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삶의 진정한 가치
[덕암칼럼] 삶의 진정한 가치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22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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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은 태어나서 어떤 분야든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 목적이 돈이든 성취감이나 보람이든 특정한 목표를 정해 나름 열심히 또 때로는 마지 못해서 하든, 학생 신분에서 사회인으로 자리바꿈 하면서 직업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처음 어릴 때는 대통령, 외교관, 과학자 등 꿈에 부풀어 직업을 택하지만 살면서 점차 그 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좋은 대학 졸업장이 출세의 보증수표로 알고 12년의 형설지공을 보냈지만 이 또한 무용지물임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모 재산을 물려받은 일부 금수저를 제외하고 대부분 취업문을 두드리지만 어디 현실이 그리 녹록하던가.

대학진학부터 자신의 전공보다는 출신 학교의 졸업장이 목표다 보니 원하지 않은 전공을 위해 4년이나 책가방 배달을 하게 되고 졸업후에도 예상밖의 회사에 입사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월급에 연연해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이 어릴 적 꿈꾸었던 모든 미래가 그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무엇이라도 해서 먹고 사는 과정에서 기왕이면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 종사한다면, 그래서 열정도 한껏 펼칠 수 있고 자신만이 가진 끼도 발휘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필자가 일선 학교의 교단에 특강을 다니다 보면 주로 강조하는 게 김홍도의 삶이다. 조선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 그가 만약 그림을 그리지 않고 부모의 성화나 주변의 환경에 밀려 가야금을 타는 연주자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취미에 맞지도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호구지책으로 하다 보니 능력 발휘는 물론 퇴근시간 시계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 개인에게도 행복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효율성이 높을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부국의 동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인의 DNA 성분을 분석하여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미신에서나 봄직한 궁합, 운명, 예언 등 점쟁이보다 더 귀가 솔깃한 소재가 아닐까.

수 차례 되풀이 하는 말이지만 새는 하늘, 들짐승은 숲이나 벌판으로, 물고기는 바다로 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기에 어릴 적 꿈이 갈수록 줄어들거나 결국 시간마다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을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진입이 힘들더라도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전국 초·중·고생 2만 2,702명 등을 상대로 진로교육 현황을 온라인으로 설문한 결과 초등학생은 2년 연속 운동선수를 중·고등학생은 교사를 희망직업 1위로 손꼽았다. 고등학생 27%는 희망하는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의 방침은 창의, 융·복합 등 온갖 미사여구가 모두 동원되지만 왜 이런 결과가 현실일까. 한창 꿈과 희망을 키워야 할 학생들의 목표가 운동선수, 교사, 의사 순으로 이어지는 것은 금메달을 향한 열정,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많은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 승자의 영광, 국민적 영웅, 인기, 막대한 보수 등 인기와 명예와 돈, 3가지가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뒤를 이은 직종들도 대부분 경찰관·수사관,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던 공부 팽개치고 어떤 종목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 출발점부터 막연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운동한다면 안정적인 미래가 불투명해지기에 반대할 것이고 어릴적부터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도 인맥에 밀리고 후원금이나 뒷배경에 밀려 정작 아까운 인재들이 제3국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어제 오늘인가.

그리고 국가대표만 선수가 아니다. 단순히 축구만 해도 그렇다. K리그1 울산, 전북, 포항, 인천 등 리그에 들기만 해도 유명한 실업팀에 들어간다.

K리그2 광주, 대전, 안양, 경남 등 10위권 안에만 들어도 나름 장래가 촉망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종목별로 야구, 배구, 농구는 물론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격투기나 비인기 종목까지도 운동은 승자만의 영역이다. 정치가 정치다워야 하고 문화예술이 해당 분야다워야 하듯 체육도 체육다워야 한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실시간 영화다. 어떤 종목이든 선수들의 기량이 전부여야 하며 더 할 수 있다면 경제적 뒷받침이나 과학적 훈련, 국민적 관심 등이 병행될 때 성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재는 발굴의 환경이 중요하다. 수영선수를 물에 한 번 안 넣어보고 육상 코스만 뛰게 하는 무모함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진 DNA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인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생활체육이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것, 해봐야 소질이 있는지 숨어있는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지 마냥 돈 되는 종목, 인기 있고 관중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 종목만 찾아서 억지로 꿰 맞추는 것은 당사자에게나 가족, 감독, 코치 등 여려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

일상에서 다양한 종목을 맛볼 수 있는 환경은 마냥 상상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생활체육은 인재 발굴의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다. 한때 정회원만 1,300만 명이었다가 대한체육회와 통합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소멸한 생활체육은 코로나19의 거리두기로 인해 더더욱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들의 손발을 묶어두고 방안에서 스마트폰에만 의존하는 의기소침한 분위기에서 다시 어깨 쫙 펴고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 필자가 (사)대한생활체육회 총재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통감하는 것은 생활체육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43개 종목, 18개 시·도협의회장을 임명했고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는 일만 남았다. 이번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조사에서 희망 직업이 없다는 학생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몰라서와 자신이 뭘 잘하는지와 뭘 못하는지를 몰라서라고 한다.

이들에게 어떤 장점이 잠재되어 있는지 그것을 찾는 일이 생활체육이다. 이제 숨은 보물을 찾으러 온 국민과 함께 공감해 보는 2023년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주는 일, 짜증나는 정치보다 말라버린 경제보다, 다양한 종목의 생활체육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금메달과 신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껏 땀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일,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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