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개가 똥을 끊으랴
[덕암칼럼] 개가 똥을 끊으랴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2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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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육식 동물은 굶어 죽어도 풀을 못 먹고 똥개는 사료를 줘도 똥을 외면하지 못한다. 한번 피맛을 본 민족이 어찌 그 맛을 잊을까. 선대에 그쳐서 후대에 개선할 여지를 두고도 영토 확장과 침략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후대가 있다면 그 후대, 남은 후대들이 상환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빚진 후대가 일본이고 갚을 후대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북한이라 한다면 어설프게 군국주의 본색을 드러낸 일본이 지금이라도 자숙의 모습을 보이는 게 도리가 아닐까. 지금부터 되짚어보자. 필자는 불과 1주일 전 난징대학살에 대한 글을 올린 바 있으며 85주기를 맞이하여 중국 최고 지도부가 참석한 일을 소개했다.

다시 말해 중·일간의 불협화음은 해소된 게 아니라 잠시 멈춘 상태일 뿐이다. 여차하면 묵은 감정이 불거져 경제, 군사 대국의 중국이 선조들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외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반일 감정을 확대하여 한·일간이나 한·중간의 민간 교류마저 불편하게 할 저의는 아니다.

다만 맞은 자가 참고 있는데 때린 자가 자꾸 건드린다면 이는 매를 사서 맞는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중국이 바보라서, 과거를 잊은 건망증 민족이라서 가만있을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일본이 최근 눈치도 없게 한 걸음 두 걸음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여지를 보이고 있다.

설령 방어 차원의 자위대라 하더라도 방패에 시퍼런 날이 서면 칼이나 창보다 더 위험한 무기가 된다. 이러한 우려는 일본의 재무장이 현실화됐다는 언론보도가 반증하고 있다. 방어만 한다는 평화헌법의 원칙을 무시하고 2023년도 방위예산도 크게 늘리면서 2027년이면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이 된다는 산술적 예측이 나왔다.

일본이 국가안보전략 전면 개정 핵심 사안으로 중국 일부, 북한 전역을 노린 사거리 1,000km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가장 근거리 표적이 됐다. 사거리 1,600km인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 500기를 당장 구입하겠다며 내년 예산 2조원을 확정했고 구입비용으로 내년 방위예산을 65조원으로 25%나 늘렸다.

이대로라면 5년 후엔 매년 우리 돈 약 95조원으로 방위비를 늘리는데 이는 한국의 2배이자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여기에 일본 국민 68%가 방위력 강화에 찬성한 것으로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때 맞춰 발표한 것이 독도에 대한 망언이다.

일본이 자신들의 국가안보전략을 집대성한 문서를 9년 만에 전격 개정했는데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일본 정부가 임시 각의를 열고 국가안보전략을 집대성한 전략 문건을 개정한 결과 자신들의 영토라며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 영유권 문제는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말하는 ‘우리나라 고유 영토' 다케시마, 군사력 증강에 맞춰 발표한 독도 영토 주장은 한국에 대해 미사일 공격의 명분을 쌓기 위한 트집일 수 있다. 일본은 이번 마사일 구입의 배경을 두고 전수방위차원이라고 했다.

여기서 전수방위란 상대방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방식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에 그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것에 한해야 한다는 것을 대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일본 언론에서는 전수방위를 내세우며 방패막이로 일관해 온 자위대가 미군에 맡겨 온 타격력이라는 창의 일단을 떠맡음으로써 미일 동맹의 역할 분담이 변질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이 전범국가로 그 근성을 드러내지 않고도 확보한 플루토늄에 대해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가 아무리 전수방위 원칙이 변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더라도, 상대국이 믿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논평도 잇따랐다.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을 대량 구입한다는 발표와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핵무기 한 개 만드는데 필요한 양은 약 8kg이다.

현재 일본은 총 46톤의 플루토늄을 보유중이며 이를 8kg으로 나누면 5,75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걸 토마호크 미사일 500기에 장착하면 핵폭탄이 되는 것이고 생화학탄을 장착하면 화학전으로 번지는 것이다. 한때 강도였던 가해자가 잠시 경찰의 엄포에 쥐죽은 듯 하더니 슬그머니 주방에 가서 칼을 갈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면서 안방에 두고 온 자신의 물건이 있으니 돌려달라고 억지를 쓰는 것이다.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그동안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했다가 이번 문서 내용을 두고 일본과 국제 사회의 심각한 염려사항이라며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위험한 도전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견제해야 할 목표겠지만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은 이웃나라이며 역사적·경제적 유대가 깊은 만큼 괜히 어설픈 행동대장이 되지 말라는 경고성 내용도 담고 있다. 만약 그동안 대동아전쟁으로 원망의 불씨가 남아 있는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생길 경우 일본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을 것이다.

중요한 건 선제공격이라는 단어의 적용범위다. 가령 미사일 표적이 되는 상대 국가 입장에서 볼 때 아직 발사되기도 전에 일본이 미사일 공격에 착수했다고 자의적 판단으로 적의 기지를 공격하면 국제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는 상대국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전역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령 상대방이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주머니에 넣은 손을 뺄 것처럼 보인다고 먼저 선방을 날리는 것과 같다. 이미 오래 전 얻어맞은 기억도 생생한데 상대방이 가만 있을리 없다. 이래도 자위 차원의 준비일까. 이래서 일본의 침략 근성이 감춰지지 않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상대국이라고 불특정 국가를 지적하며 외국 영역을 직접 공격할 능력을 갖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이번에 국제법을 잘못 해석하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것 뿐만 아니다. 안 그래도 지구상의 위험국가로 분류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을 퍼부었던가.

이 또한 물거품이 된다. 일본의 이러한 야욕이 북한 입장에서는 거봐라는 핑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수업자가 얼마나 많은 로비를 해서 무기를 팔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과 혈맹국가라면서 옆집 사는 강도에게 흉기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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