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생일과 제삿날 어느 날이 중할까
[덕암칼럼] 생일과 제삿날 어느 날이 중할까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1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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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태어나면 축하할 일이고 사망하면 애통할 일이다. 반드시 그럴까. 때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있고 또 때로는 축하해 줄 호상이라는 게 있으며 사망에도 격이 있다.

필자가 평소 남긴 말 중에 날짐승, 들짐승, 물고기나 곤충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이만한 축복이 없고 살다보면 질병이나 상해로 몸 간수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몸 성한 것만도 더더욱 다행한 일이며 500년, 1000년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어 흉측한 괴물로 변하지 않고 적당히 때 되면 눈과 귀가 멀어지다가 흙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라는 말을 했다.

여기서 다 바라면 욕심이다. 세상에 질서와 진실과 순리를 엎어버리는 자가 있는가하면 이런 자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악의 씨앗이고 그저 남을 배려하는 심성과 온 세상을 긍정으로 보는 견해로 가득한 사람은 높은 벼슬자리에 올려놓아 세상을 바로 잡게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러 하던가. 그런 자리는 약삭빠르고 자신의 합리화에 능숙한 사람이 오르기 쉬운 자리다.

옛말에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명문대 보내고 바리바리 집까지 사준 자식은 명절이 되어도 그림자조차 볼 수 없고 사는 게 녹록지 않아 온갖 집안의 험한 일을 떠맡아 하던 자식은 부모를 공양하느라 객지로 떠나지 못하고 고향땅에 머무른다는 뜻이다. 누구나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성령으로 잉태하지 않는 한 부모로부터 정기와 몸을 빌려 태어난다.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 하는데,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지만 살면서 후천적으로 배우고 익히며 나름 각자의 적성을 살려 인류공영에 이바지한 만큼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 나라 팔아먹은 을사오적도 있지만 민족을 구원한 영웅도 있다. 그래서 태어난 날보다는 어떻게 살아 왔느냐가 평가되는 사망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사망일이다.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기 바빴던 선조가 사망하면 붕어하셨다하고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평생 호강하다 사망한 대통령이면 서거 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군인으로서 전사했다고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보면 과연 이 분이 사람인가 신인가 싶을 만큼 무패신화를 기록했다.

‘23전 23승’ 세계 해전사에서도 경이로운 숫자로 기록된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후손들은 어느 정도 기억하고 평가하며 기념할까. 가장 가까이는 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셔도 제사를 지내고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망해도 팬들의 애도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죽음은 8주기가 지난 2022년 4월 16일에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추모의 예를 올렸으며 김대중 前 대통령의 추모일에는 정당을 초월하여 쟁쟁한 인사들이 모두 머리를 숙이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민족의 영웅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정조대왕 등 역대 훌륭한 지도자들의 사망일은 현재 우리가 어떻게 추모하고 있는가. 가까운 북한만 해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일을 국가적인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인들의 생일날보다 사망일이 더 숭고한 기념일로 부각되어야 자라는 청소년들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며 위인에 대한 동경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전사 당시 상황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보고 들은 게 아니라 역사에 남겨진 기록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소소한 해전은 빼고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의 행주대첩,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을 ‘3대 대첩’으로 손꼽는다. 이 중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해전은 옥포해전, 당포해전, 한산도대첩, 부산포해전, 명량대첩, 노량대첩 순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한산도대첩은 살수대첩,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과 함께 ‘3대 대첩’으로 불린다.

잠시 여기서 해전이란 바다에서 싸우는 것을 뜻하고 대첩이란 싸움에서 크게 이긴 것을 뜻한다. 그래서 그 유명한 명량대첩은 조선 해군 13척으로 왜군 133척을 격퇴해 승리한 해전이기에 평범한 바다싸움이 아니라 대첩이라 부른다. 노량대첩도 사상자가 2~3만명인데 왜선 200척 격침 100척 나포, 150척 반파, 이쯤되면 싸운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두들긴 것이나 진배없다.

불행히도 노량대첩에서 왜군의 총탄을 맞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유명한 “지금은 싸움이 급하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2022년 대한민국은 어떤 기념일을 가장 크게 기억하며 기념할까. 혹시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은 온갖 형태의 축하 프로그램이 넘치지만 우리민족의 생일인 개천절은 표심을 잃을까 두려워 대통령조차 기념식을 외면하는 현실을 아는가.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너도나도 고향 안 가기 운동을 벌이고 부모님을 외면할 때 사라지는 미풍양속은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 칠월칠석날 청춘남녀의 만남은 케케묵은 꼰대들의 낭설이지만 할로윈이나 듣도보도 못한 서양풍습은 들불처럼 삽시간에 인터넷을 타고 인기를 모은다. 단아한 한복 대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그렇게 우리 민족을 들들볶던 일본에 대해서라면 앞 다투어 흉내 내는 방송국 프로그램들을 보며 우리것에 대한 소중함은 점점 멀어져 간다.

영웅 이순신, 탁월한 전술·전략과 청렴정신을 현재의 우리세대가 장점으로 승화시켜 산교육의 소재로 삼으면 어떨까. 필자는 삼일절과 광복절, 개천절을 3대 국경일로 정하여 해마다 5시간 이상의 공연을 추진한 과거가 있었다. 그 날이 특정인에 대한 칭송이 아니라 국가의 경축일이라 수 년간 치러왔던 것이다.

이제는 세종이나, 정조, 이순신 등 시대를 초월하여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거나 태평성대를 이룬 왕들의 생애를 추모하고 추앙하며 그런 분들의 리더십을 현재에 가미시킬 여지가 없는지 새겨보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구한다. 애국이 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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