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참사의 반복, 같은 죽음 다른 대우
[덕암칼럼] 참사의 반복, 같은 죽음 다른 대우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21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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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한 번씩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적 분노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이다. 비슷한 참사라도 시간이 약인 경우가 있고 8년이 넘어도 추모는 물론 막대한 예산이 끝을 모르고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굳이 세월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5년 전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노블휘트니스앤스파 스포츠센터에서 검은연기가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도 영하의 기온에 잰걸음을 걷는 시민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은 연말연시 다소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내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고 화마의 붉은 혓바닥은 건물 전체를 삼킬 듯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짧은 순간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로 번졌고 2층 여탕에서 여러 구의 사체가 발견됐다.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뛰어내리고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시거나 화상을 입는 등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소방차의 사다리가 고장나서 고치는 등 허술한 진화가 더욱 가십거리가 됐다.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 도착해 현장 파악에 나섰지만, 장관을 해임하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주문은 없었다. 건물주는 여자 사우나에 알몸의 여성들이 있을 것을 우려해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문밖에서 소리만 질렀다고 한다. 배관에 열선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천장 구조물에 불이 옮겨 붙었고 여성용 목욕탕에는 비상구가 창고처럼 활용되어 탈출이 불가능했다.

진압이 우선이었고 원인 파악을 한 결과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드러난 셈인데 비상구로 사람들이 탈출했으나 소방대원들은 비상구로 접근하지 않았다. 건물의 외장재로 시공된 드라이비트가 외벽의 스티로폼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는 목격자의 주장도 제기됐다.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고 정전에 이은 비상전원 공급은 물론 여자 사우나의 출입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사회적 책임이 당연히 따라야 했음에도 이 사고로 해임당한 사람은 없었다. 7층짜리 건물이 9층으로 테라스를 불법으로 증축한 것에 대한 관할 행정기관의 불법 건축물 단속은 물론 옥상 기계실을 주거용도로 불법으로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당연히 건축법 위반이고 담당 공무원은 직무유기로 처벌을 받았어야 마땅하다.

지휘 책임을 물어 충북 제천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라도 했을까. 사고 다음날 12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자 일부 유가족은 세월호이후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거기까지다. 현재 대구시장에 재임중인 당시 홍준표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세월호보다 더 잘못 대응해 사상자를 키웠다며 정치보복과 정권을 잡았다고 축제하는데 바빠 소방점검·재난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여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도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 국민방송이 ‘이니 특별전’이라는 홈쇼핑 형식으로 문재인의 화재 참사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애도와 추도의 분위기 대신 대통령 띄우기에 앞장 선 방송에 대해 정부 소유 방송이 국민들의 아픔과 참사 현장을 정책 홍보에 악용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홈쇼핑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내보냈다는 비난과 함께 지금처럼 야당 국회의원들이 행안부 장관의 해임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는 정면충돌 양상은 없었다. 문재인 前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참사이후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충북 제천 사우나 화재사건도 세월호나 이태원참사처럼 희생자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커졌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유족들 가운데서 화재 발생 4시간 뒤에도 외부와 전화 통화가 되고 있었고 소방당국이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화재 희생자들은 화재 발생후 사망 직전까지 1시간 넘게 가족들과 살려달라는 통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수라장은 충북 제천 사우나 뿐만 아니었다.

2018년 1월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하는 등 총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같은 해 8월 21일 오후 3시 43분 인천광역시 논현동에 위치한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화재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

두 달 뒤인 2018년 11월 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으며 2020년 4월 29일 오후 1시 32분에도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현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하여 2022년 5월 퇴임할 때까지 충북 제천 사우나 화재를 포함 대략적인 큰 화재만 5건에 사망자만 130명, 부상자도 198명이나 됐다. 이들은 국민이 아니며 이들은 세월호 보다 더 못난 죽음으로 기억해야 할까.

얼마나 보상했으며 화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은 대충 넘어갔고 화재와 관련 문책 받은 책임자나 정부 고위관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정 사고를 각인하려는 것도 아니고 윤석열 정부를 두둔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참사는 예방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화시켜서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런 사고가 얼마나 더 발생해야 제대로 예방법을 찾을지 알 수 없으나 망자의 가치를 살아남은 사람의 보상이나 정치판의 정략적 대응 소재로 삼아서는 안될 일이다. 제3국에서 어떤 견해로 볼지가 민망하다. 언제까지 치고 박고 싸움질만 할 것인가. 총선 얼마 안 남았다. 잘해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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