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공급과 수요의 원칙
[덕암 칼럼] 공급과 수요의 원칙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02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단순한 물류대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다. 지금껏 가만 있다가 왜 한꺼번에 인내의 한계가 왔을까. 이태원참사에서 출발한 군중집회는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와 함께 총공격 명령이 하달되듯 노동계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른바 진보좌파는 모든 탓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보수우파는 반 야권세력을 향해 성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질서란 무너지기는 쉬우나 다시 복구하기에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과 경제력이 필요한 것인데 필자는 대선 당시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어떤 파열음이 들릴지 일찌감치 예고했었다.

여름날 밤 모기떼가 달려드는 마당 한가운데 옷을 벗고 있는 형국이라 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너도나도 힘들어 죽겠다는 아우성도 달래야 하고 다수 야당의 득달같은 성화도 이겨내야 하며 선택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여론을 수습해야 하는 가시방석이라 했다.

취임 100일 동안 잠잠하다했더니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청담동 술자리의 불발과 이재명 당 대표의 측근 수사로 서서히 코너에 몰리자 국정은 혼란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명분만 있으면 자신의 주장을 밀어 붙여도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11월 29일 결국 정부가 2004년 업무개시 명령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시행했다. 불법을 엄단하겠다는 처음부터 뭐가 문제였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일반 국민들이야 화물운송비가 적어 화주와 차주간의 갈등 정도로 예상하고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필요했다.

가령 공사현장이 호황이라 중장비가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장비의 임대 단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일거리는 없는데 장비가 남아돈다면 그래도 임대료가 동등할까. 희소가치가 높을수록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고 이런 현상은 명절때 제수용품이 오르는 것이나 성수기때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원리다.

가령 택시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꾸고 너도나도 다 몰고 다니면 택시 요금이 어떻게 될까. 돈이 된다 싶으면 공급이 몰리기 마련이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하라고 해도 못하는 게 운송사업이다. 결론적으로 화주와 차주가 해결할 일을 운송의 운자도 모르는 정부가 칼을 들고 큰소리치는 꼴이다.

물론 운송노조도 대의명분이 있겠지만 명분만 갖췄다고 물류의 흐름을 멈춘다면 간접피해에 대한 배려나 2차적인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특히 지금처럼 국가기간산업과 맞물린 분야에서 연결되어야 할 중간 고리를 끊어버리면 관련 분야의 후속 공정은 어쩌란 말인가. 모든 정쟁을 멈춰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운송노조 집회현장에 나가 국익에 먼저 동조해 달라며 파업을 간곡히 만류해야 한다. 그게 민심을 얻는 지름길이고 보복과 수사에 대한 경계선에서도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장은 힘들지라도 당을 위한 리더의 참모습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제의 파국을 담보 삼아 원칙 운운하지 말고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그나마 유지하던 국가경제를 볼모로 너도나도 하던 일을 담보로 삼는다면 이제 겨우 밥술이나 먹는 나라가 다시 깡통 차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출금지로 인한 건설현장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에 이어 경남지역 18위 건설업체인 동원건설도 부도 처리됐다. 이미 춘천발 레고랜드 사건으로 인한 지자체의 신용 하락이 불러온 쓰나미는 점차 산불처럼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야 잘 모를 수 있지만 PF라는 건설현장의 자금시장은 공사기간에 맞춰 돈이 나오는 대출방식인데 이게 중단되면 높은 사채까지 동원하는 악수를 둘 수밖에 없다. 버티다 죽느냐, 일찌감치 자멸하느냐인데 지금 시점에 시멘트, 철근까지 공급이 안 되니 더 가봐야 결과는 뻔한 것이다.

현장의 공정상 한번 중단된 현장은 부도이후 모든 공정이 안전과 연결되어 재시공까지 갈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이미 시멘트업계 누적 피해액만도 800억 원을 넘어섰고 석유화학 공장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모든 공장이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고 가축사료는 배송이 되지 않으면 가축이 직접 굶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유업계 수송이 지연돼 품절된 주유소가 하나 둘씩 늘고 있고 그 여파는 점차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될 것이다. 이쯤되면 학생도 등교 거부하고 군인도 나라 안 지키겠다고 파업하고 공무원도 경찰도 파업하면 처우가 달라질까. 씨앗값도 못 건진다고 아우성치던 농민들도 농사지으며 참고 거친 풍랑에 어민들도 그물을 놓지 않았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애 낳아주지 말자고 윤석열 대선 후보를 압박하던 일도 있었다. 세계 저출산 국가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로 지목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나만 살면 된다는 안일한 가치관이 나라가 망하든 말든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58.0%, 30대 여성의 49.7%는 이재명 前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지난해 국내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는데 그나마 무출산으로 대를 끊어 놓겠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파업이다. 이쯤되면 저수지 둑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자신의 아들이라며 아이야 죽든 말든 팔을 잡아당기는 계모의 욕심이 채워진다면 그 이면에는 친모의 양보가 있었다. 솔로몬의 지혜처럼 그 친모가 절대다수가 침묵하고 있는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불편해도 참고, 어떡하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견디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진짜 국민이 있기에 그나마 버티는 것이다. 이제 어느 쪽이든 팔을 놓아야 한다. 더 당기면 아이는 목숨을 잃고 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