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글보다 그림의 우수성
[덕암칼럼] 글보다 그림의 우수성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03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글은 뜻을 이해하려고 읽어야 하며 같은 단어라도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일장일단이 있지만 그림이나 사진은 한눈에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해가 편하고 빠르기도 하지만 깊은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긴 하다.

약 45년 전 필자가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시절부터 줄기차게 다닌 곳이 만화방이었다. 부모님 몰래 짬을 내서 한 두 번 가본 곳이 점차 재미가 붙어 눈앞에 온갖 멋진 장면들이 선했다. 간혹 시리즈로 출간된 까치, 삼국지 등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떤 관심도 따라올 소재가 없었다.

한 권에 20원, 두꺼운 만화는 50원 하던 시절, 어른들은 공부 안 한다고 야단치셨지만 어찌 알았으랴. 지금의 칼럼을 쓸 수 있는 무궁한 상상력도 그 당시 만화책을 열심히 본 학습효과가 일조할 줄을.

책으로만 보던 만화가 언젠가부터 텔레비전의 영화로 상영되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른 일 다 제쳐 놓고 만화 영화는 꼭 봐야 한다는 집념(?)까지 생겼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만화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만화방에서 빠질 수 없는 간식이 있다면 어묵으로 불리는 오뎅, 달고나로 불리는 국자의 설탕을 빼놓을 수 없다. 국자에 녹인 설탕이나 포도당 따위에 소다를 조금 넣어 허옇게 부풀리던 장면은 어제일 같다. 집에 돌아와 부엌의 국자에 설탕을 넣고 그대로 따라해 보지만 만화방의 그 맛이 아니다.

외려 국자만 시커멓게 태워먹고 어머님 몰래 닦아 보지만 잘 지워지지도 않는 탓에 곤욕만 치렀다. 이쯤되면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연배들이 있으리라. 주인 몰래 한 두권 더 훔쳐보던 독서 절도, 다 보고 한번 더 보는 알뜰함도 있었고 훗날 어른이 되면 만화방을 차려보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로보트 태권브이, 마징가Z, 은하철도 999 등 만화 영화를 보며 동심은 무한한 상상력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 알고 보니 창의, 융합 등 교육부의 주요 방침과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어제 일만 같았던 만화에 대한 열독은 먹고 사는게 바쁘다 보니 어느새 수 십 년을 훌쩍 지나버렸고 세월이 흘러 영어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명칭이 이제는 특정 전문분야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제22회 만화의 날’이다. 부천의 만화박물관도 유명관광지로 부각되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웹툰은 이제 직업이자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었다. 캐릭터라는 영어 단어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생겨났고 한 컷짜리 만화가 중앙언론의 지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가 하면 많은 의미를 함축했다는 이유로 여론 주도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좋아하면 울리는’,‘숲속의 담’,‘집이 없어’,‘신의 태궁’,‘위아더 좀비’등 총 5편의 우리만화가 선정되어 각 500만원의 상금을 받은 바 있다. 이중에 ‘집이 없어’는 가출 청소년들이 갈등 속에서 서로 연대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제는 만화책 못 보게 하는 부모들이 오히려 무식하다는 소릴 들을만큼 만화는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분야이자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문명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못된 것부터 배운다는 점이다.

음란만화로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 생명을 너무나 쉽게 해치는 내용들이 정제 되지 못한 채 자라는 청소년들의 정서에 고스란히 자리 잡는다는 사실이다. 만화의 장점은 무궁한 상상력으로 현실에서는 찾지 못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낸다는 점이다. 칼이 잘 들면 야채나 고기도 쉽게 자를 수 있지만 반대로 손이 베일 확률도 그만큼 크다.

형식적인 검증과정이 미성년자들에게 구독하지 못하는 담장이 될 수 있을까. 한창 궁금증이 넘치는 사춘기시절, 어떤 내용이든 기억 속에 쉽게 들어 올텐데 그 내용이 자극적인 흥미위주의 허구성만 부풀려져 있다면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얼마나 유해한 독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만화의 날을 맞이하여 만화의 장점을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

관계당국의 성인인증 절차도 강화하고 기성세대들은 건전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함께 모색하며 창작력을 키우는 소재가 된다면 권장할 수 있는 도서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도 편성해 줘야 한다. 다만 그러한 예산이 특정분야의 지갑이나 채워주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신중함을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세상이 변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며 그러한 발전의 일장일단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검증과 신중함이 더해 질 때 문명의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이지 자칫 빗나갈 경우 되레 해가 될수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만화책 보면 공부 못한다고 야단치던 시대에서 애니메이션 전문 학교, 웹툰 창작학과 등 전문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

광대는 연예인으로, 노래하던 사람들은 가수라는 영역에서 수 많은 관중들의 조명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으로 달라졌다. 환쟁이는 화가로, 복덕방은 부동산으로, 보험아줌마는 컨설턴트로, 다만 달라지지 않은 영역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치는 정치인들의 구호다.

문어 다리를 잘라 문어에게 조금만 나눠주고 나머지를 갈취하는 일을 수 십년째 이어져도 자신의 발 맛에 길들여져 다리를 또 내주는 아둔한 국민들과 이를 적절히 도닥거리며 배를 채우는 문어잡이 어부의 지혜(?)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은 배가 고픈 탓이다.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된다면 제 다리 잘라먹는 줄 알게 될 것이고 그때 그 즈음이면 우리 후손들의 빈부격차가 줄고 진정한 복지가 보편화되며 만화의 장점 또한 잘 정리되어 청소년들에게 창의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매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