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의 기자수첩] 친구의 의미
[박미경의 기자수첩] 친구의 의미
  • 박미경 기자 miorange55@naver.com
  • 승인 2022.11.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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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달콤하지만은 않은 생의 길을 걸어갈 때 동반자격인 친구는 몇 명이 필요할까 생각해본다.

유안진 시인의 명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동네에서 슬리퍼를 끌고 만나도 흉되지 않을 친구~’ 라는 말이 나온다. 정말 동네에서 슬리퍼를 끌고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서 어린 시절 잦은 이주로 인해 누군가를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을 사는 동안 적지 않은 친구들과 헤어졌다.

꼭 마음이 멀어져서라기 보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처음엔 왜 친구하고 멀어지는 걸까? 의아할 때도 많았다. 나이가 들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럴 만한 이유와 상황이 모두 있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어렸을 때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대학을 거쳐오면서 한 세트의 장남감처럼 붙어있던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나중에 생각하니 나는 그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마음 속에서 멀어져간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세 해 쯤 지났을 때였다. 오랜 만에 친정인 서울에 와있게 되었을 때였다. 믿거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내일? 아니 모레? 아니 그 다음날도 안된다는 친구의 거절은 결국 뼈아픈 깨달음을 남기고 그녀와 나의 차디찬 결별로 이어졌다. 

물론 지금도 한 그룹 안에 있으니 마음먹으면 연락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의 통화에서도 견해의 다름을 이유로 매섭게 소리치는 친구의 목소리를 계기로 그녀와 나는 타이타닉의 주인공들처럼 멀어져 감을 알게 되었다. 

친구가 멀어질 때는 경제적 상황과 관련될 때도 많다. 지방에 살 때는 서울로 한 번 올라오기도 힘들었고 와서도 그전처럼 반기지 않는 친구들이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내재된 차별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느 부분은 피하기 힘든 진실이었다. 

이쯤에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연인 사이에서처럼 친구 사이도 어느 한 시절 가깝게 지내며 행복했으면 그것으로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나훈아의 곡 ‘영영’의 제목처럼 사람 사이에서 ‘영원’을 기대함은 현대의 트랜드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몇 번 손을 내밀었을 때 무반응이라면 거리를 두고 싶다는 뜻이리. 이제 웬만큼 세상을 살아보니 그 정도의 사회적 지능은 탑재해야 할 듯 하다. 

SNS를  보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를 하나 발견했다.

“예전엔 친구가 없으면/죽는 줄 알았다./친했던 친구가 다른 애들과 /같은 옷을 입고/내 앞을 지나가는 꿈을 아직도 꾼다./어쩌면 내가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과/친구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지 않았는지도 모른다./친구도 결국 물처럼 흘러간다./그래도 정다웠던 친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속엔/도란도란 강물이 흐른다. /그 돌돌돌 흘러가는 소리는 /아마도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더라고 /계속될 것이다. /내 마음 속 당신은 /아직 내 친구니까 .” 윤백경 시,「친구」 전문. 

평생 세 명 정도의 친구만 가져도 그 인생은 성공이라는 말을 들을 적이 있다. 나는 정말 몇 명의 진실된 친구를 가졌을까? 착잡해지는 가을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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