발점이 되었을 듯하다. 

실연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분노’는 당연하다.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미칠 듯 화가 나는 상황에 맞닥뜨려진다. 실연 당사자가 물건을 부수거나 상대방을 폭행하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2021년에 발생한 ‘송파 전여자친구어머니 살해사건’,2022년에 천안에서 발생한 조모씨 전 여자친구살인사건 등 복수형 폭행도 분노에서 유발한다.  

“그래.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다른 사람 생긴 거야? 헤어져. 그 사람은 그냥 새로운 사람이니 니가 호기심을 가질 뿐이야. 니 마음을 너도 모를 거야.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런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 그런 사람이었어? 우리 사이. 그 사람도 알고 있니? 다 불어버릴 거야.” 라고 말하며 분노를 폭발한다.

같은 공간을 공유했거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커플들에게 이런 증상은 더 심하다. 심지어는 분노가 신체화된 증상으로 환상통을 느끼기 까지 한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자신을 모욕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상대가 아직도 그립고 보고 싶다. 한편으로 상대방을 저주하는 마음도 품는다. 무작정 상대의 집이나 직장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때로 전화를 걸어 매달려도 보고 심지어 욕도 하고 폭행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리학 연구 결과에 보면 소위 관계가 깊으면 깊을 수록 과격함의 수위가 높아진다. '분노'의 감정은 억압되어 있다가 나중에 '공포심'으로 변하게 된다. 사랑의 아픔이 너무 커서 다시는 사랑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남자에게 상처 받고 '남성공포증'이 생기거나 여성에게 상처받고 여자사귀기를 공포에 가깝게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당신이 나쁘게 이별 했다면 운이 안좋았거나 상대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거나 정말 사람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에게 걸리거나 한 것이지 결코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고 해서 혹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함부로 이별의 폭탄선언을 하는 건 아주 나쁘다. 

여자가 이별의 말을 건넸을 때 남자들이 폭력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남성에게 이별을 당했을 때 여성도 심한 말을 하거나 우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여성은 힘이 약하다 보니 언어로 폭력을 행사하고 우는 건 남자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동정심에 호소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힘이 약한 여자가 폭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 울음이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상대가 양다리를 걸쳐서 이별하는 경우 배신감과 함께 내가 그 연적보다 뭐가 못해서라는 극단적인 자기 비하감에 빠진다.

연적에게 애인과의 비밀스런 편지나 이메일,사진,카톡 등의 자료를 모아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든 이 게임에서 살아남고 싶은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다. 당신의 결핍을 채워주고 당신도 그 사람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뒤돌아보아서 나쁜 관계에서 빠져나왔다면 박수칠 일이고 애착이 심했는데 억지로 그 관계에서 추방 당했다면 어차피 그리 될 일이라 생각하면 된다. 본인이 할 일은 그간의 과정을 행복하게 기억하고 좋은 경험을 준 그 사람에게 감사하면 된다.

'결별이 이룩한 축복'이라 하지 않았던가? 박수칠 때 떠나자.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박미경 기자
박미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orange55@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