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진실과 현실의 차이점
[덕암칼럼] 진실과 현실의 차이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14 08: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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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이 세상 어떤 분야든 진실과 현실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진실은 가치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실리를 우선시 하게 되고 그런 모순은 동전의 양면이나 양들의 침묵처럼 질서와 상식을 해치는 자나 알고도 묵인하는 공범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80년 11월 14일 오늘은 대한민국 언론이 통폐합되는 날이었다. 당시 오후 9시만 되면 뉴스의 첫 마디가 전두환 대통령은 어쩌고 하는 바람에 ‘땡전 뉴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권을 향한 아부의 극치를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여 강압적이고 대대적인 개편 조치를 한 것이데 이날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건전언론육성과 창달에 관한 결의문을 채택하여 보안사령부에 의해 강제 재편성된 날이었다. 1개 도에 1개 사를 기준으로 주재기자들도 없애고 언론인들은 강제 해직을 당하는 피바람이 불었다.

이러한 광풍의 원인에는 언론인의 자질과 주재기자 제도의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후죽순 생겨나던 언론은 하루아침에 헤쳐 모여를 하게 됐고, 1990년 들어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다시 창간한 신문사들은 2000년 들어 경기도만해도 16개사나 생겼고 2009년 7월 22일 국회에서 방송법 등이 개정되면서 신문사를 배경으로 한 종편들의 출범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각설하고, 진실은 언론이 입법, 행정, 사법에 대한 지적과 홍보를 병행하는 사회적 과업에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금권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하게 미래지향적인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운영에 필요한 자본이 있어야 하고 홍보와 기록이 필요한 기관이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빌미로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홍보비를 책정하여 언론사의 취재 과정에 필요한 재원을 충족해 온 공생의 관계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처음에는 고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 쥐를 잡는데 사용됐다. 민첩한 동작과 예리한 이빨은 쌀을 훔치는 쥐를 잡아 고양이 본연의 역할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분야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의 검증이나 전문성을 분별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돼 자승자박의 길을 걷게 됐다.

당초 쥐를 잡아야할 고양이 대신 무늬만 고양이지 실제 햄에 길들여진 고양이들이 하나 둘씩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고양이 무리들로 판을 치면서 한국 언론의 성장은 점차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보도자료는 보도사료로 고양이들의 먹이로 둔갑했고 점차 홍보예산에 길들여지다보니 당초 햄을 주던 공보실의 담당자들은 벌벌 기던 을의 입장에서 언제부턴가 갑으로 서서히 위치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5마리에 5개 주던 햄은 3개, 2개로 줄었고 발톱은 길고 이빨은 낡아 쥐는커녕 바퀴벌레조차 못 잡는 비만형 고양이가 되고 보니 이제 2개뿐인 햄을 나누기는커녕 서로 차지하려고 임의 단체를 결성하여 밥그릇 다툼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이며 한 두 곳의 일은 아니다.

물론 올곧은 언론이나 공보실, 또는 기관·단체도 많겠지만 이제와서 다시 고양이 본연의 민첩성을 찾으려 하니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필자는 이미 20년 전 담배연기 자욱하고 화투판이 벌어진 기자실의 병폐와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며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기자실의 폐단을 개선하자고 주장했다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형언할 수 없는 시련을 거친 바 있다.

동종업계로부터의 집요한 시기, 질투, 음해·모함은 물론 검찰에 대한 허위고발로 한 해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시도때도 없는 고발에 이골이 나던 날, 나중에는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력이 그렇게 쓸 곳이 없느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지만 당시 시련들이 지금 돌아보면 나름 훌륭한 훈련이었다.

살아남았으니 이런 글이라도 쓰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언론이 바로서야 정치가 맑아지고 그래야 사회전반에 발전이 있다고 믿는다. 당시 가장 힘든 일이 기자단이었다. 실력이나 자질, 인성, 학력, 모두 소용없고 오직 기자단에 가입되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모든 홍보비나 오찬은 물론 외부기관과의 인맥 형성, 공직사회로부터의 공인성을 인정받는 통로가 된다.

물론 어중이떠중이 기자랍시고 설쳐대는 무질서를 바로잡는 장점도 있겠지만 소위 특정인들의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은 관공서에서 배분해 주는 홍보비를 나눠먹을 수 있고 기자단이라는 소속감에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겠지만 멀리 보자면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20년 전 기자란 정의감과 전문성, 객관성을 고루 갖추고 항상 글을 쓰는 자세로 언론인의 자질향상을 주장하며 더 늦으면 10년후 쓰레기 취급을 받을 것이라 우려한 바 있었다. 그리고 20년 후에는 그러한 비평의 가치조차 없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며 아직도 늦지 않았음을 수 십 차례나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 순방에 따라 나섰다가 영어 한 마디 못해서 국가망신을 산적도 있었고 중국 순방에 따라 나섰다가 집단폭행을 당한 사실도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기자란 어떤 분야든 자질을 갖춘 자가 함께 나서야 할 것이며 기자단이 임의 단체에 소속되어 우월감과 영웅심에 젖어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구성원이라면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물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면 국위선양이나 대국민 정부 홍보에 대한 훌륭한 언론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 안 태운다고 난리치는 MBC를 보며 그 과정에 대해서도 먼저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을 편견으로 대하는 대통령이나 그런다고 난리치는 방송국이나 또 그런다고 부화뇌동하며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단체 행동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 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출입기자단이라는 5글자가 모든 기관·단체에서 무형의 권력이어서는 안된다.

공직사회부터 존경받고 국민들로부터 건전한 여론조성의 길잡이가 되려는 노력이 선행된다면 그 어떤 단체보다 가치와 명분을 고루 갖추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거론한 1980년대 언론통폐합 당시 보여주었던 언론인들의 단체 행동과 42년이 지난 지금의 단체 행동이 과연 언론자유를 목표로 한 것인지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되짚어 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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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2022-11-14 19:29:00
항상 좋은글 감사히 잘읽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