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맞고 자란 아이 잠재적 가해자로
[덕암칼럼] 맞고 자란 아이 잠재적 가해자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09.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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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남자들이 군복무시절 이른바 고참으로부터 기합이나 폭력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줄빠따라는 이름으로 병장이 상병을 상병이 일병을 때리는 폭력의 내림현상은 맞은 만큼 고참이 되면 보복심리가 작용하면서 폭력근절은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금이야 관련 법규가 거미줄처럼 촘촘하여 그럴 일이 드물지만 그래도 사병들 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감은 군 이라는 특수성으로 구속감을 벗어날 수 없다.

이른바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필자가 입대하던 1985년만해도 이전에 들은 전설의 703중대의 명성은 악명 높았다. 33개월 동안 적어도 스무 번은 맞고 열 번은 패봤으니 계산상 구타 근절에 앞장선 것은 사실이었다. 앞서, 세상 겁날 게 없었던 사춘기 시절에는 학교에서 밴드부의 군기잡기에 희생양이 되어 매주 한번씩은 타작을 했고 3학년 들어 절반만 돌려줬으니 오십 번은 맞고 스무 번은 때려봤다.

수업을 마치면 동네 불량배들과의 맞짱 뜨기에 이골이 나는가 하면 이른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파스냄새가 몸에서 그칠 날이 없었다. 성장환경이 강원도 탄광촌의 석탄가루 날리던 험난한 지역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이 연속적인 시련으로 다가왔지만 훗날 이러한 과정은 훌륭한 훈련이었다.

이미 소년기부터 가정폭력과 또래 아이들의 치고 박고가 생활화 된 과거까지 치자면 200번 맞고 100번 패봤다는 산술적 경험치가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니었다. 서론은 여기까지 늘어놓고 오늘 국회 출입기자로서 다리품을 팔다가 얻은 정보 중 보건복지위원회 전남 목포시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의 발표가 눈에 띄어 소개하기로 한다.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아동학대 발생 현황을 보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115,662건으로 전체 폭력 중 80%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부분 가정내에서 벌어진 폭력은 지난 2017년과 비교해 볼 때 약 68.1%나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조사대상에서 누락된 확률까지 더한다면 실제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학대의 가해자가 친부모가 가장 많았고 다음 순서로 계부모, 양부모 순서로 집계되었으며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폭력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수 중 83.2%가 가정에서 벌어진 것이니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정폭력, 맞아본 사람만이 아는 절박한 심정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생존권을 가진 가장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어떠한 이유로든 일방적인 피해자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그때뿐이고 여전히 아동학대 건수는 급증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미진한 편이다.

어쩌면 사람 사는건 서로가 바빠야 한다. 가장은 직장으로 주부는 가정을 지키고 자녀는 학교로 가서 저녁에야 잠시보고 그렇게 세월이가다보면 결혼해서 분가도 하고 명절때면 무척이나 위하는 척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들어앉아 서로 부대끼다보니 갈등만 증가하는 것이고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2017년 17,177건이었던 부모의 학대가 2021년 30,324건으로 85.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건수나 장소를 고려한다면 가정은 언제 어떤 이유로든 폭력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위험지역이다. 폭력의 특징은 때리는 부모나 맞는 아이들이나 상반된 감정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협의나 타협의 여지가 적을 뿐만아니라 부모라는 이유로 갑의 위치에 있으며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물론 서로 위하며 사랑이 넘치는 온화한 가정도 있겠지만 오늘 발표된 자료만 본다면 한국사회의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혹자는 요즘에도 애들 때리는 무식한 부모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할 수 없는 통계수치 앞에서 막연할 뿐이다. 가정에서 맞은 아이는 갈 데가 없다.

집은 편안한 안식처이자 유일하게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둥지와도 같은 곳이기 때문에 집에서 발생한 폭력은 그어떤 이유로든 삼가야 한다. 구석에 몰아놓고 패면 어디로 갈 것인가. 한번 맞은 아이는 공포와 불안감에 또 언제 맞을지 모르는 가능성에 떨게 된다. 물리적 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피해의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혹여라도 갑의 위치에 서게 되면 약자를 대상으로 같은 일을 저지를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더라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7년 3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으로 3년 연속 4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은 폭력을 당하는 환경에 놓여지면 안 맞기 위해 비굴해진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 대신 밀어 넣고 자신을 빠지려는 겁쟁이가 될 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맞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된다면 잠재된 파괴본능은 만만한 대상이 생기면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맞은 아이가 다시 때리는 대물림을 하는 것이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했다.

이제 그 대안을 제시한다. 폭력의 그늘에서 자란 아이가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내 며느리·사위가 될 수 있으며 주변에서 그러한 분위기나 폭력에 노출된 아이가 지레짐작이라도 간다면 무조건 신고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달래고 말려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집안일에 개입하는 것 같지만 맞고 있는 아이 입장에서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바람이다.

아이에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은 전쟁도 아니고 엄청난 조직폭력배의 등장도 아닌 가장 믿고 존경하며 사랑하는 부모의 폭력이다. 걸핏하면 강압적 언어폭력으로 방울뱀 소리까지 내면서 예고할 게 아니라 칭찬과 격려로 키워내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로 대물림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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