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한결 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 한결 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 이익돈 기자 mickeylee@naver.com
  • 승인 2022.12.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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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희생자 49재,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와 이태원 거리에서 다양한 추모제가 열려
-이제 더는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대한 2차, 3차 가해 ‘공격과 폄훼’를 멈춰야
녹사평역 3번 출구 시민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녹사평역 3번 출구 시민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경인매일=이익돈기자] 눈이 내리고 한파가 기승을 부린 16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아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를 비롯한 종교계와 여러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추모 위령제와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또 녹사평역 3번 출구 부근이태원 방향에 있는 자그마한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는 등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의 발길이 밤늦도록 물결을 이루었다.

16일 오후 2시에는 이태원 광장에서 7대 종단 성직자들이 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열렸고 오후 6시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거행된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 49재에서 故 이지한씨 어머니가 이번 49재에서 유가족을 대표해서 일은 조사에서 “저는 사실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이 지나면 이승에선 아이들과 마지막이 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곳, 안전한 나라에서의 환생도 바라보지만, 왠지 오늘이 이승과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온다”고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조 씨는 “저는 아직 지한이 사망 신고를 하지 못했다. 아니 영원히 못할 거 같다”며 “대한민국 한복판 이태원 그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 제일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길 바라며 모두 다 기억해달라. 여러분이 기억해주는 한 우리 아들딸들은 가장 행복한 날에 다시 태어날 거라고 확신한다”고 호소했다.

조씨는 “하지만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만큼은 아름다운 말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부모님들의 편지를 대신 전하려고 한다”면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들을 하나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가 대독한 희생자 유가족들의 편지 글을 소개한다.

“연희야, 우리 가족은 연희와 함께 살아온 세월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한단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온 사랑스러운 우리 연희. 이태원 골목길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늘나라로 갔을까? 아빠가 이 세상에서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또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있기를 바란다. 연희 아빠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했던 나의 분신 동민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숨을 쉴 때마다 내 몸 속 마디 마디에서 눈물이 난다. 부지런히 돈 벌어 사업하겠다던 너의 꿈, 이제 너도 없고 꿈도 없구나. 어찌 보내야 할까, 그 먼 길을 어찌 보내야 할까?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잘 가렴. 여기에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이들은 우리가 꼭 처벌할게. 걱정 말고 편히 잠 들거라. 나의 아들아. 동민 엄마가.”

“우리 가족 행복의 샘물 다빈아, 자랑스러운 우리집 막내 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얼굴에 사랑스러운 미소들은 이제 수많은 꽃송이가 되어 노란 수국으로 피어났구나. 먼저 간 그 곳에서도 늘 그랬듯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렴. 우리 곧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다빈아. 다빈이 오빠가.”

“누나가 나랑 사이가 안 좋았었잖아? 누나한테 잘해준 게 없어서 미안해. 누가가 나한테 했던 말들은 내가 싫어서가 아니었단 걸 지금 알았어. 정말 미안해. 내 그릇이 많이 작았나 봐.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누나. 동생 OOO.”

“형주야. 그립고 너무나 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청춘, 펼쳐보지도 못한 짧은 인생 살다가 간 너무 불쌍한 우리 아들 형주야. 이제는 너를 편히 보내야 할 거 같구나. 다음 생에 만나 못 다한 정을 다시 쌓자. 부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잘 있거라. 사랑한다 아들아. 형주 엄마가.”

“민석아, 고모는 우리 민석이 고모라서 너무 행복했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민석이 고모가."

“30살 청년도 낯선 누군가를 도와 주려다 이태원 차가운 도로에 쓰러졌습니다. 말 잘하시는 대한민국 잘난 분들, 어린 아이들도 하는 잘못했다, 미안하다 이 한마디를 못하시는 겁니까? 159명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으십니까? 의연이 엄마가.”

“사랑하는 하나뿐인 우리 딸 상은아.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이승에서 모든 고통, 아픔, 슬픔 다 버리고 부디 힘내서 잘 가거라. 우리 딸이어서 고맙고 행복했어. 정의로운 세상, 안전한 세상 올 때까지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 할게.”

“가여운 우리 딸 민하. 극락왕생하게 해주세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아빠 딸로 태어나주길 바래. 사랑한다 민하야. 민하 아빠가.”

“깜찍한 지한아, 누나야. 너 지금 정말 많이 우리 걱정하고 있잖아. 걱정하지 마. 엄마랑, 아빠랑 나 잘 지내고 있어. 널 닮은 깜지도 우리가 잘 보살피고 있어. 지한아, 네가 나중에 딸 낳으면 날 닮을 거라고 말해서 미안해서. 너는 싫겠지만 내 아들은 너랑 똑같으면 좋겠어. 넌 우리 가족의 빛이고 자랑이고 여전히 넌 내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이야. 추위를 너무 잘 타는 내가 차에 타면 말없이 의자를 따듯하게 데워주고 어려운 일 생기면 해결해주던 다정한 지한이. 손이 아기같이 귀여운 지한아. 이제 너는 긴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할게. 조심히 잘 다녀와. 돌아오면 우리 가족 꼭 다같이 만나서 밥 먹자.”

16일 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를 찾아 시민들이 분향화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16일 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를 찾아 시민들이 분향화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변호사)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과 폄훼를 멈추라!’는 성명을 통해,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언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도 일부 언론과 일부 수구 사회단체, 국민의 힘 지도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말과 생트집 같은 비난의 말을 쏟아내어 양식 있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체 왜 참사가 발생했는지는 49재를 맞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모르니 동일한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책임자를 둘러싼 정치적 책임 공방과 득실계산도 여전하다.”고 안타까움과 진상규명과 이태원참사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변협은 “희생자의 장례가 끝났다고, 국가애도기간이 끝났다고, 부상자들 대부분 퇴원했다고 해서 참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세계적 도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상상도 못 했던 압사 사고로, 피붙이를 잃어버린 가족의 슬픔과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아픔과 고통은 어떤 사람에게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녹사평역 3번 출구 부근 이태원 방향의 시민합동분향소의 현수막들이 슬픔에 젖고있다.(사진=이익돈기자)
녹사평역 3번 출구 부근 이태원 방향의 시민합동분향소의 현수막들이 슬픔에 젖고있다.(사진=이익돈기자)

변협은 “이 참사에서 부상을 당한 분들, 가까스로 사고를 피한 분들 역시 오랫동안 참사로 인한 후유증을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수사가 끝나고, 국정조사가 끝나고, 지금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 아픔 및 고통과의 씨름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고 있고, 평생 그 고통을 지고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누구도 이 참사의 피해자가 되길 원한 사람은 없다. 누구도 이 참사 현장에 공권력이 없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없다. 이 참사는 피해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막지 못한, 구하지 못한 이 사회와 국가에 그 책임이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도 섣불리 공격하지도 말라고 요구했다. 

시민분향소 지킴이분들이 조문객들에게 전해줄 국화가 한겨울 추위에 시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시민분향소 지킴이분들이 조문객들에게 전해줄 국화가 한겨울 추위에 시들어가고 있다. (사진=이익돈기자)

끝으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도를 넘은 공격과 폄훼에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고, 그 책임을 물을 때 대한변호사협회는 피해자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이라면서,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언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10.29 이태원참사 49재를 맞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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