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이태원 참사에 소방의 날도 침묵
[덕암칼럼] 이태원 참사에 소방의 날도 침묵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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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필자는 지난 11월 2일 ‘범죄 신고의 날’112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현주소에 대해 적나라하게 어필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11차례나 살려달라고 아우성쳐도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국민들의 원성이 112가 왜 있는지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날이었다. 그리고 순찰차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경고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대처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타 했고 조만간 순찰차의 운행실태를 취재, 보도할 예정이다. 이는 언론의 사명이자 안일한 근무가 범죄자들에게 여지를 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자는 측면이다. 1주일이 지난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에 대해서도 해마다 글을 쓰다 보니 수 차례 진화대원들의 어려움을 어필한 바 있지만 이번 소방의 날은 침묵 그 자체다.

잘한 건 온데간데 없고 부족한 점만 성토의 도마위에 오르는 소방은 언제부턴가 국민들의 잔심부름센터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고 어떤 일이든 결과에 앞서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소방이든 경찰이든 그 어떤 것이든 제공자와 소비자 양쪽이 모두 잘 해야 한다.

공직자이기에 앞서 인간이고 엄연히 집에 가면 가장이거나 귀한 자식들이기에 공복이라는 명분으로 막 부려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경찰은 사법부의 일선에서 권위적인 모습이었고 소방관은 화재진압만 한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민주 경찰 운운하며 인권을 주장하는 국민들에게 행정복지센터 등본 발급하는 행정공무원보다 더 만만한 상대가 되었고 소방 공무원 또한 온갖 잡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부서로 전락했다. 출동이 늦거나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민원을 넣고 불만을 드러내며 심지어 술주정까지도 서슴지 않는 화풀이 대상이 됐다.

물론 일부 국민에게 국한되는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할 때, 신고의 명분이 있을 때만 찾는다면 불필요한 출동으로 정작 필요한 일에 지장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1949년 제정되어 1991년 개정된 소방법은 2022년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했다.

먼저 오늘 ‘소방의 날’을 기념하여 소방과 관련된 모든 종사자들과 박봉에도 꿋꿋이 내조하는 가족들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화재진압에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근무하다 순직한 모든 소방관들의 명복을 빈다. 불은 연소재, 발화점, 산소 3가지가 있어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불에 대한 체험을 쓰자면 수 십 건도 넘기에 몇 가지만 적어본다. 오래 전 필자가 17살, 태백공고 재학중 밴드부에 가입하여 트롬본 주자를 맡았던 시절이었다. 선배들의 명령으로 악보를 그려야 하는데 행진곡 3곡이면 밤을 새워도 못할 분량이다. 영하 20도 가까운 추위에 손을 불어가며 밤새 쓰다가 잠이 들었고 새벽 1시쯤 촛불이 판자벽으로 옮겨 붙어 잠든 와중에도 따뜻함이 좋았다.

눈을 뜨니 온통 불바다 한가운데 방향을 구분할 수 없었는데 마침 출근하던 광부들이 합세하여 진화한 적이 있었다. 숯 검둥이가 된 몸으로 겨우 잠이 들 무렵 합판 사이로 숨어있던 불씨들이 다시 살아나 칼바람과 함께 남은 잔재마저 다 태우고서야 마무리 됐다. 고교 시절 3년을 밤새 공사판에 경비를 서는 일에 이골이 난 상황이라 겁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불은 달랐다.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화재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연기를 마시기도 하고 건물에 갇히기도 했지만 도심에서는 어떤식이든 구출되는 바 과거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다. 불, 설마…. 천만의 말씀이다. 겪어봐야 안다고 말하면 악담이기에 불에 대해서는 절대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서 어필한 연소재, 발화점, 산소 3가지는 늘 우리 주변에 있고 이는 예고나 인정사정이 없기에 조심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에 현실적인 대안이다. 화재는 2018년 4만2,338건, 2019년 4만103건, 2020년은 조금 줄어 3만8,659건이나 된다. 물론 산불이나 기타 불가피한 환경까지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 예방하지 못한 부주의가 발생 원인이다.

이로 인해 사망하거나 다친 소방관의 인원수를 보면 2015년까지는 약 3~400명이었으나 2016년 511명, 2017년 657명, 2018년 823명 2020년에는 1,004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 공무원도 97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소방 공무원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개선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경찰에 대해서도 어필하였듯 공무원은 국민 세금모아 월급 주는 즉,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이다. 따라서 온 국민의 삶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기관이자 수단이며 근본이다. 당연히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기에 공공기물은 아니지만 공공의 이익에 수반되는 전문 인력이다.

그렇다면 아끼고 귀히 여겨야 하며 직분만 공무원이지 퇴근시간이 지나면 또 같은 국민의 일원이요 해당 종사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이 되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보았듯이 119 출동이후 벌어진 수습 상황은 가장 어려운 일에 가장 먼저 달려와 온몸으로 인명구조에 나선 모습이었다.

소방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출동하면 길도 터주고, 진입로의 차량도 이동해 주는 매너를 갖춰야 한다. 구급차가 지나가면 그 복잡한 정체 차량이 모세의 기적이 벌어지는 것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가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해 두해 지나면서 피할 수 없는 화재와 재난은 어쩔 수 없지만 사람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며 남을 위해 줄 때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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