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갑성 칼럼] “말, 말, 막말하는 사회” 갈등만 표출
[구갑성 칼럼] “말, 말, 막말하는 사회” 갈등만 표출
  • 구갑성 논설위원 kmaeil86@kmaeil.com
  • 승인 2022.12.08 09: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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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성 논설위원

사람 사는 곳은 참 말도 많다. 대한민국은 “말” 공화국이다. 그만큼 사회가 개방적이고 민주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말은 갈등만 표출 한다.

말이란 무엇인가? 말 속엔 그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다.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즉, 말은 그 사람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말속에는 뜻이 있고, 생각이 있고, 사상이 있다. 깊은 뜻이 있고 옳은 생각이 담긴 말은 살아 있다. 그래서 말속에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가슴에서 진실로 내뱉는 말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며, 생명력이 있고, 벅찬 감동이 있다.

진실한 말이 사회를 움직이고 힘을 준다. 정열적인 말은 가슴을 뜨겁게 하고, 칭찬의 말은 때로는 눈시울을 적신다. 위로의 말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용기의 말은 심장을 뛰게 한다. 지혜의 말은 밝은 빛을 주고, 참회의 말은 영혼에 감동을 준다. 무시의 말은 마음을 분노케 하며, 원망의 말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저주의 말은 복수의 마음을 갖게 한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만 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말을 하면서 사회적 협력을 강화하고 문명을 건설하여 인간보다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지구 문명의 지배자가 되었고, 이제 생명을 창조하고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시대까지 열고 있다. 

사람과 사람, 국민과 국민, 국민과 국가, 국가와 국가를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카네기 관계론”에 따른다면, 나쁜 관계의 특징으로서 남을 불평하고 뒷 담화하는 데 고착화되어 있고, 감사와 사과를 표시하는데 미숙하고, 지나치게 이기적(당리당략)이라고 한다. 

반면에 좋은 관계란 풀리지 않는 과제와도 같다. 특히 여기저기 관계의 폭이 넓은 것을 보고 있노라 하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각자 생김새가 다르듯 또한 생각이 다르듯 서로 배려하면서 티키타카 말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말은 관계 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은 의사표현을 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진리를 표현하고 문명을 전달한다. 하지만, 말은 관계를 악화하고 진리를 왜곡하며 문명을 훼손하기도 한다. 거짓말, 막말, 잘못된 말, 이간질하는 말, 뒷공론, 악담, 발림, 언어폭력, 성희롱, 악성 댓글 등은 관계를 기만하고 상처를 주고 본성을 해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이런 나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화물연대를 지지하며 동조 파업에 들어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조직폭력배’에 비유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파업을 겨냥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노동자 파업을 국가안보 위협에 견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향한 적대적 인식을 드러내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뒤 “불법과 범죄를 기반으로 하는 쟁의 행위에는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지난 2일 내부 회의),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지난 4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이라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왜곡된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6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노-정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권력의 최상위에 있는 자들은 험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타협과 소통을 위한 말이 아닌 자신의 권력으로, 갑의 입장에서 을을 억압하려고만 한다.

최상위층의 있는 자들의 권력은 말을 통하여 작동한다. 폭력적인 언어로 권력을 작동시키려고 하다가 더 큰 저항을 받게 된다. 권력에서 갑의 위상에 있는 사람들은 폭력적인 언어를 통하여 을의 위상에 있는 이들에게 권력을 작동하려 한다. 을의 위상에 있는 이들은 이에 굴복하여 복종하거나 침묵하거나 저항을 한다. 권력을 가진 자가 하는 말은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은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수장들이 더한 막말을 쏟아 내고 감정적인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악화시키고 대치를 격화시키고 있다. 권력의 가진 자들의 말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문제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키우기만 한다면, 갑에게 복종을 강요당하고 굴욕감을 느끼는 을의 위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자로 생각하고 억울함이 쌓여 결국엔 세상의 문제를 막말로 표현하게 된다. 그래서 운전대만 잡으면 거침없이 욕을 하고 술만 마시면 정치인과 재벌을 욕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 하지만 막말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막말, 잘못된 말, 이간질하는 말, 뒷공론, 악담, 발림, 언어폭력, 성희롱, 악성 댓글을 지양하고, 부드러운 말,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말, 진실이 담긴 말, 선플을 가려서 행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특히 말에 권력이 있는 자들은 말 한 마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다. 말은 인격과 지성의 표현이다. 말은 바로 그 사람이다. 타자와 자신을 바른길로 이끄는 말만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타자의 가치관과 문화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나아가 타자를 섬기는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의 바탕이다.

“대화와 타협은 노사문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문제를 푸는 국정원리로서 제시된 것이고 여기에 법과 원칙은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각 주체들이 지켜야 하는 룰과 승복의 문화, 합의정신 존중의 문화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이라는 그릇’에 막말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말’ 들을 담아내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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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주 2023-01-08 21:07:32
너무 맞는 말에 마음 속으로 박수를 치며 댓글을 다려 하니 '금지된 단어를 사용했다'고 댓글이 안 달리네요. 욕 한마디 안 쓰고 그저 위 칼럼에 공감하는 내용인데 무엇이 금지된 단어길래 등록을 거부하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의견 표출은 더 쉬워졌지요. 익명성에 기대서 아무 말이나 쏟아내기도 어렵지 않아지고, 틱톡이니 쇼츠니 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컨텐츠도 생겨났습니다. 그럴수록 인간은 사유를 잊는 것 같습니다. 말이 쉽게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 내 인격을 대변한다는 사실도, 왜 바른 말을 써야하는지도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인터넷 용어들을 보면 정말 저속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저급하고 자극적인 단어들이 유행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