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추운 날씨보다 더 추운 내수경제
[덕암칼럼] 추운 날씨보다 더 추운 내수경제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19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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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열흘 남짓 남겨놓은 2022년의 달력을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고 올해의 목표를 정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의 속도를 매년 연말마다 체험하게 된다. 이런 감각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지난 금요일은 전국적인 폭설로 겨울왕국이 된 가운데 곳곳에서 송년행사가 개최됐다.

어디를 가고 어디를 안 갈수 없다보니 빙판길 아니라 가시밭길도 가야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행사장 마다 색깔이 다르니 내빈 소개나 축사가 끝날 즈음이면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다음 일정으로 얼굴 도장 찍으러 가는 게 송년행사의 연례적인 모습이다.

모 신문사 창간 기념식에서 들은 말을 전하자면 현재 국내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대립이 문제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이를 더욱 가중시켰다고 한다. 그럴까. 국가간의 무역 마찰이나 분쟁은 간접적 원인이지 직접적 원인은 코로나19로 나라살림 거덜 난 정부의 곳간이나 사업을 말아먹고 빈손으로 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중소상인들의 자금 흐름이 멈춘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혹자는 전국적으로 아직도 호황기라고 한다.

백화점을 가 봐라 명품 구입에 줄을 서고 좋다는 관광지에는 예약이 꽉 차서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그럴까. 전체 국민 5천만 중 1천만이 먹고 살만하다고 치자, 아니 4천9백만이 그럭저럭 밥은 먹는다고 치자, 남은 1백만은 국민 아닌가. 사람 사는 사회는 함께 모여 산다고 해서 사회다.

한 사람이라도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귀한 목숨을 잃는다면 나머지가 아무리 호강하고 산다 해도 그 사회의 복지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28만이 단전 가구다. 코로나19때 자영업의 절반이상이 폐업하고 다른 직장도 못 구해서 카드결제와 임대료미납으로 인한 보증금을 날리고 대출 상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정부의 부채가 1,427조 3천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나라도 빚더미, 국민도 빚더미, 안그런 부분만 강조하지만 이미 국민 대다수가 짐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한여름 땡볕에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계속되면 흉년이 들고 먹을 게 없어 힘든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는 농사가 근본이 아니다 보니 물가뭄보다 무서운 게 돈가뭄이다. 물이야 정 비가 오지 않으면 개울가에 물동이로 퍼 날라서라도 해결하지만 돈은 딱딱한 시멘트 건물과 새까만 아스팔트 위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앞서 어필한 것처럼 국제간의 분쟁이나 대립이 간접 원인이라면 직접 원인은 코로나19에 국민적 게으름과 최근 강원도지사가 발표해서 나라 전체가 난리가 난 레고랜드의 디폴트 선언이었다.

금융시장은 신용이 우선이다. 부동산이 많아도 상환능력에 대한 증빙이나 신용점수가 낮으면 대출이 불가한 것처럼 개인이든 기업이든 아니면 정부소속 기관이든 돈을 줄때는 이자를 포함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레고랜드 사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한국말로 배째라는 식의 디폴트를 선언하면 그 뒷감당은 어쩔 것인가.

투자자로 하여금 이건 뭐지라는 의아함과 함께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니면 말고식의 미봉책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미 줄도산이 시작된 관련업계의 도미노 현상이 어느 시점에 멈출지 알 수 없으나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건설업의 부도는 단순히 표면상에 드러난 종합건설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협력업체, 그 밑에 하도급, 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 밥 먹는 함바집에 철물 공급하던 업체와 이들을 등에 업고 먹이사슬이 엮여 있는 간접 업종까지 상당한 피바람이 분다.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전혀 알수 없다. 옛말에 남의 심장 썩는 것은 몰라도 내 손톱 밑에 가시 박힌 아픔은 안다했다.

한번 시작된 강원도 레고랜드의 불경기 신호탄은 2,000억으로 막을 일을 50조원으로도 못 막는 재앙으로 돌변했다. 정작 사고 친 사람과 피 보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래도 대형 금융사고를 낸 당사자는 날짜도 어기지 않고 제때 시간 맞춰 월급 받아 잘살 것 아닌가. 한번 불붙은 불신의 화재는 민간 자금시장의 빙하기를 예고했다.

종합건설, 일명 종건은 여러 종목의 전문건설업, 즉 단종을 협력업체로 등록받아 분야별 하청을 주는게 관례인데 6위 우석건설, 18위 동원건설의 부도에 이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내 건설회사들의 90%가까이가 내년 사업계획에 대해 불투명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원인은 있다.

일단 급격히 인상된 시공단가, 공사공정만큼 돈을 빌려주는 대출, 영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계에서는 PF라 부르는 자금줄이 막혔다. 때문에 짓기도 전에 모델 하우스에 문전성시로 몰려 이른바 완전판매의 줄임말인 완판 때렸다는 긍지는 전설이 됐다. 오히려 미분양이 속출하고 현찰이나 마찬가지라던 아파트 가격까지 반 토막 나면서 건설업계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소나기도 피해가라 했던가. 이런 시국에 굳이 종건을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건설은 돈이 된다는 개념 자체가 무너진 현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더욱 심각하다. 충남 천안의 경우 1,000 가구 아파트에 700 가구가 미분양 상태고 전남 함평은 232가구를 다 지었지만 한 집도 찾는 사람이 없다.

이렇게 발생된 미분양 주택이 5만 가구를 넘어섰다. 당연히 가격이 추락할 것이고 악순환은 더욱 더 그 속도를 더할 것이다. 돈가뭄의 출발은 이제 시작이다. 물론 다 그렇지 않지만 적어도 특정 부류의 국민들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 가장 중요한건 스스로 헤쳐 나갈 면역력이나 본능적인 지혜조차 무디어져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든 자신의 문제는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데 어디 현실이 그러하던가. 이러니 견디지 못하고 자식까지 저승길로 데려가는 못난 부모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정치만 잘해도 이 추운 겨울 내수경제를 살릴 수 있고 국민도 살 수 있다. 민생 법안은 태산처럼 쌓아두고 여야간의 정쟁으로 국회는 연일 전쟁이다. 그러라고 뽑아준 게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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