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훈맹정음 눈이 구 백냥
[덕암칼럼] 훈맹정음 눈이 구 백냥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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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필자가 독자들에게 제안을 한 가지 드린다. 불편하면 안 해도 괜찮지만 할 수 있다면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 먼저 주변에 넘어지거나 부딪힐만 한 물건이 없도록 살핀 다음 10분만 눈을 감고 원하는 일을 해보면 몇 초만에 실눈을 뜨게 되는지 시험해보자.

10분이란 시간은 독자들에게 10년 동안 겪지 못했던 일들을 느끼게 할 것이며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한글을 읽어주는 음성시스템이나 키보드 칠 때마다 소리음이 들리는 기능을 본 적이 없으므로 이 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적이란 대머리에게 머리가 나는 것이며 시각장애인이 눈을 뜨는 것이며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 기적에 이미 포함된 것이고 설마라고 여기는 독자들은 현재 대한민국에 이러한 기적을 간절히 바라거나 보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2022년 10월 19일 기준 우리나라 등록 시각장애인은 총 25만 2,703명이며 이 중 90.4%가 점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은 9.6%에 불과했고 점자 사용에 대한 홍보 미흡, 실생활 적용에 대한 비현실적인 시설 등이 복지를 빙자한 예산 낭비의 사례라는 점이다.

시각장애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및 면담 결과 점자 교과서의 인쇄 상태가 미흡하거나 정보 누락 등의 문제도 많고 제작기간이 너무 오래 소요돼 실제 자료가 필요한 시기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각 자료에 대한 설명이나 제작 만족도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낮게 느끼고 있어 시각자료 제작 기준 및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고 학기가 시작되어도 점자 교과서를 받지 못해 학업 수행이 어렵다는 응답도 많아 점자 교과서·학습서의 적기 보급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경우 80%의 선거 참여율을 보였음에도 2020년 실시된 제21대 총선에서 응답자의 5.6%만 편의 지원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편의 시설 미흡으로 선거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내용의 분량이 66%에 불과해 열악한 상황이 예견된 일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은 소중한 것이며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시각장애인의 시력복구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당사자가 돼봐야 그 끔찍함과 막연함을 체감할 수 있다.

서론에서 필자가 눈을 감고 10분만 참아보라는 제안은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맛만 보라는 농락의 뜻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평상시에 배려를 더 하자는 의미다. 25만 2,703명 중 원해서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점자를 알지 못하는 약 23만 명의 시각장애인들은 문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인의 답답함을 겪고 있다는 것과 같으며 이는 현실적인 복지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흰 지팡이와 안내견 등 많은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또한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며 적잖은 해당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칩거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 동화 중에 심 봉사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 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든 효녀 심청전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효심을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야 안과 전문의들이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많은 기적을 낳고 있지만 모든 병이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 액정화면이 큰 제품을 선택했지만 TV모니터나 기타 영상을 보더라도 괜찮다가 스마트폰만 보면 한동안 시력이 흐릴 때가 많다. 특히 저녁마다 칼럼을 카톡으로 전송하다 보면 약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데 시력에 치명적인 시간이었다.

지금은 시력 좋은 직원에게 맡김으로써 다행이지만 개인의 생활을 논하자는 게 아니라 독자들도 시력이 건강할 때 아끼라는 제안이다. 멀쩡한 안구에 푸른색, 고동빛이나 기타 색깔 있는 렌즈를 끼거나 눈물이 마른다고 안약을 수시로 넣어야 하는 현상은 시력에 적색 경고등이 켜진 것이나 진배없다.

시각장애는 시각계의 손상에 의해서 시기능이 제한된 경우를 말하는데 어떤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맹인 또는 시각장애인 이라고 한다. 시각장애를 의료계에서 보는 관점에서 논하자면 눈을 통해서 사물을 보게 되면 전기신호로 바뀌어 시신경을 통해서 뇌로 그 정보가 들어가서 지각을 하게 된다.

사물은 시신경에 닿기 전에 그 빛줄기가 눈의 여러 기관 중 가장 먼저 투명한 커버 막, 즉 각막을 거치는데 눈동자의 홍채와 동공을 덮고 있다. 다음 사물은 굴절되어 망막에 맺히고 빛의 양에 따라서 동공의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지다 수정체를 지나게 된다. 시각장애를 유발하는 원인은 뇌손상을 당했거나 조산아에게 과도한 산소 제공, 미숙아 망막증도 원인이 된다.

또 눈 근육에 이상이 생겨 눈동자의 초점을 맞출 수 없거나 눈동자가 저절로 굴러다니는 안구진탕증도 시각장애를 유발하는 증상이다. 각막에 궤양이 생기는 각막궤양이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진균,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염증이 생기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백내장도 수정체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평소보다 좁게 보이는 녹내장도 대표적인 수정체 손상의 한 원인이다.

두 경우 모두 증상이 악화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당뇨망막병증도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하는데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속수무책 대안이 없다. 더 하면 부담이 될까 싶어 이만 줄이기로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몇 층 가는지 물어봐주고 계단이 있으면 점자읽기가 불편하니 오르내릴 때 손을 잡아주는 배려를 베풀어보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두 눈 멀쩡히 지켜보거나 방관하는 것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기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돌고돌아 자신이 그런 도움일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백성에게 훈민정음으로 글을 읽게 하였듯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로 글을 해독하게 하는 훈맹정음의 날 독자 여러분의 폭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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