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와 기억’,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찾아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추모와 기억’,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 찾아 영정 앞에 ‘분향과 헌화’를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2.12.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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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발생한 지 47일만인 14일, 제대로 된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이태원광장에 차려져
- “희생자들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진짜 추모와 애도를 시작하려 한다”고 유가족협의회가 14일 밝혀
14일 오후 녹사평역 출구 쪽에 있는 이태원광장에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사진=뉴스핌)
14일 오후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역 방향에 있는 이태원광장에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사진=뉴스핌)

[경인매일=이익돈기자]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의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를 14일 오후 설치하고 조문객을 맞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마음은 벌써 그 곳으로 달려가, 향을 사르고, 어이없게도 비명에 쓰러져 간 내 아들 딸 같은 꽃다운 영령들에게 흰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치고 있었다.  

97명의 희생자 유가족 170명이 동의를 구한 76명의 희생자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아직 동의 절차를 구하지 못한 희생자들은 영정 대신에 국화꽃 사진으로 합동분향소에 모셨다. 이태원참사 159명의 희생자를 위한, 유가족들을 위한 제대로 된 분향소가 이제라도 차려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우리 사회의 ‘순리’라 여겨진다.

맹자의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라는 가르침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20대, 30대가 주를 이루는 참사 희생자들은 참으로 안타깝게 너무나 억울하게, 어른들의 무관심이나 외면, 정부와 경찰의 무능이나 역선택 혹은 잘못된 선택과 집중으로 인하여 그렇게 희생당하였는데도 정부 여당 대통령실에서 제대로 된 분향소를 차려주지 않았었다.

‘근조(謹弔)’ 리본도 글씨 없는 검은 리본만 달게 하고, ‘참사 희생자’ 대신에 ‘사고 사망자’라는 그 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격에 맞지 않는 어색한 용어를 골라 사용케 했으니. 희생자 명단도 정부(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는 파악이 되고도 명단이 없다고, 명단을 알려주지도 않고, 유가족들의 연락처도 유가족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입에 담기도 힘든 여러 ‘말’과 ‘행정조치, 정치 행위’ 와 ‘2차 가해’ ‘패륜’ 운운하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그야말로 정부, 여당(국민의 힘 일부 의원과 원내대표, 비대위원장)은 패륜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2차, 3차 가해를 희생자들에게 가해왔다고 많은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고 본다.

이태원역 앞에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과 꽃, 메시지들이 47일째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익돈 기자)
이태원역 앞에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과 꽃, 메시지들이 47일째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생명 앞에서는, 더군다나 사람의 목숨 앞에서는 단 한 명도 가벼이 대해선 안되며, 진실되지 않게 대해서는 아니될 일이거늘. 하물며 청천벽력 같은, 하늘이 무너지듯 무참히 한 순간에 쓰러져 간 159명의 희생자들에게 ‘정치적 계산’이나, ‘책임 회피성’의 작태를 보였다면, 그게 바로 순리(順理)를 거스른 역천(逆天)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주무부서 장관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발뺌이나 하고 유가족을 다시 울리는 발언들이나 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려고도 않으니 말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시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도 않고 그저 종교행사에서 유감 표명 정도로 뭉개고 있다는 지적이 많으니 말이다.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대처했다면 그런 끔찍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후로도 긴급 출동해야 하는 ‘코드 0’ (code zero)까지 신고 분류하고도 늑장대처한 것은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체 경찰은 왜? 정부는 왜? 무엇때문에? 이어지는 수 십차례의 신고에도 응급 신속 대처하지 않았는지를 유가족들도 묻고 있지 않는가? 

매년 많은 인파가 그 때 몰리는 곳이고 매년 경찰이 적절한 안전대책을 강구하여 질서 있는 안전통행을 지켜왔던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들이, 왜 그 날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되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거라는 예상이 있었는데도, 왜 사전에 거리 안전을 위한 경찰력 배치가 안 되었는 건지? 그 날 밤 바로 그 부근인 이태원세계음식거리 등지에서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하는 데에 우선 집중하느라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친 건 아닌가? 라고 여러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이태원역 앞에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과 꽃, 메시지들이 47일째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익돈 기자)
 이태원참사 골목 현장에 붙은 꽃과 사진들, 추모 메시지들을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14일 오후 이태원광장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이번 금요일 희생 49일째 되는 날 저녁까지 아직도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않고 있는 정부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이 희생자 영정과 위패 앞에 분향하고 헌화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를 바란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의 용서란 없다.”고 가슴 절절한 피를 토하는 심경을 밝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맹자의 ‘순천자흥, 역천자망’을 떠올리며 다시금 희생자들의 영전에 분향하고 헌화의 마음을 담아본다. 오늘 날이 밝는 대로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역 방향의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를 찾아가리라. 가서 ‘기억과 위로’, ‘참회와 평안’을 구하는 기도라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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