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도미노 현상의 피해자는 국민
[덕암칼럼] 도미노 현상의 피해자는 국민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1.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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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요즘 정국은 파업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의료계가 의료인들의 중대 범죄 의사면허 제한법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중대 범죄를 선고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를 취소하려는 개정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은 환자가 볼모가 됐다.

핵심은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책임감이 화두였는데 엉뚱하게 번진 것이다. 뿐일까. 모든 파업은 기존의 하던 일을 중단함으로써 특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담보가 전제하는 것인데 대중교통이 운행을 멈추면 죄 없는 시민들만 발을 동동 구를 것이며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면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사과 내지 설명이 없다.

그냥 그러고 마는 것이며 또 마땅히 따질 피해자도 없다 보니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고 어쩌다 회사 측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여 배상 판결이 나기도 한다. 오늘은 도미노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본디 도미노란 국어사전에서 하나의 팻말이 연이어 넘어지듯이 어떤 현상이 인접지역으로 파급되는 일을 뜻한다.

요즘 파업이 도미노로 설명되는 이유를 논하자면 대충 이러하다. 춘천발 레고랜드 사태는 일부 정치인의 안일한 판단이 불러온 참사였다. 2011년 9월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이 투자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된 레고랜드 사업은 강원도가 보증을 선 것인데 어음 만기 하루 전날인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이를 법원에 회생 신청하겠다면서 시작된 것이다.

지자체를 믿고 시작한 사업에 강원도지사의 이런 발언은 투자자 입장에서 대략 난감을 넘어 어이상실이다.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뒤로 자빠질 듯하고 상환의 주체도 대출을 갚지 않아 일이 커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레고랜드 사태는 2,000억 원에 갚을 일이 50조 원으로도 못 막는 재앙으로 돌변했다.

이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사업까지 여파를 끼쳤고 롯데 리츠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민간 자금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이는 제2금융권, 부동산, 대출금지 등 일파만파 경제난을 가중했다. 때 되면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이 이를 체감할 리 없다. 춘천 레고랜드와 유사한 사업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치적을 올리기 위해 보증을 서면 싼값에도 시공을 맡은 업체들이 즐비하게 되는데 이는 지방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재선을 위해 손바닥을 비비는 아부꾼들이 저지른 참사다. 아닌 건 아니라 해야 하는데 화려한 청사진과 조감도만 들이밀며 시장님 최고를 연신 남발하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 것이다.

업자들의 이득과 맞물린 사업의 피해자는 최종적으로 시민들이다. 얼어붙은 자금시장은 도미노처럼 이어져 모든 대출금지, 금리인상은 물론 멀쩡하던 건설회사까지 모두 성사된 계약이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건설은 돈이 돌아야 한 층씩 건물도 올라가고 공정에 따른 인건비도 지급되는 것일진대 사고 치는 사람과 피해 보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는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병에 걸리면 피곤해지고 운동을 안 하면 더 면역력이 떨어지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최근 국내 파업사태는 가히 막가자는 것과 같다. 지난 23일 의료연대 본부 산하 서울대 병원분회원이 파업을 시작했고 지난 25일 학교 비정규직에 이어 화물연대가 줄을 이었다.

의료분야는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임상병리사 등이며 이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열악함이 주원인이었다. 의사들도 간접 참여함으로써 일부 수술이 연기됐다.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 약 17만 명 중 5만 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학생들이 먹어야 할 점심식사가 볼모가 됐고 학교에서는 빵이나 우유로 대신했다.

이제 파업의 물결은 철도와 화물로 이어질 것이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오래전 필자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경험에 의하면 현장의 책임자는 흙을 잔뜩 실으라 하고 안 되면 차를 빼라는 것인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과적하다 보면 단속반과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한번 걸리면 적어도 벌금 수 백만 원에 전과기록까지 남으니 과적단속반장의 공권력은 가히 염라대왕과 동급이었다. 현장 정문에서 버티면 토사반출이 안 되고 터파기 공사가 중단되면 후속 공정은 말하나 마나였다. 공기 차질을 우려한 건설사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 봉투나 향응접대로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 당시 말단 공직자의 끗발은 말이 법이었다.

이때 겪은 건설사의 도미노 현상이 지금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멘트와 레미콘, 기름 운반이 중단되면 단순히 콘크리트 공정만 중단되는 게 아니다. 철근, 비계, 관련 공정의 인부들은 물론 부속 공급, 하다못해 공사판의 식당까지 모두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이며 지금처럼 추운 날 멀거니 구경만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존에 먹은 음식으로 견디겠지만 허기가 지기 시작하면 모든 생체 리듬이 깨지는 것과 같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부품조달의 차질이 공정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하청업체 근로자 약 40만 명의 생계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고 한다.

면허 취소에 징역이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는 강경책을 내밀었다. 아이가 울면 배가 고픈지 똥을 쌌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데 시끄럽다고만 한다. 젖을 줘야 할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지 파악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이며 소중한 국권에 대한 애착은 어디가고 너도나도 울기만 한다면 장차 이 나라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이며 자라는 청소년들은 뭘 보고 배울 것인가. 우는 아이는 엄마가 안다. 돈 받고 잠시 돌봐주는 보모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울면 패고 윽박지르면 잠시 멈출 수 있으나 결국에는 이판사판으로 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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