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날 때부터 노인이었을까
[덕암칼럼] 날 때부터 노인이었을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0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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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보편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물질보다 정신적 풍요로움이 클 때 실현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태어나서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과 장년을 거쳐 노년기로 가는 당연한 삶의 굴레 속에서 살게 되는데 시기별로 일장일단이 있는 것을 살리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향하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가령 어린아이가 힘 없다고 학대당한다거나 청년이 꿈과 희망이 없다면 어떨까. 또 척주역할을 해야 할 50대의 고독사와 자살률이 늘어난다면 그 사회, 전면 재검토 해야 하고 아프더라도 대대적인 수술을 하는 것이 중장기적 대안이다. 작금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그러한 걱정을 아니할 수 없다.

본디 인간은 행복하기 바빠서 불행을 몰라야 하는데 어째 돌아가는 판이 정치는 당쟁을 일삼고 언론은 말초신경을 자극시켜 시청률 올리기에 여념이 없으니 국민들은 그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세월가는 줄 모른다. 오늘은 전 연령층에서 노인들의 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노인이 날 때부터 노인은 아닐진대 사회적 위치를 보면 겨우 입에 풀칠하기 바쁜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과연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누가 감히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때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철야 작업도 마다않고 노조도 없는 삭막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잘만 버텨온 분들이셨다. 적어도 70세 이상의 연령층이 이뤄놓은 텃밭에서 지금의 세대가 농사를 지어먹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으니 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복지가 당연한 게 아닐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한민국 노인들의 사회적 위치는 어떠한가. 선거 때만 일시적으로 노인정을 돌아다니며 비굴한 웃음으로 표를 구걸할 뿐 파지 수집하는 노인들의 세계를 취재해본 경험자로서 이건 아니지 싶다. 한때 정치권과 언론이 인구 정책으로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염려는 우려가 되고 실제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7명은 노인이다.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인구 중 9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대로라면 2025년엔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 통계는 너무나 정확하다. 갑자기 아이들을 대거 출산하지 않는 한 노인들의 자연사로 인한 사망률을 감안할 때 더하면 더 했지 덜할 일이 아니다.

지난 2일 제26회 ‘노인의 날’을 기념하여 대한민국 노인들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고 노인들에게 정부가 부여하는 온갖 혜택을 보면 카카오택시나 스마트 폰에 앱을 깔아 전자 정부의 정보를 받을 줄 모른다. 나이가 드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무리한 실정이다.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보면 횡단 중 사망이 2012년 47%에서 2020년에는 57%로 올랐고 작년에는 59%까지 올랐다. 이대로라면 2030년쯤에는 노인들이 아예 도로를 나다닐 생각을 안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다른데 상상할 것도 없이 바로 지금의 60대나 70대가 그 대상이다.

어렵사리 거리에 나가 음식이라도 시켜 먹으려 하면 키오스크가 떡 버티고 소지한 현금은 무용지물인 종이와 금속조각에 불과하다. 카드나 스마트폰의 예약 바코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불과 수 년 안에 이 땅을 지배할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앉아 버티면 더 외로운 것이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이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서운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과거 할아버지가 집안의 어른이자 모든 대소사의 결정권을 가졌다면 이제 그 자리는 같은 가족 간에도 각기 다른 의견들이 상충하면서 갈등의 원인으로 거론되기 일쑤다. 안방이라는 개념도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가정교육도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보니 부모님이 애완견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2020년 기준 홀로 사는 고령자 가구는 116만1,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중 35%에 달한다. 65세 이상의 노인 10명 중 3명은 혼자 방치된 것이나 진배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며 그런 문제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곧 현재의 기성세대가 풀어 가야할 당면과제라는 점이다.

몇 달 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일자리 창출의 내면을 까보면 고용 창출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일자리사업이 노인들의 단기 일자리만 양산하고 고용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명 중 98명이 노인이며 지난 5년 동안 약 15조원을 퍼부었다. 이미 구체적인 내막을 알았던 필자로서 아무리 떠든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마땅한 대안인들 있을까.

문재인 정부 초기 67%에 불과했던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2년 만에 85%까지 늘어났다. 무슨 일자리가 젊은이들은 죄다 빼고 노인들만 그득했을까. 안 해도 될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온갖 명분을 만들어 안 해도 될 일을 몇 푼 안되는 돈을 뿌려가며 통계만 올린 것이 이제야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장난질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노인문제도 문제지만 정작 위험한 건 아이들의 현주소다. 아이들은 어떤 경우라도 보호되어야할 미래의 자산임에도 학대는 기본, 온갖 성범죄의 그늘에 방치된 채 실태파악조차 안되는 것은 공무원 숫자만 잔뜩 부풀려 놓은 행정기관의 방만함이 낳은 비극이다.

외형만 화려했지 내면은 시커멓게 병들어 있는 상태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지적을 하지만 정작 대안이 없을까. 있다. 어려울까? 쉽다. 다만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면 정치권의 할 일은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걷은 세금으로 너도나도 예산확보하기 경쟁이나 벌렸지 소중한 혈세가 적시적소에 제대로 쓰여지기만 해도 현재의 모든 노인들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현실을 파악하지 않고 탁상행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발로 뛰는 행정기관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아쉬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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