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세월호, 세월이 얼마나 지나야 할까
[덕암칼럼] 세월호, 세월이 얼마나 지나야 할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14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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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한지 8년 반이 지났다, 304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구조를 위해 해경이 도착했을 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의 주역들은 살아남았지만 배가 침몰한 이후 구조된 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세월호의 인양작업은 3년 뒤인 2017년 4월 11일 완료되었으나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은 현재까지 주요과제로 남아있다. 당시 필자는 경기도 안산지역을 중심으로 취재활동에 다리품을 팔던 시절이라 누구보다 더 열심히 현장을 뛰어다녔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오가며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하느라 앞장서던 날들이었다.

안산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거리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졸음운전으로 사고 위험도 있었고 사고현장으로 출항한 배 안에서 통곡하는 유족들의 절규에 동행했던 기자들도 다같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다음날에는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생존자들을 취재 하느라 모든 방송, 신문 기자들이 병원 로비에서 밤새 대기하던 시점이었다.

병원 관계자의 고압적인 자세로 언성이 높아졌고 그에 대한 지적기사를 썼다가 수 십 만건의 비난 댓글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민적 분노와 함께 방향을 잃은 마녀사냥의 표적은 누구든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1년, 2년이 지나도 경기도 안산은 추모의 도시로 자리매김했고, 해마다 4월 16일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과 정부 인사들은 물론 알만한 정치인들이 모두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공감했다.

온국민이 알고있듯 세월호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촛불을 켰고 촛불은 박근혜 前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으며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에서 문재인 前 대통령의 당선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듯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문재인 前 대통령은 “얘들아 고맙다”며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세월호특별법은 헌법을 초월할 정도의 최고 권한을 얻었고 그 어떤 정치인이라도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생명이 끝날만큼 절대적 영향력을 갖췄다. 3년, 4년이 지나도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화랑유원지 근처에는 수 백장의 추모 현수막이 옥외광고물 관리법과는 무관하게 애도의 물결을 이뤘지만 감히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못했다.

안산지역의 지역상권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더더욱 초토화 되었고 박수나 환호성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유흥업소는 물론 회식이나 기타 모임조차 눈치 보여 못하던 날들이 수년간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산사람까지 잡겠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이를 항의하던 상인 표는 야심한 밤에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재물 손괴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세월호 사건은 세월이 흘러 6년째부터는 안산의 중심지에 대규모 납골당을 건립하는 구상이 현실로 벌어졌다. 인구 65만의 도심지 한복판에 공동묘지나 다름없는 시설이 들어서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단체나 그 누구도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안산의 주인인 시민들도 모르게 진행되는 것을 말릴 사람이 없었다.

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훗날 후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심사숙고 해줄 것을 수 십 차례나 언론보도를 통해 주장했었고 순수한 시민들로 구성된 단체 ‘화랑지킴이’가 160회나 집회를 벌이며 전면 재검토 및 장소 이전을 요구했지만 2022년 10월 14일 지금까지 정부 주도하에 차질없이 진행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건립은 막을 재간이 없었다.

그동안 서울 광화문 천막 농성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얼마 전 안산단원경찰서에서 조사 중인 세월호 예산에 대한 횡령사건이 어찌 되었든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안산의 심장부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추모공원이 생기든 말든 막대한 국비를 들여 안전공원이라는 명칭으로 미화된 공동묘지 형태의 추모공원이 들어서든 말든, 탓할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국민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이 추모 외의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미 인양비용부터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과 국민성금 등 모든 금전적 출처가 공개 되어야 함이 마땅한 일이다. 억울한 희생일수록 오해의 소지도 줄여야 하며 희생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입출금 내역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준으로 공개 되어야 한다. 그동안 쉬쉬하던 세월호 예산에 메스를 들이댄 사건이 터졌다.

국회 국토교통부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13일 경기도 등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과는 상관없이 관련 예산을 썼다고 주장하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 의원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약 110억원 규모의 국비 및 지방비 예산이 편성됐으며 그 중 약 36억 원이 민간단체에 보조금 형태로 직접 지원됐다고 밝혔다.

이 중에 2020년 1천 만원 예산을 지원받은 A협동조합은 1박 2일 일정으로 조합원 자녀들과 함께 수영장이 딸린 바닷가 펜션에서 87만원을 결제해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고 1천900만원을 지원받은 B시민단체 대표 김모씨도 자신의 남편에게 자료집 인쇄를 맡기고 비용을 지급했으나 당초 신고한 500부 보다 적은 300부만 인쇄해 감사에 적발됐다.

뿐만아니라 1천900만원을 지원받은 C협동조합은 요트 체험·렌터카 비용 및 숙박비용 등으로 약 400만원을 사용했고, 또 다른 D민간단체는 2년간 세월호 예산 약 3천300만원을 지원받아 가죽가방 제작을 위한 가죽 재료 구매와 강사 비용에 약 3천 만원을 사용하는 등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예산이 너도나도 곶감 빼먹듯 먼저 먹는 게 임자가 되고 말았다.

이러라고 소중한 국민세금을 편성했던가. 서 의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유가족·피해자 구제에 쓰여야 할 예산이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고 본래 취지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은 세월호 예산의 의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두 밝혀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희생자들의 죽음이 악용 당했다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피하지 말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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