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칼럼] 체육회장 당선인에게 전하는 당부
[덕암칼럼] 체육회장 당선인에게 전하는 당부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2.12.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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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민선 2기 시·도 체육회장 선거가 지방선거 못지않은 접전 끝에 최종 당선자들이 선출됐다. 지난 12월 15일 실시됐던 시·도 당선인 17명은 관할 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서울을 비롯한 광역 시·도별 회장은 대한체육회 인준후 2023년 정기 총회부터 4년간 민선 2기 시·도 체육회장으로 체육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평균 2.8:1의 경쟁률에 서울과 세종의 경우 6: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지난 23일 228개 시·군·구별 체육회장도 전체 후보자 중 225명이 선거를 마쳐 당선자가 결정되었으며 남은 3개 지역도 60일 이내 재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이 중 101개 지역은 단독 출마로 인해 투표없이 당선되었으며 평균 경쟁률은 2.5:1이었다.

격전지로는 경남 창원시가 7:1, 경기도 고양시가 5:1, 최고령은 82세의 부산 사하구, 최연소는 35세의 전북 전주시였다. 2번째 치러진 체육회장 선거가 왜 이렇게 세간의 관심과 정계에서도 초미의 긴장감을 느끼게 될까. 이미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장의 선거 개입이 선출직 공직자의 중립위반이라는 이견과 함께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선거에 찬물을 끼얹어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은 자기 사람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심어놔야 연임에 대한 발판을 다지는 것이고, 그러한 배경에는 체육회를 중심으로 막대한 표심이 향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고 실제 그러한 현상이 선거때만 되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민주평통 등 많은 관변단체와 라이온스, 로타리클럽, JC 등 사회단체나 향우회, 대학 AMP 등 임의 단체도 많은데 유독 체육단체만이 지역사회에서 정계의 진출 교두보가 되거나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돈이다.

막대한 예산을 좌지우지 하고 체육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고 종목별 회장, 체육이라는 활동적 요인을 끼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계층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말이 무보수 명예직이지 각종 판공비나 예산집행권, 체육회 직원의 인사권 등 제2의 시장·군수라는 무게감이 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후보 등록부터 1,000만 원의 기탁금이 전제되어 있고 낙선하면 발전기금으로 날리게 되는데 후보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각종 대회, 체육시설, 운영권, 체육회관 건립, 회비 납부의 결정권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자리다. 그에 대한 증거가 선거의 치열한 각축전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더 과열 양상을 보인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1기 때 4년은 거리두기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지만 2기는 다르다. 앞으로 4년간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체육이라는 명분의 화합, 건강, 친목과 선의의 경쟁은 물론 우승에 대한 축하의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축제의 최고 권위자다.

그동안 떡을 만지다 보니 떡고물을 손에 묻힌 죄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가 하면 실업팀의 선수 선발이나 각종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여 구속되는 사례도 많았다. 체육이 체육의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다 보니 체육회와 생활체육회로 구분되어 일명, 프로와 아마추어, 직업체육인과 동호인 개념의 생활체육으로 구분되어 양대 쌍두마차가 나눠진 시절이 있었다.

정부의 5년간 진통 끝에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한데 묶었지만 묶이는 과정에서 여간 잡음이 심했던 것이 아니다. 나름의 자리에 대한 자부심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생활체육이 그냥 조용히 물러날 상황이 아니다 보니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에피소드는 지역마다 천차만별 소음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통합하니 대부분의 아마추어가 손을 든 것이고 수요는 차고도 넘치는데 공급이 마땅치 않다보니 체육회장 선거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체육회에서 관리하게 된 것이다. 대신 후보자 응모에 공직사회가 중립을 지키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겸직할 수 없도록 정하고 민간인도 응모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얼핏 보면 도·시·군별 체육회장이 생활체육까지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지만 과연 양쪽의 욕구를 다 채워주면서 과거처럼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체육 본연의 단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렵사리 통합한 체육회가 과거처럼 체육 분야의 본질을 훼손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되거나 권좌로 착각한다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통합은 하나마나인 것이다. 물론 당선인들은 나름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의 체육발전만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렇지만 결심이 혼자만의 의지로 될 일은 아니다.

달라는 사람이 100이고 줄 돈이 90밖에 안 된다면 10의 원망은 당연한 것이다. 모름지기 선거는 옳고 그른 것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는 공천이 우선이고 인물의 자질에 대한 평가는 그 다음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체육회장들은 무엇보다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립을 지켜야 향후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 또한 민간생활체육단체의 대표자로서 설립 취지에도 언급했듯 특정인의 금메달이나 신기록, 대중들을 제쳐놓고 프로만 존재하는 체육보다는 온 국민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금전이나 실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기질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당선된 체육회장들에게 당부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건강한 생활체육의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그리고 그 자리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봉사직책 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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