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진작 개정되어야 할 법
[덕암칼럼] 진작 개정되어야 할 법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0.1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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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3대 본능이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인데 그 중 가장 우선인 먹거리는 농·축·수산물을 재료로 2차 유통을 거쳐 3차 가공까지 유지하려면 각 종목별로 유통기한 을 설정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국민들은 순진한 건지, 착한건지, 아니면 융통성이 없는 건지, 유통기한이 하루만 지나면 음식폐기물로 취급하며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하루라도 남았다면 괜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유통기한이란 대체 어떤 기준일까.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인데 이게 절대적으로 통용되는 유일한 단어다보니 유통기한의 독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품질유지기한이라는 다음 단어는 설자리가 없었다.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이 있는데 여기가 끝이 아니라 품질유지기한 보다 더 늦어도 섭취가 가능한 최종일자인 소비기한 이라는 게 있다. 독자분들은 식품이나 기타 먹거리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확인할까.

제조일자, 유통기한 그 다음 제조국가, 아니면 수입산의 성분표시 등일 것이다. 사실 유통기한보다 더 중요한건 보관방법이다. 제 아무리 기한이 남았더라도 냉장식품을 땡볕에 두었거나 포장지를 벗긴 상태에서 방치할 경우 섭취 자체가 위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것은 물론 진열·보관만 해도 불법이며 이를 어길 시 행정처분 등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현실적으로 악법이나 마찬가지인 유통기한 준수가 2023년 1월 1일부터는 새로운 잣대로 변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진작부터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 최종소비기한 등을 적용하여 멀쩡한 제품까지 모두 쓰레기로 버리는 폐단을 줄인 바 있다. 대한민국 식품위생법만 1985년 도입후 경직된 자세를 취하다 38년만에 개정된 법안을 시행하는 것이다.

법이 바뀌면 유통기한이 아닌 소비기한을 게재해야 하는데 버려지는 식품이 상당부분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기간 자체가 절반 가까이 늘어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은 지라 이나마도 1년이라는 계도기간이 주어진다. 따라서 2024년부터는 소비기한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변조하는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제품 폐기, 영업 정지, 제조 정지뿐 아니라 영업 허가·등록 취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식품위생법에서는 단순 보관인지, 이미 제품에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행정처분을 부과했다. 어제는 성매매와 관련하여 현실적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는데 오늘은 식품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무식하고 무모하고 국민들의 먹거리에 무관심했었는지를 논하고자 한다. 약 3년 전의 일이다.

당시 필자가 운영하던 대형 웨딩뷔페에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왔다. 약 800평의 면적의 규모와 인테리어면에서 해당 지역구에서는 유일한 대형음식점인지라 식자재의 입고부터 조리를 거쳐 요리로 나가기까지 까다로운 검수를 거쳤는데 제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이른바 털면 얼마든지 먼지가 날 수 있는 게 요식업이다.

물론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다 보니 관련법을 잘 만들어 위생에 문제가 없게 해야 하지만 사소한 트집이라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는 게 현실이다. 불청객은 시민단체를 빙자한 음식점 합동단속반이었는데 작정을 하고 온 지라 성의껏 답변해서 돌려보냈다. 다음날 다시 기습단속을 나온 구청의 위생과 직원은 매장과 주방을 이 잡듯 샅샅이 뒤진 노력끝에 폐기목적으로 치워놓은 마른 후추병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엄포를 놓았다.

마른 후추병의 제조일자가 2018년 7월 이었고 1년 유통기한에 당시 2019년 8월 이었으니 유통기한을 한 달 넘긴 건 사실이다. 인구 35만의 지역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관련 업체들만 여러 곳 이라는건데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은 사실상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나 진배없었고 한 치의 계도나 주의조치도 없이 영업정지가 내려졌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할 구청에서 지역 경제 초토화에 앞장서며 지도 단속권한도 권력이라고 휘두르는 말단공직자의 안하무인격 단속에 조용히 문을 닫고 해당 업체는 폐업에 모든 시설은 철거되는 낭패를 당했다. 개인적인 하소연이라면 진작 했겠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사설로 늘어놓는 것은 유통기한이 당초 식품의 안전을 위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공무원의 서슬퍼런 칼날로 악용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비록 개인의 일이지만 이 같은 폐단이 줄어들어 어렵사리 애쓰는 자영업자들이 악법의 피해자로 재현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세월이 훌쩍 3년이 지난 요즘은 어제도 오늘도 구정물에 손 담그며 하루에도 수 백 명의 고객을 위해 새벽부터 식자재 매입은 물론 재고파악을 위해 밤까지 노력해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밥상 물가를 체험하고 변해가는 식생활 문화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맛있는 식사로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며 서로 돕는 화목한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이번 악법의 개정은 탄소 줄이기에도 일조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진작 개정되어야 할 법이었다.

필자가 불자는 아니지만 많고 많은 직업 중 배고픈 자에게 밥 주는 아사공덕 이라는 게 있다. 기왕이면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에게 넉넉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후한 인심을 쓰노라면 없던 행복도 생겨나니 식품위생법의 고무줄 잣대가 일부 공무원의 거드름피우는 도구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국민의 밥상을 모르는 자가 무슨 식품위생법을 말할 것이며 새벽부터 시장을 보러 다니지 않은 사람이 물가를 어찌 말할 것인가. 적어도 배고픈 학생들의 표정만 봐도 밥을 얼마나 퍼 줘야하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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