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불편한 진실 이제 깨어나자
[덕암칼럼] 불편한 진실 이제 깨어나자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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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제가 대설이었다. 24절기가 이리도 잘 맞는지 엊그제는 하루 차이로 첫눈이 내렸고 불과 1cm 안팎의 적설량에 도심의 차량들은 설설 기는 판국이다. 빙판이나 눈길사고가 어이없는 게 녹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사고 당시에는 살벌한 원인이 되니 그저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필자는 강원도 태백의 눈길에서 운전을 배운 터라 이른바 눈의 특성을 다부지게 체험했는데 미끄럽다고 제동장치에 발을 얹는 순간 정지기능은 길바닥에 던진 것이라 보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어를 저단으로 하는 것인데 요즘이야 모두 자동 미션으로 되어 있고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컴퓨터 제어 장치가 잡고 있으니 서행으로 주행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이제 3주 남은 2022년을 마무리 하려니 권불십년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독자들의 공감대를 구한다. 십년 가는 권세가 없다는 뜻인데 본래 이 말은 유방의 책사로 한나라를 창업했던 장자방이 아들에게 남긴 말이다. 제 아무리 대단한 권력이라도 십년을 넘기지 못하다는 뜻인데 대한민국에서는 4선·5선까지 해먹을 수 있으니 이 말도 무색한 나라다.

각설하고 최근 돈 공천 문제로 영어의 몸이 된 경기도 안산의 모 인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 의원으로 시작해 제17대, 제18대, 제20대 내리 3대 국회 입성을 성공한 인물이지만 제19대, 제21대 낙선 당시 불과 수백표 차이로 쓰라린 경험도 가진 입지전적의 인사였다.

특히 제20대 총선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해당 지역이라 더더욱 어려운 선거였지만 당선되는 기적도 가져왔다. 정치계의 뛰어난 인물로 많은 신인들에게 뜨거운 찬사도 받았고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토교통위원장 타이틀을 가지고 지역구 발전에도 상당한 공을 세웠다. 이런 인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후보자에게서 수천 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사자를 구속했고 당시 당협 위원장으로 지방의원 공천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던 이 인사는 현재 재판을 앞두고 철장 신세를 지고 있다. 경찰은 공천 헌금이 오고 갔다는 녹취록을 확보했고 필자 또한 제보자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받았으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 범죄 여부를 떠나 공정한 선거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도를 보류했다.

구속 당시 당사자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아니라면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고 맞고 아니고는 수사 결과를 두고 볼 일이며 받은 것이 드러나면 준 사람도 처벌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47조를 괜히 정해 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혹여 받았다면 해당 인사만 공천 헌금을 받고 나머지 모든 정치인들은 안 주고 안 받았을까.

지방선거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12월 1일 만료 시점이 지났고 당선자 중에도 기초단체장 31명, 교육감 2명이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을 보면 어느 게 진실인지 조차 구분 못할 만큼 엄청난 돈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당이득을 1원도 취한 적이 없다고 한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 당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 절대적 지지를 받았으니 과연 대한민국 실록에 어떻게 기록될지 대략 난감이다. 사람일은 알 수 없다. 세월호 사건에 뭐 했냐고 붙은 불이 탄핵정국까지 끌고 갔고 이태원참사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다.

몇 표 차이든 선택한 국민들의 주권행사 결과는 아랑곳없고 촛불만 켠다고 다 탄핵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빛을 발하며 군중들의 뜻을 대신 표현하는 촛불, 국민들의 세금이 세월호 지원금으로 편성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이나 ‘평양갈래?’라는 현수막 제작비, 가족들의 요트, 펜션, 여행비로 쓰여도 아무렇지 않은 현실.

도심 한가운데 공동묘지나 다름없는 대규모 추모공원이 건립되어도 이를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단체장이 개인의 출세가 탐이나 함구하고 동조하는 현실, 이러한 현실을 알리려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아무관심이 없는 나라, 이제는 지쳐서 포기해야 하는 판단이 들고 있다.

조 단위의 부패에 침묵하고 3조원의 흑자 한전이 30조원의 적자가 되어도 누구 하나 총대 메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는 나라, 왜 이런 공천 관련 병폐가 끊이지 않고 국회의원은 지방 도·시의원의 고삐를 잡고 말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절대 멀쩡한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얼마나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대한민국인데 정치의 불편한 진실이 결국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의 당권을 쥔 사람이 국회의원 공천을 주고 국회의원은 총 4,103명의 지자체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후보들은 자질향상과 미래지향적인 정치보다는 개인의 당선을 위한 꼬리치기에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함량이 된다 치더라도 어디 현실적으로 당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수기 역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천권, 당선을 향한 엘리베이터, 만약 정치인들의 온갖 혜택과 권력이 거품을 뺀다면 그래도 정치할 사람이 있을까. 정치는 철학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돈과 권력이라는 먹이가 있으니 달라붙는 것이고 단맛을 본 사람들이 중독되면 그 맛을 뺏기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덤비는 것이다. 이쯤되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국회의원 특혜와 각종 권한을 축소 내지 삭제하는 것이다. 말로야 입법과정을 통해 줄인다고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거품만 가득했지 알맹이가 없었다.

건국 이래 70년이 넘었다. 이제는 먹고 살만 하니 정치 환경을 바꿀 때도 됐다. 스스로 알아서 할리는 만무고 차기 총선부터 무소속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 자질 중심의 뛰어난 기량, 반듯한 인성과 국민을 위하는 소신, 법안 개정을 통해 특권의 거품을 뺄 용기가 있는 후보들이 대거 출전하여 양당 체제의 케케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풀어야 한다.

무소속의 연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엄격하고 공정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여 제대로된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의 미래를 향해 정확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집단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출범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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