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환기’하셨나요?
[환경칼럼] ‘환기’하셨나요?
  • 성해인 객원기자 kmaeil86@naver.com
  • 승인 2022.12.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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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인 객원기자

[경인매일=성해인 객원기자]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바람은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이다. 누구나 오염된 공기를 피하고, 쾌적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 요즘은 매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모니터링할 정도로, 사람들은 점점 우수한 대기질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관련 기관에서도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 및 관리규제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사실상 실외보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이다. 때로는 단시간 최악의 대기 환경에 있는 것보다, 적당히 오염된 환경에 장시간 있는 것이 더 유해할 수 있다.

실내에는 공장의 중금속도 자동차의 매연도 안 보이기에, 우리는 일반적인 가정집의 실내공기가 안전하다고 느끼곤 한다. 하지만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물질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첫 번째 예시는 가스레인지와 같은 주방용 가스기기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70%가 넘는 미국 캘리포니아 내 가정집에서 메탄, 질소산화물의 누출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는 모두 주방용 가스기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용 중이 아님에도 시간당 평균 57.9mg의 메탄이 누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발생한 메탄과 질소산화물은 온실가스로서 최종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 앞선 연구결과를 미국 전체 지역으로 확장하였을 때, 매년 2만 8100톤의 메탄이 생성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메탄은 동일량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수십 배 강한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더욱 치명적이다. 실내에서도 물론 위해성이 존재한다. 다량의 메탄을 흡입하면 메스꺼움, 구토, 두통, 호흡곤란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사용 중인 주방용 가스기기에서도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등이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하였다. 2022년 발표된 이 연구는 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가정집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경고한다.

둘째로, 방향제와 향초를 주의해야 한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해서 고기를 구우면, 집안 가득 고기 냄새가 배기 일쑤이다. 이럴 땐 자연스럽게 방향제나 향초에 손이 가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대기오염물질을 식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스레인지와 방향제에 의한 오염물질로 만들어진 대기오염 뷔페인 것이다. 방안에 향긋함을 안겨주는 방향제와 향초에는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VOC)과 합성향료가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레몬 향을 내기 위해 쓰이는 리모넨은 흡입하면 기침, 구역질, 피부질환, 인후암을 유발한다. 여기에 더해, 향초는 불충분한 온도에 의한 불완전 연소를 동반함으로써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셋째, 신축 건물을 조심해야 한다. 건축자재에서 발견되는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는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자연계에서도 폼알데하이드는 육류, 어류, 과일 등에서 흔하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항상 우리에게 유해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농도와 노출 기간이다. 건축자재 및 접착제에 사용되는 고농축 폼알데하이드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피부나 눈 등에 자극을 주고 백혈병, 폐암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신축된 집에서 실내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듯 실내공기질은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극단적인 예로는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사망자 약 2만 명을 초래한 사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이 사건에서 사람들은 실내공기를 통해 유해물질이 장기간 노출되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암살자가 서서히 건강을 파괴하고 있던 것이다. 실내에서 체감이 어려웠기에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기 더더욱 어려웠다. 

라돈 침대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물질로, 색이나 냄새가 없어 감지하기 어렵다. 이런 물질이 매일 장시간 사용하는 매트리스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해당 매트리스의 소비자는 아무런 체감이 없이, 취침과 동시에 발암물질을 흡입하였다. 두 사례 모두 안심하고 생활하던 일상적인 공간에서부터 시작된 사례인 것이다.

따라서 실내공기를 관리하는 것은 실외공기를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다행인 것은 실외와 달리 실내에는 공기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환기’이다. 환기는 폼알데하이드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병원균으로부터의 전염위험도 낮출 수 있다. 특히, 여러 방향의 창문을 각각 열고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비록 지금은 겨울철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환기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먹고 자는 공간이 우리를 위협하는 곳으로 만들 순 없다. 지금 일어나서 묵은 공기를 새로이 바꿔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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